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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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의 정신과 몸이 온전하게 유지될 수 없는 어느 방랑자처럼 매일 변하게 된다면?

정확히는 내가 원하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다른 새로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하루 동안 온전히 그 사람으로서 살아가게 된다면, 행복일까, 불행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한순간에 웃고 넘길 상상력에 기대어진 한 여름밤의 꿈처럼 그저 몽상으로 그치길 바랄 뿐일까?

 

책을 접했을 때는 엉뚱하게 타인의 몸에 들어가 좌충우돌 겪게 되는 상황을 그리는 내용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읽다 보면 그렇지만도 아닌, 미국의 청소년 권장도서로 됐다고 하는데서 내용의 질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이다.

 

A(스스로 그 자신 나름대로 지어준 이름인 주인공 이름이다.) 는 매번 아침이 올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 몸속에 들어가 있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모도 알 수 없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몸속을 거치면서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살아가지만 어느 날 저스틴이란 16살의 남자아이 몸속으로 들어간 후, 그의 여자친구인 리애넌을 사랑하게 된다.

 

문제는 단 하루뿐인 그 시간 밖에는 그녀와 함께 보낼 수가 없다는 점-

이후 매번 그녀가 사는 집 주위로 멀게는 4시간에서 가깝게는 몇 십분 밖에 걸리지 않는 지역에 사는 아이의 몸속에 들어가 살면서 그녀와 연락을 취하고 만남을 반복한다.

 

원치 않는 몸속이란, 쌍둥이 집 안에서 하루는 쌍둥이 형으로 있는가 하면 동생으로 다시 살고, 흑인 여자아이였다가, 포르투갈 말을 쓰는 집 안의학생의 몸이었다가, 자살을 꿈꾸는 여학생의 몸으로, 어떤 때는 하루 종일 허드렛 일인 변기 청소부터 시작해 끝을 마치는 어려운 생활의 청소년으로, 헤비메탈의 옷을 입는 남자아이, 미식축구 선수 아이....

 

성별이 하루 만에 바뀌는 환경에서조차 리앤넌에게 자신의 실체를 밝히며 사랑을 함께 하길 기대하지만 현실 여건은 만만치 않다는 점, 더군다나 네이선이란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간 일은 실제 네이선을 곤란하게 만들게 되고 폴 목사님의 몸속에 자신과 같은 부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느끼는 A의 고민은 폴의 유혹을 물리치기엔  커져만 간다.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곳곳에 작가의 생각이 묻어있는  글들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오로지 자신의 연락망인 인터넷 메일을 통해 리애넌과 만남과 내용을 주고받는 현시점에서 (이런 점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낼 수 없는 가상의 공간과 같은 분신 그 자체다.)그와 리애넌이 바라는 현실에서의 사랑을 가꾸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겉모습은 매번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내면의 실제 존재하는 자신을 사랑하는 리앤넌의 사랑은 현실에서는 가능할 수 있을까?, 아니 영원히 한 타인의 몸을 빌려 살아간다면 그것이 가능할 수는 있었겠지만 A는 그런 유혹을 갖질 않는 순수한 주인공으로 나온다.

 

비록 내가 원하는 바의 몸은 아니었지만 하루 동안의 타인의 몸을 빌렸기에 영원히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한계, 적어도 그 몸의 본인 자신은 A가 하루 동안 자신의 몸을 빌려서 살았다는 기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인생에 피해는 주지 말자는 각오는 새삼 다르게 볼 수 있는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책 뒤 편에 보니 작가는 동성애자라고 한다.

과연 책 내용에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렇게 행동하기까지, 오류와 진행을 겪었던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사랑'에 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가 있다.

 

***** 내 경험에 따르면 욕망은 욕망이고 사랑은 사랑이다. 나는 한 번도 성별에 따라 사랑을 한 적이 없다. 개인과 사랑에 빠질 뿐이다. 사람들에게 이것은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알지만, 왜 이리도 명백한 문제가 그토록 어려운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P185~186

 

청소년들이 갖는 인생에 대한 고민들을 엿볼 수가 있는 동시에 이 책은 인생 전반에 걸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톡톡히 경험을 치른 A의 성찰기이기도 하다.

 

리애넌이 같은 여성의 몸으로 다가선 A에게 선뜻 키스를 머뭇거리는 행동엔 작가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생각을 던져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안에 이런 모든 것을 허물 수 있는 통념 내지는 새로운 개혁적인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겪는 A와 리애넌의 관계를 통해 '사랑' 이란 무엇일까를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책이다.

 

폴의 유혹을 물리치면서까지 리앤넌에게 새로운 사람이되 새로운 사람이 아닌 자신의 존재의 각인을 시켜주는 A의 아픈 사랑의 이야기는 리애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랑' 법으로 나오는 다른 책 '또 다른 날(Another Day)'란 책에서 다시 만나보게 된다고 한다.

 

A가 저멀리서 그리는 리앤넌의 변화된 사랑은 있을지,아니면 A의 사랑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또다른 그를 기다릴 지, 기대되는 책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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