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나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것 같은 판사라는 직업. 하지만 판사라는 직업도 나와 같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다른 사람들과 아주 다르거나 특별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판사들이 재판에서 내뱉는 말 한 마디, 판결문에 쓰인 문구 하나가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이 좌지우지 될 수도 있는 일이기에 항상 어깨가 무겁고 머리가 아플 것 같았다. 기본 500~600페이지 정도 되는 기록들만을 보고 어느 정도의 형벌을 내려야 알맞은지 판단하는 것은 정말 쉽지 은 일인 듯 하다. 그리고 항상 오판에 대한 두려움도 따를 것 같다. 겉으로는 권위있고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항상 머리를 싸매고 아주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판사들의 노고에 놀라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나눌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아주 외로워 보이기도 했다.



˝아니, 나는 좋은 판사가 아니었어. 하지만 훌륭한 판사들과 함께 일했지.˝

-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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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대단히 불명확하지만, 오로지 그만 이해할 수 있는 사적 언어는 없다. ˝언어는 물리적인 기호의 배열이 아닐 뿐 아니라 개인적인 정신작용이나 세계의 그림도 아니며, 일정한 생활양식과 규칙에 따라서 영위되는 행위이자 문맥에 의해 결정되는 일종의 게임이다. 아픔과 같은 감각은 사적이고 내밀한 것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언어는 공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는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세상에 이해 못할 말은 없다. 읽어내려는 의지와 정보만 있다면 읽지 못할 아픔은 없다. 다만, 지구상 모든 인간이 각자 고유한 생체정보를 가지고 있듯,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습관도 모두 다르다는 건 알아야 한다. 사람을 언어에 비유하자면 어쩌면 대한민국에는 5천만 개의 방언이 있다.- P367

좋은 판사의 덕목으로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그중에서도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판사들이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소송관계인 중 판사가 가장 무지하다. 모르려면 차라리 완벽하게 몰라야 한다. 세상과 인간을 어설프게 아는 것은 편견일 수도, 위험할 수도 있다.- P381

어쩌면 판사도 그들처럼 뭍에서 유폐뙨 섬 같은 존재다.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 같기도 하다. 국민이라 불리는 태양 주위를 돌지만, 태양의 인력에 끌려가서도 궤도를 이탈해서도 안되고, 딱 그만큼의 자리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고 꼿꼿이 홀로 서야만 하는 판사는 별이자 섬이다. 내 곁에 그런 별과 섬들이 있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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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같은 것. 같잖고 우스워 갖다 버리려 해도 검은 옷에 들러붙는 하얀 먼지처럼 자꾸 따라와 날 성가시게 하는 지독한 감정. 무섭다 못해 지겨웠다. 너무 들러붙어 내가 곧 그것 같았다.- P103

a인간은 그런 종족이다. 사명감이나 책임감 같은 이상한 감정이 탑재되어 있다. 세상이 이렇게 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에는 이 재앙을 살인과 광기의 축제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책임감도 광기도 있다. 그 두 가지가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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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는 상대적이고, 중요하지 않은 하찮은 가치란 없음에도 소송은 추억이나 생명 같은 계량할 수 없는 것을 형량해야 한다.-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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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지나의 희망인지도 모른다. 국경을 넘거나 벙커를 찾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희망. 과거를 떠올리며 불행해하는 대신, 좋아지길 기대하며 없는 희망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대신 지금을 잘 살아 보려는 마음가짐.- P55

이렇게 점점 마르다가 죽어 버리는 게 아니라 먼지처럼 작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아무도 우리를 해치지 못할 텐데.- P62

모두 나쁘다. 죽지 않고 살아서, 살아남아서, 이곳까지 와서 또 이렇게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 나쁘고 나쁘다. 살았으면, 그 무서운 것을 피해 살아 있으면 이러면 안 되는거잖아. 이러지 않을 수 있잖아. 어째서 망치는 거야. 하루하루 이토록 위태로운 삶을 왜 더 지독하게 만드는 거야.-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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