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꺾어 신는 재희의 등에 대고 말했다.
-수술하는 건 넌데 막상 간다니까 왜 내가 떨리냐.
-별거 있니. 그냥 여드름 짜러 간다고 생각해.
-그게 같냐?
톡 쏘면서도 내심 마음이 놓였다. 그래, 본인이 괜찮다는데, 괜히 내가 오버할 일은 아니지. 평소에는 다소 짜증이 났던 재희의(무신경함에 가까운) 담대한 성격이 이렇때는 퍽 고마웠다. - P31

그 시절 우리는 서로를 통해 삶의 여러 이면들을 배웠다. 이를테면 재희는 나를 통해서 게이로 사는 건 때론 참으로 좆같다는 것을 배웠고, 나는 재희를 통해 여자로 사는 것도 만만찮게 거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대화는 언제나 하나의 철학적 질문으로 끝났다.
-우리 왜 이렇게 태어났냐.
-모르지 나도. - P45

누구든 떠들어대도 괜찮지만, 그 누구가 재희라는 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다른 모든 사람이 나에 대해 얘기해도 재희만은 입을 다물었어야 했다. 재희니까. 재희와 내가 공유하고 있던 것들이, 둘만의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싫었다. 우리 둘의 관계는 전적으로 우리 둘만의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언제까지라도. - P52

그때, 영원할 줄 알았던 재희와 나의 시절이 영영 끝나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나 때에 맞춰 블루베리를 사다 놓던 재희. 내가 만났던 모든 남자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는, 내 연애사의 외장하드 재희.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며, 가당찮은 남자만 골라 만나는 재희. 모든 아름다움이라고 명명되는 시절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재희는, 이제 이곳에 없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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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무튼, 요가 :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 - 흐름에 몸을 맡기며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것 아무튼 시리즈 21
박상아 지음 / 위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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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시절부터 요가 혹은 스트레칭은 자주 접했었다. 본격적으로 요가를 하게 된 것은 일을 시작한 후에 바르지 못한 자세 때문에 목과 어깨에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다니던 요가원은 요일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수업이 진행되었고 듣고 싶은 수업을 골라 듣는 재미가 있었다. 이사를 하며 요가원을 옮기게 되었고 집 주변에 요가원이 많아서 어떤 곳으로 다녀야 할지 고민스러웠었다. 이곳저곳 상담을 받아보다 결국 가장 최근에 생긴 요가원에 등록을 하였고 그 요가원을 다니며 요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던 것 같다. 베이직, 빈야사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매일 비슷한 듯 다른 수련을 하였는데 원장 선생님의 수업 진행, 요가원의 분위기, 잠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들에 빠져 매일매일 요가 가는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요가를 하며 내 몸과 마음을 살피는 시간이 좋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 시간을 가질 것 같다. 이렇게 나에게 요가가 특별하기 때문에 이 책이 더 재미있게 읽혔던 것 같다. 작가님은 친구의 꼬득임에 넘어가 요가원에 다니기 시작하였는데, 요가의 매력에 푹 빠져 결국 지도자 과정을 여러개 가지게 되고 요가 강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 요가를 하며 겪은 시행착오, 어려움 등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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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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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사이트를 구경하다가 무료대여를 해주는 책들이 있길래 다운받아 읽어본 책이다. 작가나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과 인물들의 이야기로 문장 몇 개를 읽었을뿐인데 굉장히 흥미로웠다. 책에 실린 작품 모두 인상적이었고 심너울이라는 작가를 알게되어 행복했다. 작가님의 장편소설도 얼른 읽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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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작가님이 인상깊에 읽었던 고전들 중 몇가지를 골라 그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되는 문구들도 있었고 무슨말인지 도통 모르겠는 어려운 내용들도 있다. 작가님은 같은 책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씀하신다. 책을 읽는 당시의 나의 상황, 지식, 마음가짐 등에 따라 같은 책이라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후기 중에 ‘독서는 책과 대화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마음속에 와닿았다. 책이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귀기울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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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든 건 먼지가 됩니다. 잔뜩 굳은 어깨에 힘을 푸세요. 지그 우리가 쓰는 글은 언젠가 먼지가 되고 세상에는 수많은 먼지 같은 말들이 떠다니다가 가라앉을 거예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해요. 나를 망칠 수 있는 우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에요. 다른 말로, 나를 망칠 권리는 오직 나에게만 있어요. 굳이 지금 그 권리를 써야겠습니까?" - P109

‘집필은 노동이다.’ ‘작가’라는 말에는 왠지 돈과는 무관한 어떤 숭고한 느낌이 있는데, 그런 인식을 나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록 출퇴근 시간이나 작업 시간이 뚜렷하게 정해진 건 아니고, 결과물도 일정하지 않고, 수입도 불안정하고, 생계 노동을 따로 해야 집필을 지속할 수 있지만 내가 하는 이 작업이 노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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