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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떤 문제를 인지할 수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 회피할 능력을 가진 존재임을 왜 맬서는 인정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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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맥락도 없이 충동적으로 고향 집에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아무도 받지 않았으며 휴대전화 배터리는 단 한개 남은 눈금마저 깜박이고 있었다. 왕릉을 둘러싼 담을 따라 걸으며 무덤에서 풍기는 풀 냄새를 맡고 이제부터 어디로 갈까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무심코 방향을 틀었다. 그때 게걸을 떼고서도 마지막까지 누군가의 살점을 입에 문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끼룩거렸는데 나는 조금 전까지 ‘누군가’였을 그 살점이 승천하는 걸 바라보며 부럽다, 부럽다고 중얼거렸다.

<조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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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리가 없는데 풀 한 포기 찾기 힘든 이 뒷골목 주택가에 문득 새 날개가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든든히 먹고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에게 흔히 기대할 수 있는 평화로움이나 충만함보다는 다급한 느낌이 들었으며 쓰레기 봉지를 뜯던 도둑고양이와 한 판 붙기라도 한 듯한 날카로운 육식성의 소리였다.

<조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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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하듯이 정석대로 지하철을 마주 보고 앉았더라면 그들은 그러지 않았을까? 내가 비뚤게 돌아앉아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행동에 아무런 의미가 없어도 그들에게는 꼭 구경하고 싶은 거리 내지는 본능적으로 눈이 돌아가는 요소가 되는 걸까? 그래봤자 결국은 고개를 무심히 돌리고 지나갈 거면서 말이지.

<타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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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가 한 장소에 정박해 있으면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거나 비 그친 아스팔트 위의 지렁이처럼 포복 전진할 듯 말 듯 뒤틀린다. 어쩌면 시간은 자긴의 몸이 움직이며 타인이나 사물과 부딪치는 데에서, 혹은 부는 바람을 적극적으로 온몸에 맞음으로써 비로소 생성되는 미미한 파장의 한 종류인지도 모른다.

<타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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