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회사 3부작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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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함엔 컨설턴트라는 직함에 구조조정일을 하고 있다. - PC통신에 추리소설을 기고하고 군대있는 동안 인터넷을 알게되면서 복학 후 어떤 신사로부터 자신의 회사에 맞는 추리소설을 써달라는 스카웃 제의와 함께 소설을 써 나가기에 필요한 소재와 여러 자료들이 오게 되면서 이 일을 하게 된다. 여당 전임 사무총장의 인슐린을 이용한 자살, 목사의 수치심을 이용한 죽음으로 몰아가기... 이러한 수법이 어느 날 신문에 실린 실제 상황으로 사건이 이어진 것을 보고 처음엔 두려움에 싸이게 되지만 자신도 모르게  두둑한 돈 다발을 일에 대한 보상금으로 받게 되면서 점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누구에게나 죽을 좋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한 일을 정당화하게 된다.  같은 또래의 친구들보단 훨씬  많은 돈을 만지게 되면서 빠져 나올 수 없는 유혹을 느끼는 그가 하는 유일한 낙은 동물의 왕국에서 나오는 콩고의 고릴라의 생태계를 보는 것이다.  

자신이 이 일을 함에 있어서 누가 자신을 고용하는지, 그 존재조차도 모르고 의뢰인과의 관계도 철저하게 모르는 사이로 진행이 되는 가운데 자신 또한 철저한 직업의식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법의학서부터 의학, 살인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컴에 저장하게 된다. 어느 날 회사에서 자신의 사무실을 차려주게 되고 경리사원인 현경과의 몇 번의 만남을 갖게 되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로 넘치는 선물을 해 주게 된다. 하지만 이별을 갖게 되고  결혼정보회사에서 주선된 만남으로 좋은 감정을 갖게된 일러스트레트로 일하는 예린이란 여인을 만나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어느 날 회사의 한 간부가 자신을 찾아와서 회사의 로고상표라면서 보여준 다이아몬드이 그림이 그녀의 집에 걸려있는 그림과 같단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 이미 회사에서 테스트라고 제시한 또 다른 살인 구조조정의 일을 담당하게 되지만 그 대상이 현경이란 사실에 망설이게 된다. 결국 그녀가 목매는 것으로 끝을 내게 되는 결과를 제시하지만 그녀는 강에 투신함으로써 자신 외에 또 다른 구조조정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그녀가 실제로 썼는지에 대한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유서의 내용엔 자신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단 사실까지 ... 

이 모든것에서 해방되는 길은 자신이 멀리 떠나는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콩고로 가서 고릴라를 보기고 한다. 콩고에 도착한 그는 흑인 인신매매단에게 끌려가서 뎅기열로 고생하게 되고 그 와중에 통역관으로 온 "정"이라 불린 한국인으로 부터 구조를 받고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회사부품의 필수품인 콜탄을 구하기 위해 주재원으로 일하던 중 콩고내전으로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그런 환경에서 자신도 뜻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에게 생명에 위협을 주는 일을 하게 된 그의 양심이 더 이상 회사를 위해 일 할 수 없는 것을 알고 사표를 제출하게 된 경위, 그리고 닥치는 대로 먹고 살기 위해서 살인까지 서슴지 않고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서 고국으로 돌아온다.    

예린에게 사실적인 답을 원하고 헤어진 그는 자신의 뒤를 봐 주던 여 매니저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들 사이에 딸이 태어나고 학창시절에 다녔던 교회를 그녀와 같이 다니면서 일반 사람들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물론 구조조정일은 계속하면서- 

아주 색다른 소재를 접했다. 작년의 "내 심장을 쏴라"의 내용이 소외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있었다면 이번 소설은 소설 속의 대사나 작가의 말처럼 내가 하는 행동 하나가 지구 어딘가에선 그로 맘미암아서 고통과 죽음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입각해 다뤄보고 싶었단 말에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읽다 보면 장지글러가 고발한 세계의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가 저지르는 만행을 고발하는 내용도 담고 있고 , 무엇보다도 소설 속 1인칭 화자인 그가 하는 주된 일의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것이  그 종류중에서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구조조정이고 진정한 구조조정은 결코 조정되지는  않는다는 점. 사라지는 건 늘 그 구조의 구성원들 뿐이란 사실엔 무거운 짐을 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신의 필력 하나로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가장 자연스런 암살을 이루는 일. 모두가 만족스런 결과를 주는 암살을 원하기에 그가 하는 일은 가끔 만나는 고교 동창생인 반장이 인턴들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인간미 넘치는 고민을 부러워한다.  

IMF과정이나 요즘 실업자가 많은 시대에 이런 소설의 얘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콩고에서 알게된 정의 고백처럼 ("내 손에 그들의 피를 묻혔던 건 아니야. 누가 나를 처벌할 수도 없고 비난할 사람도 없어. 하지만 내가 거래한 돈으로 산  총에 맞아 정글 어딘가에 버려져 있는 시신들에게 그런 변명이 통할까?")  자신은 죽은 자와의 원한도, 안면도 없는 사이지만 주위의 이해타산과 자신의 금전적 욕망으로 인해서 죽음을 몰아간 자신의 행동, 뒤늦게 깨달은 현경에 대한 사랑, 정말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었던 예린의 존재마저 회사가 고용한 직원의 하나였음을 알았을 때의 충격,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구조속에서 그나마 자신이 정착을 한 곳은 자신의 스케줄을 처리해 줬던 같은 회사의 직원 그녀, 매니져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를 다니는 그녀를 통해서 학창시절 크리스마스  때 교회를 다녔단 인연으로 같이 다니게 되면서 원죄에 대한 연결. 목사의 산상수훈 설교에서 산상노인의 얘기와 연결시킨점, 딸의 태어남이 현경에게 가졌던 자신의 아기  존재에 대한 궁금증 연결, - 이 모든것이 하나의 공통된 원형으로 연결이 되면서 스릴러적인 긴장감과 함께 작가가 묻고 싶었던 "당신은 당신일을 좋아하는가? 이 글이 끝날때까지 잊지 않길 바란다라는 말에서 다시금 책 앞페이지를 보게 만든다. 직장에 다니다 명예퇴직이든 정상적인 퇴직이든 간에 어떤 경위가 됬든 다니던 직장에서 명함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이 없어지는 날 세상의 광막함과 마주해야 하는 현실, 비탈길을 굴러가는 것은 순식간이란 구절엔 현대인들이 가진 소모성의 한계를 당하는 것 같은 쓸쓸함을 가져온다. 

 치밀한 구성과 함께 영화적으로도 만들어 진다면  아주 다양한 스놉시스가 보여질 것 같고 작가가 내포하고 주장하고 싶었던 현대인들의 고뇌와 어디에도 둘 곳 없는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단 말 밖엔 할 수 없는 현대의 생활을 대변해 주고 있는 좋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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