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아홉 살의 제인은 주위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지만 자신만은 알아볼 수 있는 환상의 친구 마이클이 있다. 뮤지컬 제작자인 엄마 비비엔은 남편과의 이혼을 밥 먹듯 하고, 그러면서도 항상 제인에게 그녀만의 방식을 강요한다.(살찐다는 명목하에 아이스크림 먹기 제제, 옷 입는 의상의 타입...)   

그런 어린 제인의 맘을 알아봐주고  보살펴주는 마이클은 어느 날 제인의 생일 날 다른 어린 친구들을 보살펴 줘야 한다며 그녀 곁을 떠나게 되고 세월이 흘러서 23년 후- 제인은 엄마의 제작비 도움으로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극(소녀와 마이클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함) 이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영화화하기로 결심을 굳힌다. 연극에서 마이클 역을 한 휴와는 연인 관계로 발전을 하게 되고 어느 날 마이클 또한 자신의 임무를 다 마치고 간만의 휴식을 취하고자 뉴욕에서 있던 중 길가에 지나가던  어른이 된 제인의 모습을 보게 되고 곧이어서 그녀의 행방을 쫓아가게 된다.  

한편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려는 이익에 욕심이 어두운 휴의 이중성에  실망한 제인은 어릴 적 마이클과 같이 같던 호텔에서 미모의 여인과 식사를 하려던 마이클을 만나게되고 이후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마이클 자신도 모르게 어린이들을 위한 아낌없는 보살핌의 역할을 하면서도 면도를 한 어느 날 자신의 얼굴에 베인 상처를 보고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감탄을 하게되고 이후의 자신이 왜 그녀 곁에 돌아와야했는지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자신이 제인과 있을 수록 제인을 이승에서 하늘로 데려가야한다는 임무가 주어졌다고 생각한 그는 제인과 잊지못할 여행을 하게되고 제인이 잠든 사이 그녀곁을 떠나게 된다. 한편 돌아온 그에게 제인의 엄마인 비비엔의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해 있단 사실을 알게되고 뒤이어 제인도 엄마와의 솔직한 화해와 이별을 하게 된다.  

이후의 마이클은 제인이 제작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성공을 하게 된다.  

어릴 적 동화책을 읽다 보면 환상 속의 백마 탄 왕자나 공주, 그리고 무엇이든 소원만 빌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를 갖고 있는 마녀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게도 이런 마법의 힘이 있었음, 아니 정말로 내 곁에 주위의 아랑곳 없이 나만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음 더 말할 나위없을 거란 생각을 가진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현실에선 전혀 타당성이 없는 비 현실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따뚯한 로맨스를 읽었단 가벼운 흥분을 느껴주게 하기엔 무리가 없을 듯 싶다.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란 제목에서 보듯이 다가서기엔 자신의 처한 위치가 그것을 극복해 나가기엔 무리가 올 줄 알면서도 , 그러면서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잠시나마 그녀 곁을 떠날 결심을 해야했던 마이클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마이클이 말했듯이 결국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처럼 네 명으로 이루어진 단란한 가족으로 행복의 미래로 마무리된 마이클과 제인의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의 이야기는 그래서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줄 수 있는 행복한 로맨스요, 인간의 진실된 사랑찾기를 위한 여정을 나타내준 이야기가 아닌가한다. ( 읽다보면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시공간을 넘어선 사랑의 이야기를 데자뷰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이미 날씨는 봄 날을 넘어서 초 여름을 무색케 할 만큼 더워지고 있는 이 때, 잠시나마 가벼운 맘으로 읽을 수 있는 따뚯한 로맨스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바이버 클럽 Medusa Collection 11
리사 가드너 지음, 이영아 옮김 / 시작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질리언 헤이스 - 마케팅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린 시절 재즈가수였던 엄마의  활동과 남성 편력속에서 자라다 나이 터울이 많은 동생 트리샤를 자식처럼 아끼는 여자이면서  사건을 당한 여인들과 같이 서바이버 클럽을 조직한다.  

메그페사투로 - 대학생인 그녀는 어느 날 룸메이트가 없는 사이에 들어온 강간범에게 당한 후 다행증이란 변명을 안고서 일체의 과거 일을 기억하지 못한채 살아가는 여인이다.

켈리로슨 - 부호들이 사는 대 저택에 변호사를 하는 남편 댄과 같이 살던 중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다 사고를 당한다. 사건당한 피해자 중 제일 연장자이다. 

로언 그리핀 - 주 경찰로서 부인이 암에 걸린걸 알면서도 소아성애병자를 잡기위해 애쓰던 중 부인이 죽고 자신의 이웃인 친하게 지낸 데이비드 프라이슨이란 사람이 범인이란 걸 알고 분노하게 된다. 이후 근신 기간을 거쳐 복귀와 더불어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이 책에는 위의 네 사람이 크게 주측이 되어서 강간이란 테마를 주제로 사건의 전개를 하고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던 위의 세 사람의 여인들이 당한  동생의 죽음을 본 사실과 , 더불어 심한 폭행과 시간의 간발차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질리언, 그리고 삼촌이 마피아대부 업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여대생 메그, 주로 여대생 위주로 사건을 저지른 강간범이 전혀 뜻밖의 중년 여성을 강간하고 그 대상이 됬던 켈리, 그리고 이웃의 주범을 자신의 손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믿었기에 부인의 간호를 부탁했던 자신의 행동을 용서 할 수 없었던 경찰 로언의 각기 다른 사연들이 맞물리면서 흡사 미드 CSI를 방불케 하는 사건의 해결 실마리, 그리고 이 와중에 로언과 질리언의 서로 처한 위치를 보듬어 가면서 애정을 느끼는 요소요소가 충분히 스며들고 있다. 강간을 당한 사람들과 그 가족이 느끼고 살아가는 감정의 폭이 넓게 표현이 되었고 강간범이라고 체포되어서 법정에 들어가는 에모를 저격한 저격법, 그 저격범이 근처 주차장에서 폭발사고 죽은점... 

사건의 실마리를 전혀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에모가 결코 범인이 아니라고 우기는 그의 애인과 그의 어머니, 법정 소송을 거는 문제,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되는 에모의 정액, 그리고 죽은 에모 이후에 계속 에모의 정액이 검출되고, 이 사건은 전혀 범인이 누굴까라고 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의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읽어가는 매력이 있다. 결국 교도소에 있는 프라이스의 면회로  첫 번째 강간을 당했던 메그가 사실은 13세때  아버지의 회사 직원으로 가깝게 지냈던 프라이스와 관계가 성립이 되고 그 사이에 낳은 딸이 메그의 동생으로 있는 몰리란 사실, 감방에 있으면서 추행사건으로 들어온 범인이 프라이스에게 자문을 구하게 되고 원격조정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번진 강간범 추격전은 아주 긴박감이 넘친다.  

이 책에는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보여지는 미국식 액션장면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해소 차원의 갈증을 유발하는 감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강간이란 주제가 내포하고 있는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가족간의 갈등,  그것을 풀어나가는 심리의 과정, 기억이 되살아나는 과정이 적재적소로 배분이 되어져 있기에 추리소설 기법을 취하고는 있지만 당한 여성들의 자책감의 내면심리묘사와 그들 사이에서도 번지는 솔직한 불신, 그리고 결국엔 서로가 믿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을 헤쳐나가려면 끊임없는 관심과 보살핌을 줘야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음지에 속해서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보단 당당히 서바이버클럽을 만들어서 검찰의 소극적인 행동에 맞서 방송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밝힌 용감성, 그리고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에모의 자식을 위해서 익명으로 기부한 질리언의 양심, 유들유들한 감성을 내포한 채로 자신의 탈출을 계획한 프라이스란 인물의 성격등이 세세한 인물의 묘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울분을 하게 만드는 작가의 캐릭터 창조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명함엔 컨설턴트라는 직함에 구조조정일을 하고 있다. - PC통신에 추리소설을 기고하고 군대있는 동안 인터넷을 알게되면서 복학 후 어떤 신사로부터 자신의 회사에 맞는 추리소설을 써달라는 스카웃 제의와 함께 소설을 써 나가기에 필요한 소재와 여러 자료들이 오게 되면서 이 일을 하게 된다. 여당 전임 사무총장의 인슐린을 이용한 자살, 목사의 수치심을 이용한 죽음으로 몰아가기... 이러한 수법이 어느 날 신문에 실린 실제 상황으로 사건이 이어진 것을 보고 처음엔 두려움에 싸이게 되지만 자신도 모르게  두둑한 돈 다발을 일에 대한 보상금으로 받게 되면서 점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누구에게나 죽을 좋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한 일을 정당화하게 된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보단 훨씬  많은 돈을 만지게 되면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유혹을 느끼는 그가 하는 유일한 낙은 동물의 왕국에서 나오는 콩고의 고릴라의 생태계를 보는 것이다.  

자신이 이 일을 함에 있어서 누가 자신을 고용하는지, 그 존재조차도 모르고 의뢰인과의 관계도 철저하게 모르는 사이로 진행이 되는 가운데 자신 또한 철저한 직업의식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법의학서부터 의학, 살인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컴에 저장하게 된다. 어느 날 회사에서 자신의 사무실을 차려주게 되고 경리사원인 현경과의 몇 번의 만남을 갖게 되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로 넘치는 선물을 해 주게 된다. 하지만 이별을 갖게 되고  결혼정보회사에서 주선된 만남으로 좋은 감정을 갖게된 일러스트레트로 일하는 예린이란 여인을 만나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어느 날 회사의 한 간부가 자신을 찾아와서 회사의 로고상표라면서 보여준 다이아몬드이 그림이 그녀의 집에 걸려있는 그림과 같단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 이미 회사에서 테스트라고 제시한 또 다른 살인 구조조정의 일을 담당하게 되지만 그 대상이 현경이란 사실에 망설이게 된다. 결국 그녀가 목매는 것으로 끝을 내게 되는 결과를 제시하지만 그녀는 강에 투신함으로써 자신 외에 또 다른 구조조정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그녀가 실제로 썼는지에 대한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유서의 내용엔 자신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단 사실까지 ... 

이 모든것에서 해방되는 길은 자신이 멀리 떠나는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콩고로 가서 고릴라를 보기고 한다. 콩고에 도착한 그는 흑인 인신매매단에게 끌려가서 뎅기열로 고생하게 되고 그 와중에 통역관으로 온 "정"이라 불린 한국인으로 부터 구조를 받고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회사부품의 필수품인 콜탄을 구하기 위해 주재원으로 일하던 중 콩고내전으로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그런 환경에서 자신도 뜻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에게 생명에 위협을 주는 일을 하게 된 그의 양심이 더 이상 회사를 위해 일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사표를 제출하게 된 경위, 그리고 닥치는 대로 먹고 살기 위해서 살인까지 서슴지 않고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서 고국으로 돌아온다.    

예린에게 사실적인 답을 원하고 헤어진 그는 자신의 뒤를 봐 주던 여 매니저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들 사이에 딸이 태어나고 학창시절에 다녔던 교회를 그녀와 같이 다니면서 일반 사람들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물론 구조조정일은 계속하면서- 

아주 색다른 소재를 접했다. 작년의 "내 심장을 쏴라"의 내용이 소외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있었다면 이번 소설은 소설 속의 대사나 작가의 말처럼 내가 하는 행동 하나가 지구 어딘가에선 그로 맘미암아서 고통과 죽음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입각해 다뤄보고 싶었단 말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읽다 보면 장지글러가 고발한 세계의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저지르는 만행을 고발하는 내용도 담고 있고 , 무엇보다도 소설 속 1인칭 화자인 그가 하는 주된 일의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것이  그 종류중에서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구조조정이고 진정한 구조조정은 결코 조정되지는  않는다는 점.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들 뿐이란 사실엔 무거운 짐을 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신의 필력 하나로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가장 자연스런 암살을 이루는 일. 모두가 만족스런 결과를 주는 암살을 원하기에 그가 하는 일은 가끔 만나는 고교 동창생인 반장이 인턴들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인간미 넘치는 고민을 부러워한다.  

IMF과정이나 요즘 실업자가 많은 시대에 이런 소설의 얘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콩고에서 알게된 정의 고백처럼 ("내 손에 그들의 피를 묻혔던 건 아니야. 누가 나를 처벌할 수도 없고 비난할 사람도 없어. 하지만 내가 거래한 돈으로 산  총에 맞아 정글 어딘가에 버려져 있는 시신들에게 그런 변명이 통할까?")  자신은 죽은 자와의 원한도, 안면도 없는 사이지만 주위의 이해타산과 자신의 금전적 욕망으로 인해서 죽음을 몰아간 자신의 행동, 뒤늦게 깨달은 현경에 대한 사랑, 정말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었던 예린의 존재마저 회사가 고용한 직원의 하나였음을 알았을 때의 충격,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구조속에서 그나마 자신이 정착을 한 곳은 자신의 스케줄을 처리해 줬던 같은 회사의 직원 그녀, 매니져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를 다니는 그녀를 통해서 학창시절 크리스마스  때 교회를 다녔단 인연으로 같이 다니게 되면서 원죄에 대한 연결. 목사의 산상수훈 설교에서 산상노인의 얘기와 연결시킨점, 딸의 태어남이 현경에게 가졌던 자신의 아기  존재에 대한 궁금증 연결, - 이 모든것이 하나의 공통된 원형으로 연결이 되면서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함께 작가가 묻고 싶었던 "당신은 당신일을 좋아하는가? 이 글이 끝날때까지 잊지 않길 바란다라는 말에서 다시금 책 앞페이지를 보게 만든다. 직장에 다니다 명예퇴직이든 정상적인 퇴직이든 간에 어떤 경위가 됬든 다니던 직장에서 명함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이 없어지는 날 세상의 광막함과 마주해야 하는 현실, 비탈길을 굴러가는 것은 순식간이란 구절엔 현대인들이 가진 소모성의 한계를 당하는 것 같은 쓸쓸함을 가져온다. 

 치밀한 구성과 함께 영화적으로도 만들어 진다면  아주 다양한 스놉시스가 보여질 것 같고 작가가 내포하고 주장하고 싶었던 현대인들의 고뇌와 어디에도 둘 곳 없는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단 말 밖엔 할 수 없는 현대의 생활을 대변해 주고 있는 좋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스
프랑수아 베고도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경은 프랑스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의 현실과도 맟닿은 공통점을 엿볼수 있는 책이다. 

작가가 실제로 근무했던 19구역의 중학교 선생님으로서 겪었던 경험담을 담아서 책으로 펴냈고, 영화제에서도 상을 받았다고 한다. 개봉은 했지만 아직 보질 못했다.  

프랑스의 행정구역상 루부르 박물관이 있는 구역을 1구역으로 기준으로 해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 구역이 정해지는데, 10구역 밖부터는 그야말로 외곽지대로 소위 말하는 빈민층이 살고 있고 외국인 사람들이 몰려사는  지대가 많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 처한 구역에서  근무지로 다니던 19역의 중학교에는 그야말로 다인종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이민자의 자녀들로 이루어진 천국이라고 할 수있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사람, 중국의 불법 체류자을 둔 학생,  유대인, 골고루 각 종교를 가지고 있는 환경에 있는 학생들은 저마다의 가정환경이 그리 좋지 못한 그야말고 가정불화의 연속, 맞벌이,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가 가르치던 프랑스어가 아주 익숙지 못한 학생들이 대부분인 점이다. 그래서 글 내용중엔 작문법의 과거시제, 현재법, 조건법, 현재분사등등,,, 우리네 영어교육과 다름없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점이 흥미롭다. 

근무시간 33주에다 *4주 - 국경일을 제외하고 136일의 근무일수를 가지고 앞으로 학생들과 어떻게 수업해야 하는 걱정에서 부터 교무실에 모이기만 하면, 우리네 교육현실과는 전혀다른 각 학년의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담당하는 여건상의 환경도 있겠지만 각 개인의 학생들의 그날에 있었던 옳지 못한 행동에대한 의견을 나누는 점이 이채롭다. 각 교실에 있는 학생들의 반항적인 말투와 선생님을 향한 무시,옷차림과 모자쓰는 행동,욕설, 그리고 그런 학생을 볼  때마다 체벌 학생을 직접 교장실에 데리고 가는 일상의 풍경이 우리에 교육현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인상을준다. 대화를 하다 보면 아주 쉬운 낱말의 뜻을 그렇게도 모를 수가 있는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프랑스어 시간에 일일이 비유를 해가면서 설명을 해주는 선생님을 볼 때면 우리의 학생들 실력이 이 정도보단 낳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뭣보다 부러운점은 작문시간이다. 요즘에도 계속 수험생들은 물론이고 미리미리 선행학습이다 해서 논술실험에 대비하는 저학년의 습작 생활을 볼 때 프랑스는 수업시간에 이미 시사적이고 근본적인 철학적인 문제를 제시해주고 작문숙제를 내 주는 점이다. 우리의 대입시험이 있듯이 바칼로레아라고 하는 시험에서 이런 주제의 논술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있는바, 어렸을 적 부터 습작의 힘을 길러 주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교장실에 모여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각 개인의 학생들의 평가를 기준으로 각 선생님들이 평가한 것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직업계열, 인문이공계열의 선택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단 점도 학생 수가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놓고 볼 때 일일이 개개인의 취향과 성적, 행동을 고려한 심도있는 토론이 인상적이다.  

여러 인종들이 모여사는 지역이다 보니 융통성 있게 학과 진도와 시험의 탄력성이 있단 점도 눈에 뛴다. 라마단, 욤켜푸르, 이드 라고 불리는 각 종파들의  기념일이면 당일 시험을 치를 수없고 결석이 당연시 된다는 점에서 오는 학교의 융통성은 우리나라완 또 다른 교육의 체계를 보여준다. 교장선생님과 담임과 타 선생님간의 학생 퇴학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불리함이 없도록 타 학교 전학조치를 취하는 점이나, 학교의 성적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외주 채점교사가 타 학교의 시험지와 같이 채점해서 비교를 하지 못하도록  당 학교의 시험지만 채점토록 노력하는 교장선생님의 노력과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에 나오는 문제 중 간과하고 틀릴 수 있는 프랑스어 문법의 전형적인 문제들을 세심하게 다뤄주고 있는 작가의 선생님으로서의 노력이 엿보인다. 

때론 극심한 말투와 행동으로 선생님들의 고개를 젓게 만드는 아이들이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 일테면 프랑스어에 대한 압박감,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통역을 해줘야하고 ,일부는 통역자를 데리고 와야하는 현실, 또 종교의 다양성에 맞춰서 종교와 무관한 교육기관에서 나라이름을 공개적으로 쓰는 일에 대한제제는 이민자 평등에 맞는 교육체계에 대한 고려가 있음을 ,앞으로 우리가 처할 다문화 가정에서 오는 충돌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책을 읽어가면서 내 고교시절이 아주 많이 떠올랐다. 영어완 또 다른 뉘앙스를 풍기는 불어시간이 정말로 생각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특히 학생들을 괴롭히는 동사의 변화부분에선 웃음이 나온다.) 책 중간에 읽어보는 불어도 해석해 보고, 학생이 틀린 부분이 나오면 이건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답을 맞춰보듯 담임이 정답을 가르쳐주는 부분에선 나도 모르는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했다. 사는 장소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다 할지라도 중국 불법체류자로 소환 될 위기에 처한 밍이란 학생에 대해서 선생님들이 법원에 진정서를 내고 시간이 비는 대로 법원에 출석해 주는 행동은 비록 피부는 다를지라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내 제자요, 우리의 국민으로 여기는 개방적인 면을  엿볼 수가있다.  

얼마 전 끝난 드라마 "공부의 신"에 나오는 열공하는 학생과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노력의 모습은 이곳 프랑스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엔 치열한 교실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아 역시 사는 모습들은 어디나 똑같구나 하는 평범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말썽부리는 학생이 적은 좋은 지역으로 가길 원하는 선생님들의 솔직한 대화라든가, 처벌을 받고서 곧바로 반성문을 제출하는 학생들의 행동,하나하나가 우리들이 겪어왔던 학창시절을 보는 것 같은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솔로몬 케인
로버트 E. 하워드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극장에 갔다가 포스터가 있는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른 영화를 봤다.  문학쟝르 중에서 판타지 형식을 취하는 책을 어렸을 적에 읽은 이후로는 그다지 즐겨 읽지 않았다. 허구성이 있는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때론 우릴 한 순간 다른 시간으로 이동을 시키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에 빨려들 만큼 매력적인 글을 접하지 못했던 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가 된다.  

하지만 이번 이 책을 쓴 작가의 글인 "솔로몬 케인"은 아주 음울하고 피 냄새가 나며 때론 극히  미로와 같은 궁전의 탐험을  같이 동참하게도 하는 등 , 아주 신선한 글을 가졌단 생각이 든다.  총 9편의 글중 2편은 미완성의 작품으로 맨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지만 그 책의 내용도 결말이 정말 궁금해 지게 하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16세기 청교도인으로서 악의 근원을 물리치고자 방랑의 길을 떠나는 케인의 모습은 책 표지의 영화 포스터처럼 창백한 얼굴에 온통 검은 옷으로 감싸고 있고 칼과 모자, 그리고 엔롱가라고 불리는 책의 대부분에 나오는 노인으로서 쥬쥬족의 마술사요, 흑인 노예출신으로 부터 받은 고양이 머리 모양의 장식을 한 지팡이를 가지고 다닐 뿐이다. 그런  케인의 묘사는 그래서 더욱  날카로운 그의 시선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는 요소로 작용을 한다. 프랑스에서 부터 곳곳에 아프리카를 주 무대로 다니면서 나쁜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케인의 모습엔 오늘 날 21세기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 글이 씌여진 연대를 생각한다면 정말 이 글을 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그저 부럽고 필력에 감탄마저 느낀다.  

SF적인 현란한 무기를 소지한 것도 아니면서 철저하게 몸이 부르는 육감으로 적을 막고 물리치는 모습의 장면은 오히려 거창하게 휘두르는 용사보다도 더욱 눈길을 끌기에 모자라지 않는다. 곳곳에 데쟈뷰처럼 느껴지는 사건의 현장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장면엔 어떤 주술적인 환상의 마법 세계와 결합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며, 마법사의 주술이 나오는 장면은 그것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의 세계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특히 해골의 달 이란 작품에 묘사된 여왕의 모습은 흡사 잉카제국의 여왕의 모습도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과 더불어서 케인이 궁전의 비밀인 문을 통과해서 미로를 헤매는 모습의 표현은 작가가 구상하는 상상의 나래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시체들의 언덕에선 그의 유명한 인물 창조 캐릭터인 코란이란 사람도 등장하고 혼이 타인의 생명으로 이입되어  악의 유령을 물리치는 장면은 더욱 신선함을 준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한 밤의 날개"란 작품은 얼마 전에 개봉이 되어서 대박행진을 한 아바타의 새의 모습이 연상이 됬다. 아카아나라 불리는 사람도 아니요,새도 아닌 ,케인의 생각처럼 조물주가 인간과 새의 혼합체를 만들어서 실패한 작품이거나, 아님 변종일 수 있다는 생각이들 정도로 새의 묘사 부분은 압권이다. 읽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랄한 행동을 보이고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의 묘사 부분에서도 현장을 보는 것 같은 사실적 묘사가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모든 마을 사람들이 죽고 불사조인 케인 혼자 남아서 유인해 물리친단 설정은 작가가 좀 과하다 싶게 설정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하긴 그것이 판타지의 매력이고 보면 그냥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면서 읽을 수는 있겠지만, 허구의 세계인 판타지의 속성상 정말 부상을 입으면서도 끝까지 자신만이 정의의 사도로서 악의 근원을 끝까지 쫓아가 물리치는 그의 정신은 읽는 내내 시대적 타고난 영웅, 불사조를  생각나게 한다.  

쓰여진 연도가 1928년도 부터 1930년 전반에 이르기 때문에 그 시대를 감안한다면 읽는 동안 반지의 제왕이라는 환상영화보다도 더욱 치밀한 묘사 장면이 좋았고  영화로 만들어진 21세기의 판타지 영화를 놓고 볼 때  그것과 견주어 봐도 전혀 시대에 뒤쳐짐이 없는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만, 청교도적인 인물이다 보니 매 장면에서 나오는 인간이 미치지 못하는 힘이 작용했다는 사실 앞에서 전지 전능하신 신에게 감사를 드린다는 대목이나, 노예로 끌려가는 원주민의 힘 없는 묘사장면, 힘만 센것으로 나오는 근육질의 흑인 묘사 , 흑인 노예의  표현법은 그 시대가 16세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작가가 바라본  인종에 대한 어떤 차별적인 묘사가 두드러지게 보인다.  

하지만 가볍게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환상의 세계로 새로운 문학의 한 쟝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선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다. 불행히도 일찍 자살이란 것으로 삶을 마감한 그이기에 미완의 작품의 결과가 아쉽고, 좀 더 그가 강한 정신을 보여줬다면, 지금의 영화세계나, 애니메이션, 오락의 세계 판도와 문학의 쟝르도 한 층 더 발전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판타지의 세계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솔로몬 케인과 같이 동행을 하는 문학의 길이라면 지루하지 않는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