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케인
로버트 E. 하워드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극장에 갔다가 포스터가 있는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른 영화를 봤다.  문학쟝르 중에서 판타지 형식을 취하는 책을 어렸을 적에 읽은 이후로는 그다지 즐겨 읽지 않았다. 허구성이 있는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때론 우릴 한 순간 다른 시간으로 이동을 시키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에 빨려들 만큼 매력적인 글을 접하지 못했던 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가 된다.  

하지만 이번 이 책을 쓴 작가의 글인 "솔로몬 케인"은 아주 음울하고 피 냄새가 나며 때론 극히  미로와 같은 궁전의 탐험을  같이 동참하게도 하는 등 , 아주 신선한 글을 가졌단 생각이 든다.  총 9편의 글중 2편은 미완성의 작품으로 맨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지만 그 책의 내용도 결말이 정말 궁금해 지게 하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16세기 청교도인으로서 악의 근원을 물리치고자 방랑의 길을 떠나는 케인의 모습은 책 표지의 영화 포스터처럼 창백한 얼굴에 온통 검은 옷으로 감싸고 있고 칼과 모자, 그리고 엔롱가라고 불리는 책의 대부분에 나오는 노인으로서 쥬쥬족의 마술사요, 흑인 노예출신으로 부터 받은 고양이 머리 모양의 장식을 한 지팡이를 가지고 다닐 뿐이다. 그런  케인의 묘사는 그래서 더욱  날카로운 그의 시선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는 요소로 작용을 한다. 프랑스에서 부터 곳곳에 아프리카를 주 무대로 다니면서 나쁜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케인의 모습엔 오늘 날 21세기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 글이 씌여진 연대를 생각한다면 정말 이 글을 쓴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그저 부럽고 필력에 감탄마저 느낀다.  

SF적인 현란한 무기를 소지한 것도 아니면서 철저하게 몸이 부르는 육감으로 적을 막고 물리치는 모습의 장면은 오히려 거창하게 휘두르는 용사보다도 더욱 눈길을 끌기에 모자라지 않는다. 곳곳에 데쟈뷰처럼 느껴지는 사건의 현장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장면엔 어떤 주술적인 환상의 마법 세계와 결합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며, 마법사의 주술이 나오는 장면은 그것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의 세계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특히 해골의 달 이란 작품에 묘사된 여왕의 모습은 흡사 잉카제국의 여왕의 모습도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과 더불어서 케인이 궁전의 비밀인 문을 통과해서 미로를 헤매는 모습의 표현은 작가가 구상하는 상상의 나래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시체들의 언덕에선 그의 유명한 인물 창조 캐릭터인 코란이란 사람도 등장하고 혼이 타인의 생명으로 이입되어  악의 유령을 물리치는 장면은 더욱 신선함을 준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한 밤의 날개"란 작품은 얼마 전에 개봉이 되어서 대박행진을 한 아바타의 새의 모습이 연상이 됬다. 아카아나라 불리는 사람도 아니요,새도 아닌 ,케인의 생각처럼 조물주가 인간과 새의 혼합체를 만들어서 실패한 작품이거나, 아님 변종일 수 있다는 생각이들 정도로 새의 묘사 부분은 압권이다. 읽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악랄한 행동을 보이고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의 묘사 부분에서도 현장을 보는 것 같은 사실적 묘사가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모든 마을 사람들이 죽고 불사조인 케인 혼자 남아서 유인해 물리친단 설정은 작가가 좀 과하다 싶게 설정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하긴 그것이 판타지의 매력이고 보면 그냥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면서 읽을 수는 있겠지만, 허구의 세계인 판타지의 속성상 정말 부상을 입으면서도 끝까지 자신만이 정의의 사도로서 악의 근원을 끝까지 쫓아가 물리치는 그의 정신은 읽는 내내 시대적 타고난 영웅, 불사조를  생각나게 한다.  

쓰여진 연도가 1928년도 부터 1930년 전반에 이르기 때문에 그 시대를 감안한다면 읽는 동안 반지의 제왕이라는 환상영화보다도 더욱 치밀한 묘사 장면이 좋았고  영화로 만들어진 21세기의 판타지 영화를 놓고 볼 때  그것과 견주어 봐도 전혀 시대에 뒤쳐짐이 없는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만, 청교도적인 인물이다 보니 매 장면에서 나오는 인간이 미치지 못하는 힘이 작용했다는 사실 앞에서 전지 전능하신 신에게 감사를 드린다는 대목이나, 노예로 끌려가는 원주민의 힘 없는 묘사장면, 힘만 센것으로 나오는 근육질의 흑인 묘사 , 흑인 노예의  표현법은 그 시대가 16세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작가가 바라본  인종에 대한 어떤 차별적인 묘사가 두드러지게 보인다.  

하지만 가볍게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환상의 세계로 새로운 문학의 한 쟝르를 개척했다는 점에선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다. 불행히도 일찍 자살이란 것으로 삶을 마감한 그이기에 미완의 작품의 결과가 아쉽고, 좀 더 그가 강한 정신을 보여줬다면, 지금의 영화세계나, 애니메이션, 오락의 세계 판도와 문학의 쟝르도 한 층 더 발전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판타지의 세계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솔로몬 케인과 같이 동행을 하는 문학의 길이라면 지루하지 않는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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