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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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되 그것이 어떤 독자들에 의해 이미 탄로가 난다면 그만큼 재미와 흐름이 끊기는 실망감도 없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출간된 책이, 그것도 출간 후 20년이 흐른 뒤에 서점의 추천으로 다시 출간이 된 책이라면 이미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묻어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나카마치 신' 이란 작가의 책이다.

'모방 살의'란 제목으로 출간되기 전인 1971년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그리고 죽음이 찾아온다'를 40년 만에 개고한 작품이라는데, 지금 읽어도 서술적인 방식에서는 전혀 시대의 흐름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다만 시대의 유행이 있다 보니 카메라의 경우엔 필름이 나온다는 정도?)

 

이 작가의 작품이 이제야 나오게 된 점이 안타깝다고 생각될 만큼 추리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7월 7일 오후 7시에 사카이 마사오란 사람이 죽은 것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서술 트릭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낚였다는 느낌이  들어맞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카이 마사오란 인물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사이다에 섞인 청산가리는 그가 죽은 상황을 돌이켜볼 때 누구의 침입 흔적도 없는 밀실 살인의 전형이었다.

 

촉망받는 신인 작가 상을 수상한 후에 차후 작품에 대한 창작에 대한 고민을 견디다 못해 자살 처리로 마무리 지은 경찰의 결과를 뒤로하고 두 사람이 등장하면서 사카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진행이 된다.

 

사카이의 선생의 딸이자 그의 연인이었던 아키코.  또 한 사람은 사카오와 같은 식으로 글을 쓰지만 창작에 관한 열의를 마음에 담아 두고 잡지사에 사건의 진행을 나름대로 다시 재조명해 글을 쓰는 르포 작가  쓰쿠미이다.

 

이 후 두 사람의 사건 해결에 있어서 번갈아가며 읽게 되는 사건의 진행 상황은 서술 트릭에 제대로 빠졌음을 나중에야, 한순간 '어! 이거 뭐지?' 다시 되감기 하듯 처음부터 시간의 흐름을 짚어보게 하는 탄복을 불러일으킨다.

 

창작의 고통과 표절이란 것을 사이에 두고 고민하는 사카오와 그와 연관된 또 다른 인물들의 관계, 아키코와 쓰쿠미의 사건을 맞춰가는 진행은 이 사람이 범인이었나? 하는 순간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그 순간에 이미 사건의 흐름은  같은 구절을 두세 번 다시 읽어보게 하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책이었다.

 

추리소설을 많이 접해 보고 이미 어떤 순간에 범인이라든가 상황의 전개를 대강은 그려볼 수 있었던 다른 책들보다는 이 책이 출간된 연도를 따져볼 때 시대를 너무 앞서간 나머지 당시의 독자들로부터는 그다지 지지를 못 받았던 것들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창작에 대한 고통과 주위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표절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은 공통된 감정과 느낌, 그리고 이성과 유혹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덮어버리고 하는 자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자간의 미묘한 흐름들이 과거의 일로만 치부하기엔 여전히 답보 상태인 현시점도 생각해 보게 했다.

 

이렇게 독자들로 하여금 제대로 속아넘어가게끔 주도면밀하게 진행시킨 작가의 이후 '살의'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진 것도 이해가 갈 만큼 뒤늦게 인기를 얻게 된  작가의 명성의 기간이 짧았다는 점과 이후엔 더 이상 그의 필력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전해 준 책이다.

 

마치 미로 속을 헤치다 겨우 빠지고 나온 느낌을 주는 .....

이후 계속 발간이 된다면 제대로 다시 한 번 낚여볼 참이다.

이런 낚임은 얼마든지 대 환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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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리락쿠마 자수 & 니트 소품 두근두근 애니멀 핸드메이드
주부와생활사 지음, 김수정 옮김, 코하스아이디 소잉스토리.송영예 감수 / 참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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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솜씨로 만든 제품들은 애착이 더 크게 다가온다.

작은 소품일지라도 어느 누구의 말처럼 장인의 손을 거친 한 땀 한 땀 묻어난 것도 아니지만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희귀성의 대한 가치는 누구를 막론하고 정감이 간다.

 

이 책은 귀여운 캐릭터 중에서 가장 친근감 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리락쿠마를 가지고 만들어 본 여러 가지 제품 응용에 관한 책이다.

 

평소에 리락쿠마는 인형으로만 보고 있었지만 이 책은 리락쿠마의 캐릭터를 제대로 이용해서 다른 책들처럼 한 가지만의 방법이 아닌 자수와 코바늘뜨기, 두 가지를 가지고 이용 할 수있는 아주 많은 다양한 제품의 응용을 다루고 보여주는 책이라 누구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작은 책갈피서부터 갖고 다니기 편한 가방에 나만의 솜씨로 새겨 넣는 자수는 시중에서 파는 일반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무난함과 단정함 속에 특유의 리라쿠마의 앙증맞은 모습들을 들여다보게 하는 기법이 수록되어 있다.

 

 

 

 

첫 장면부터 이미 완성된 제품의 나열들은 재주가 없는 사람들이라도 금방 서둘러서 한 번쯤을 해보게 만드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기게 하기에 충분하다.

 

완성된 제품도 제품이지만 뒤편에 본격적으로 앞에 나온 제품들을 어떻게 자수나 코바늘뜨기를 이용해서 완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바느질 기초서부터 완성이 되기까지의 도면들이 들어 있어 쉽게 해 볼 수가 있다.

 

 

 

 

 

 

 꼭 책에 나오는 천이나 실이 아니더라도 집에 남아있는 자투리 천을 이용해서 연습을 해 본 후에 본격적으로 해도 좋고 맞는 천이 있다면 즉시 그 자리에서 해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기법은 기존의 어렵게 나온 설명서보다도 훨씬 간략한 설명이되 시도해보기 좋게 편집된 책이라서 괜찮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한때 집에 mp3를 넣고 다닐 케이스로 손뜨개로 만든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핸드폰 케이스 같은 기성제품이 아닌 가볍고도 누구나 쉽게 뜨개질 할 수 있으며 뭣보다 리락쿠마를 겉에 붙여 주면 그 효과가 훨씬 배가 되는 제품의 탄생이 기대되는 파트도 있기에 이 책을 통해서 가까운 지인이나 집에 필요한 소품들을 직접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은, 뜻깊은 날에 선물을 한다면 훨씬 좋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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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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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고 가족들도 그렇고,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다.

내가 성장하면서 네 번에 걸쳐서 강아지를 키우고 새끼도 낳은 것을 어린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과 동물이란 차원을 떠나서 관계를 맺는다는 것, 인연이란 것에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때론 이런 동물들에게서 같은 인간에게 받지 못할 위로를 받게 되기에 사람들은 비록 말을 통하지 않지만 반려 차원에서 한 가족으로 동물들을 맞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 엄연한 사실을 앞에 두고서 하루하루 소중한 날들을 저축에서 돈을 빼내듯이 살아가고 있지만, 예견치 못한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슬픔은 정말 뭐라고 비교할 수가 없는 상실감이 덮쳐온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하필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그런 일들을 당한다면, 내 짧은 글의 솜씨로는 기막힌 표현을 할 수 없다는 한탄을 느끼게도 하고, 이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기대를 하고 있었고, 뭐 어디 어디 유명한 곳에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고 한다는 문구도 문구이지만 뭣보다 소재의 대상이 무척 특이해서 기다린 점도 있었다.

 

참매-

새의 종류라고 해봤자 참새, 제비, 까치, 부엉이, 솔개, 송골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짧은 지식 속에 참매를 다룬 책은 처음이고, 뭣보다 작가 자신의 상실감이 들어있는 책이라고 해서 상상컨대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상실감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려니 했다.

 

반은 맞는 이야기지만, 이 책에는 비단 이런 내용들만 있는 것이 아닌 저자의 다양한 지식의 이야기를 알 수 있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동물들과의 유대감이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며, 상실을 치유해가는 과정들을 통해 저자가 어떻게 극복을 해나가는지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가 그려진 책이다.

 

저자에 대해선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데, 이 책으로 인해  2015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새뮤얼 존슨상,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 상까지 수상한 책이다.

 

저자의 글솜씨는 이미 알려진 바대로 무척 유명하단다.

그것을 토대로 엮은 이 이야기는  그녀가 겪은 아버지와의 이별 이야기로  그녀에겐 커다란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사진 저널리스트였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현장에서 돌아가고 난 후에 연락을 받게 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참매에 대한 길들이기를 한 적이 있는 매잡이였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 남겨진 유품들을 통해 생전에 좀 더 가까이하지 못 했던 안타까움과 후회, 그리고 어느 한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침잠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그 시간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됨을....

 

저자도 바로 심연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직장도, 집도 곧 잃게 되는 상황이 닥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겨나갈 생각조차 못한다.

그러던 차에 막차를 탄 기분으로 어린 참매를 인수받아 키우게 된다.

동물 백과사전처럼 느껴지는 참매의 기본적인 생태 생활과 성격을 알게 되는 이 책은 읽다 보면 점차 참매에 대한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도도한 듯, 날카로운 발톱으로 때론 주인에게 조차 상처를 입히는 돌발행동, 풍부하게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하는 여러 가지 매에 대한 특징들을 읽노라면 매잡이와 매에 대한 흐름이 무척 신비롭게 느껴지게 된다.

이렇듯 매 길들이 첫 시작은 후드를 씌우고  주인인 저자의 존재를 모르듯, 그 상태에 있으되 있지 않은 듯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끝없는 기다림과 끈기를 요하는 참매 길들이기는 참매의 체중감량과 그 참매가 바깥세상에서 나갈 때 두려움조차 없게 만드는 과정들을 통해 참매가 창공을 날아가고 주인인 자신의 장갑에 사뿐히 내려앉을 때까지의 시간차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들이 영국의 광활하고 척박한 날씨의 변덕스러운 변화와 함께 시종 긴박감과 긴장을 요하며, 이는 곧 아버지가 해 준 말들을 떠오르게 하는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신문에 실어야 할 사진을 촬영할 때면, 가끔 내가 원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몇 시간씩 차 안에 앉아 있어야 하는 때가 있단다. 차를 마시러 가거나 심지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날 수도 없지. 그냥 인내해야 되는 거야. 매를 보고 싶으면 너도 참아야 해.”

.

저자가 참고한 매를 다룬 많은 책 속에서 그녀가 자신과 비교한 것은 아서왕의 책을 기록한 화이트가 쓴 자신의 참매, 고스 기르기에 대한 책이었다.

 

이후 이 책 안에서는 화이트가 자신의 참매인 고스를 대하는 방식과 저자 자신이 자신의 참매, 메이블(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뜻)을 길들이는 방식을 비교하면서 화이트가 겪었던 개인적인 아픔들이 고스에게 고스란히 투영이 되듯이 저자 자신도 인간이 아닌 메이블과 동시간, 동 시각의 존재로 자리매김을 하는, 인간이 아닌 참매의 경지에 들어서는 과정을 섞어서 보여주고, 화이트가 자신의 고스를 잃어버린 원인, 자신이 메이블을 대했던 자세와 마음가짐을 통해 상실의 아픔이 치유가 되고 그것을 벗어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매의 본성에 충실히 따른, 꿩과 토끼를 사냥하는 장면들은 확 트인 공간에서 인간과 동물 간의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고 때로는 인간의 마음을 몰라주고 제멋대로 이 나무 저 나무, 아니면 끝까지 사육지인 꿩이 있는 장소로 가서 무자비하게 죽이는 과정들을 통해, 때로는 저자 자신이 매에게 잡혀 죽어가는 토끼를 그 고통에서 빨리 헤어 나오게 자신이 먼저 죽이는 자연의 치열한 생존 현장의 묘사들은  저자가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현실에서 깨어나 비로소 자신을 자신대로, 메이블을 메이블 그 자체임을 알아가는 과정이요, 자연의 생태 그대로 보여준 현 지점에서 인간이란 이민자들이 들어와서 자신들 멋대로 그려나갈 목적으로 삼는 자연의 훼손 형태를 고발하는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다가왔던 수많은 관계를 거절하고 은둔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사회로 돌아오기까지 메이블은 그녀의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한 과정에 있었던 그녀 자신이었고, 유대감 깊은 동지였다는 사실 , 그 유대감이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저자가 느꼈던 아버지 죽음에 따른 슬픔을 헤쳐 나오는 데에 메이블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 그 과정들이 그녀에게 몰아쳤던 감정의 파고들과 하나하나 대비되는 책이기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떠난 후 이 세상에서 나는 법을 가르쳐준 나의 아름다운 참매에게 감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매가 계속 등장하지만, 누가 이것 매에 대한 책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것 같다.

 

참매에 관한 이야기이되 결코 그에 국한되지 않은 모든 인간들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여기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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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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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모두 다 다르겠지만 그날만은 온전히 우리들만의 날, 아니 나만의 날이라고 생각되는 날들 중 하나가 바로 결혼식과 허니문이 아닐까?

 

특히 허니문, 말 자체도 정말 달콤하게 들리는, 벌꿀들의 촘촘히 메워진 집에 들어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둘만의 시간을 즐기기엔 정말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조조 모예스의 사랑 이야기는 지금까지 모두 3권을 읽은 셈인데 저마다의 특색이 모두 있다는 점에서 그녀가 그리는 사랑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목 자체에서도 왠지 설렘이 전해지는 허니문 인 파리다.

파리하면 예술의 도시라고 알려져 있지만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밝은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바토뮤슈를 타고 에펠 탑이 쏘아내는 불빛과 노트르담의 정취에 누구나 예술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도시란 생각이 든다.

 

나만의 생각 일진 모르겠으나 파리는 바로 그런 낭만 때문에 비록 뒷골목의 구석진 곳에 우중충함의 산물들이 있을지라도 그마저도 파리의 한 색깔이려니 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게 하는 매력을 지닌 곳이라고 느껴오고 있다.

 

그런 곳에 시대는 달라도 두 쌍의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사랑과 결혼, 그리고 행복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2000년대의 23 살의 새 신부 리브는 전도 유망한 건축가인 데이비드와 사랑에 빠진 순간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그를 사랑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주위의 우려를  잠재우고 급히 결혼을 한다.

 

누구나 꿈꾸는 곳, 바로 파리에서 진정한 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신혼여행으로 오게 되지만, 오랫동안 정성을 들인 클라이언트를 놓칠 수 없었던 데이비드는 그녀를 홀로 남겨 둔 채 신혼여행지인 파리에서 일을 하러 돌아다닌다.

너무나 실망한 리브-

홀로 미술 전시회나 음식을 먹는 신혼에 점차 결혼을 왜 이 사람과 했을까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되고 마침 미술관에서 한 점의 그림을 발견하게 되는데... 

 

남녀를 떠나 결혼을 앞두고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자명 한 사실일 것이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홀로이되 홀 몸이 아닌 둘만이 가꾸어 나가는 또 하나의 신세계를 그리는 과정에서 올 수밖에 없는 진정한 내 짝에 대한 확신과 그 확신을 증명하는 결혼과 신혼여행을 거치는 과정에서 그들은 앞 날의 설계와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리브의 경우엔 한순간에 빠진 사랑의 타임을 놓치기 싫고 거의 확실시했던 상대였기에 젊은 나이임에도 결혼을 하지만 데이비드가 신혼여행지, 알고 보니 클라이언트가 바로 그곳에 머물고 있단 소식을 접하고 신혼여행지로 정했단 사실에 실망을 하고 만다.

 

미술관에서 바라본 그림의 주인공은 19세기의 가난한 예술가인 화가 에두아르와 이제 막 결혼해 파리에서 신혼을 즐기고 있는 소피가 느끼는 심상한 마음의 상처를 그린 남편 에두아르의 그림이었다.

 

가난한 점원이었지만 자신을 사랑한다고 결혼을 청혼해 온 에두아르와의 결혼 생활은 주위의 여성들의 차림새와 말장난에 의해 과연 나는 평생토록 자유 영혼자인 에두아르와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대목에서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신혼을 느낄 분위기의 두 여성의 심리 상태와 주변의 환경,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 결혼에 대한 진지한 되물음을 물어봄으로써 어떻게 결혼생활을 이어나갈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독자들이 느끼게 한다.

 

서로 간의 눈에 콩깍지가 쓰여서 천생연분이란 하늘이 맺어 준 인연에 대한 기나긴 여행에서 필요한 양보와 타협, 바로 그것이 진정한 결혼의 길임을 느껴가는 두 여인의 사랑 확인 법이 조조 모예스 특유의 글로 구성된 책이란 생각이 든다.

 

***** 어쨌든 이런 게 결혼 생활이다. 양보와 타협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p.101

 

눈물을 펑펑 쏟아냈던 첫 작품과 색다른 가족의 구성 이야기 속에 사랑을 그린 전 작들에 비한다면 책 두께도 얇고 결말 부분들이 서둘러서 끝내버린 듯한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신혼에서 그리 긴 이야기가 뭐가 필요 있을까?

그저 주위 사람들 눈에 안 보이고 오로지 그(그녀)만 보이는 것을.......

 

곳곳에 각기 다른 신혼여행 남녀들이 사랑이 찍힌 사진과 파리의 여기저기 모습들의 사진들이 있기에 파리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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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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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의 정신과 몸이 온전하게 유지될 수 없는 어느 방랑자처럼 매일 변하게 된다면?

정확히는 내가 원하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다른 새로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하루 동안 온전히 그 사람으로서 살아가게 된다면, 행복일까, 불행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한순간에 웃고 넘길 상상력에 기대어진 한 여름밤의 꿈처럼 그저 몽상으로 그치길 바랄 뿐일까?

 

책을 접했을 때는 엉뚱하게 타인의 몸에 들어가 좌충우돌 겪게 되는 상황을 그리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읽다 보면 그렇지만도 아닌, 미국의 청소년 권장도서로 됐다고 하는데서 내용의 질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이다.

 

A(스스로 그 자신 나름대로 지어준 이름인 주인공 이름이다.) 는 매번 아침이 올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 몸속에 들어가 있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도 알 수 없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몸속을 거치면서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살아가지만 어느 날 저스틴이란 16살의 남자아이 몸속으로 들어간 후, 그의 여자친구인 리애넌을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단 하루뿐인 그 시간 밖에는 그녀와 함께 보낼 수가 없다는 점-

이후 매번 그녀가 사는 집 주위로 멀게는 4시간에서 가깝게는 몇 십분 밖에 걸리지 않는 지역에 사는 아이의 몸속에 들어가 살면서 그녀와 연락을 취하고 만남을 반복한다.

 

원치 않는 몸속이란, 쌍둥이 집 안에서 하루는 쌍둥이 형으로 있는가 하면 동생으로 다시 살고, 흑인 여자아이였다가, 포르투갈 말을 쓰는 집 안의학생의 몸이었다가, 자살을 꿈꾸는 여학생의 몸으로, 어떤 때는 하루 종일 허드렛 일인 변기 청소부터 시작해 끝을 마치는 어려운 생활의 청소년으로, 헤비메탈의 옷을 입는 남자아이, 미식축구 선수 아이....

 

성별이 하루 만에 바뀌는 환경에서조차 리앤넌에게 자신의 실체를 밝히며 사랑을 함께 하길 기대하지만 현실 여건은 만만치 않다는 점, 더군다나 네이선이란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간 일은 실제 네이선을 곤란하게 만들게 되고 폴 목사님의 몸속에 자신과 같은 부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느끼는 A의 고민은 폴의 유혹을 물리치기엔  커져만 간다.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곳곳에 작가의 생각이 묻어있는  글들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오로지 자신의 연락망인 인터넷 메일을 통해 리애넌과 만남과 내용을 주고받는 현시점에서 (이런 점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낼 수 없는 가상의 공간과 같은 분신 그 자체다.)그와 리애넌이 바라는 현실에서의 사랑을 가꾸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겉모습은 매번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내면의 실제 존재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리앤넌의 사랑은 현실에서는 가능할 수 있을까?, 아니 영원히 한 타인의 몸을 빌려 살아간다면 그것이 가능할 수는 있었겠지만 A는 그런 유혹을 갖질 않는 순수한 주인공으로 나온다.

 

비록 내가 원하는 바의 몸은 아니었지만 하루 동안의 타인의 몸을 빌렸기에 영원히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한계, 적어도 그 몸의 본인 자신은 A가 하루 동안 자신의 몸을 빌려서 살았다는 기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인생에 피해는 주지 말자는 각오는 새삼 다르게 볼 수 있는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책 뒤 편에 보니 작가는 동성애자라고 한다.

과연 책 내용에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렇게 행동하기까지, 오류와 진행을 겪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사랑'에 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가 있다.

 

***** 내 경험에 따르면 욕망은 욕망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나는 한 번도 성별에 따라 사랑을 한 적이 없다. 개인과 사랑에 빠질 뿐이다. 사람들에게 이것은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왜 이리도 명백한 문제가 그토록 어려운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P185~186

 

청소년들이 갖는 인생에 대한 고민들을 엿볼 수가 있는 동시에 이 책은 인생 전반에 걸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톡톡히 경험을 치른 A의 성찰기이기도 하다.

 

리애넌이 같은 여성의 몸으로 다가선 A에게 선뜻 키스를 머뭇거리는 행동엔 작가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생각을 던져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 이런 모든 것을 허물 수 있는 통념 내지는 새로운 개혁적인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 A와 리애넌의 관계를 통해 '사랑' 이란 무엇일까를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책이다.

 

폴의 유혹을 물리치면서까지 리앤넌에게 새로운 사람이되 새로운 사람이 아닌 자신의 존재의 각인을 시켜주는 A의 아픈 사랑의 이야기는 리애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랑' 법으로 나오는 다른 책 '또 다른 날(Another Day)'란 책에서 다시 만나보게 된다고 한다.

 

A가 저멀리서 그리는 리앤넌의 변화된 사랑은 있을지,아니면 A의 사랑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또다른 그를 기다릴 지, 기대되는 책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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