등대
미야모토 테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덮은 후에 몰려온 잔잔함은 이런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여러 문학 작품들을 읽다 보면 와닿는 구절이나 풍경에서 오는 느낌들이 그때마다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등대'란 단어가 이처럼 위로와 따스함을 전해주는 것이 마치 느림의 템포를 즐겁게 느낀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아버지의 가게인 중화 소바집을  물려받아 아내  린코와 함께 운영하던 고헤는 갑자기 아내와 사별한 이후 가게마저 접고 두문불출하다시피 살아가는 가장이다.



이제는 다 큰 자녀들이 각자 제 몫을 하고 있고 교류라고 한다면 상점가 골목에서 반찬가게 운영하는 친구 도시오와 대기업을  다니다 은퇴한 어린 시절 친구 간지와 이야기하는 정도다.



우연히 책 속에서 아내 린코에게 보낸 한 장의 엽서를 발견한 그는 아내조차 그 엽서를 보낸 이에 대한 존재를 모른다는 기억과 이후 몇 분 전에 대화를 나눴던 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삶의 허무함을 느낀다.



이에 도시오 가게에서 가져온 달력 속 등대 사진을 보면서 그 또한 등대를 보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는데...



각 지역에 흩어진 등대를 찾아 나서면서 그가 마주치거나 본 것들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여정이 한 편의 친근한 드라마를 보는 듯 다가왔다.



30여 년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가게를 접었던 그가 고등학교마저 자퇴하고 가게를 이어받은 인생길에는 친구, 자녀, 주변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발자취를 더듬는 과정과 함께  간지의 숨겨진 사연이 등장하면서 인연에 대한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등대는 멀리 있는 배의 길잡이로서 그 기능을 충실히 할 수밖에 없는 외로운 실체다.



이미지상의 등대가 그런 역할에 있다면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등대는 이와 함께 우연찮게 누군가의 등대역할을 하게 된 사연들을 풀어낸다.




아내도 그렇고 자신 또한 그러했다는 사실, 뒤돌아 보면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던 그 시절의 회상들, 자녀들과의 서먹한 관계와 친근한 이미지의 아버지는 아니었음을 깨달아 가는 모습이 한 인간의 인생에 담아 있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그렇기에 주저하지 않고 등대를 찾아 나선 그의 행보는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비추어보게 되고 그럼으로써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가짐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온다.




알고 보면 평범함 속에 깃든 행복이 얼마나 많은가?

문득 떠오른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즐거운 기분을 느끼는 것, 업무일에 대한 상사의 칭찬을 받는 일, 하물며 강아지가 반갑게 맞아주는 행동도 행복한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행복에 대한 소중함과 그 소중함을 느낀 고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나의 행복 또한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일상 삶에서 묻어 나오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란 것을 느껴보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