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자! - 용자의 365 다이어트
이승희.TLX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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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네이버 포스트로 보던 TLX PASS 용자 시리즈가 책으로 나왔다. 이승희와 TLX와 공저인데 용자 그림은 이승희 작품이다. 또 하나의 저자 TLX는 사람이 아니라 피트니스 멤버십 서비스다. 책에 나온 운동법은 TLX 작품일 거다. 


 이 책은 홈 트레이닝 책이다. 책의 표현을 빌면 '생활밀착형 운동친화 인간, 호모 피트니스쿠스'를 위한 책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 주제를 정해 주제에 맞는 운동 서너 가지를 소개한다. 각 운동에 맞는 운동법도 네 가지에서 여섯 가지 정도 알려준다. 예를 들면 1월의 주제는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인데 주제에 맞게 일어나자마자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근육 깨우는 운동 4가지, 소파를 이용한 운동 4가지, 텔레비전 보면서 하는 하체 운동 4가지, 침대에서 하는 운동 4가지를 소개하는 식이다. 달마다 운동법을 알려주기 전에 짧은 에세이가 나온다. 주인공 용자의 이야기인데 그림도 재미있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맞아, 맞아'하며 공감하게 된다. 

나 자신이 나를 괴롭혔다. 너는 아직 멀었다고(320쪽). 

 홈 트레이닝 책이다 보니 책에 나온 운동법은 거의 대부분 맨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도구를 이용한다고 해도 집에 있는 수건, 페트병, 침대, 소파, 의자, 벽 등이 전부다. 책을 보고 따라하기 위해 도구부터 장만하느라 뜸을 들일 필요가 없다. 그림의 주인공인 용자가 여자라 그런지 운동 좀 해 본 남자가 하기에는 운동 강도가 좀 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럴 때는 기본 자세를 응용해서 강도를 높이면 된다. 대부분의 자세는 다 어디선가 한 번 정도는 봐서 아는 자세인데 가슴 운동 한 가지는 생전 처음 보는 거라 책을 읽다 말고 바로 따라해 보았다. 머릿속으로 상상할 때는 운동이 될까 싶었는데 직접 해 보니 자극이 바로 왔다. 덕분에 쉬운 가슴 운동 한 가지를 새로 배웠다. 자세 설명이 아주 간단한데 이해가 안 되면 그림을 보면 된다, 그림만 보거나 설명만 보면 애매한 게 많은데 그림과 설명을 같이 보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대부분은 알 수 있게 돼 있다. 자세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가 집에서 따라하기 좋다. 각 자세마다 몇 초씩, 몇 세트를 하면 되는지도 적혀 있다. 책에 있는 건 최소 기준일 때는 체력이 되거나 운동 경험이 있다면 세트를 늘리거나 시간을 늘리면 된다.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설명이 모호할 때가 있다. 그림과 설명을 비교해서 보고서야 '아, 그거?'라고 알게 되는 것들이 종종 있었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해 봤거나, 영상을 본 적이 있거나, 사진이 있는 책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안 해 봐서 운동법 책은 태어나서 이게 처음이라면 자세를 바로바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럴 때를 위해 자세 이름을 적어뒀다면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자세 이름이 없어서 그것도 아쉽다. 그리고 자세별로 난이도를 별표로 표시를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책을 보는 사람의 운동 경험이나 체력이 제각각일 텐데 초급자, 중급자, 고급자 나눠서 별표로 표시를 했다면 읽는 사람이 자신에 맞게 동작을 선택해 난이도를 높여갈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주의점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운동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각 자세마다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겠지만 완전 초보자 같은 경우 그런 걸 모를 텐데 무턱대고 하다가 다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운동법 책을 여러 권 봤는데 보기에는 이 책이 제일 재미있었다. 만화로 돼서 그렇기도 하고, 만화 주인공인 용자가 일단 하는 행동이 귀엽다. 운동법 책을 한번 보고 싶기는 한데 엄두가 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가볍게, 즐겁게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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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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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 맷 주버트는 잘 나가는 경찰이었다. 하지만 경찰이었던 아내가 임무 수행 중에 살해당한 후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 새로 부임한 경무관, 바르트 드 비트는 맷 주버트를 포함한 모든 경찰에게 의사와 면담을 하도록 한다. 과체중에 흡연,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지닌 맷 주버트는 경찰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습관을 교정하기로 한다. 그리고 심리상담사 한나와의 면담에도 응한다. 그런 맷 주버트를 이웃인 장의사 스토프버그의 딸 이본이 유혹한다. 그즈음 맷 주버트가 사는 곳에서 연쇄 살인이 일어나 사람들이 죽는다. 성공한 사업가, 보석 디자이너, 절름발이 실업자, 어부, 목사 등. 죽은 사람들 사이에는 아무 공통점이 없다. 범인은 누구일까? 왜 죽인 걸까?


 지은이 디온 메이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후 기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하며 소설을 쓰던 지은이는 전업 작가로 전환한다. [페닉스]는 첫 소설로 1999년에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답게 첫 소설 [페닉스]의 무대도 지은이가 잘 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무대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해서 그런지 지은이는 자신의 책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러 문제를 사실적으로 풀어낸다고 한다. 


 지은이가 미국 배리상, 독일 추리문학상, 스웨덴 마르틴베크상, 프랑스 미스테르비평문학상, 영굴추리작가협회(CWA), 인터내셔널대거상 외 전 세계의 19개 장르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기 전에 기대를 많이 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해서 추리 소설,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데 기대에는 좀 못 미쳤다. 내 취향에는 쫀쫀한 맛이 부족했다. 1999년에 출간된 소설이라고 하니 거의 20년이 된 셈인데 그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난 문장이 건조하고, 주인공보다는 사건과 사건 해결이 두드러지는 게 좋은데 [페닉스]는 주인공인 맷 주버트의 상황, 감정, 상태, 이야기에 할애를 많이 해서 장르 소설의 느낌이 덜 들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추리 소설 같은 거 읽으면서 한 번도 범인을 미리 알거나 맞춘 적이 없는데 이 책은 3분의 2 정도 읽고 범인을 알아버렸다. 범인을 끝까지 몰라야 읽는 재미가 있는데. 뭐, 개인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다. 그래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가 쓴 남아프리카공화국 배경 소설이라는 점은 이 소설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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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완전하게 - 더도 덜도 없는 딱 1인분의 삶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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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는 혼자 산 지 25년이 된 혼자 살기 전문가다. 고등학교 때 고향에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면서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25년 동안 이사는 20번도 넘게 했다. 이정도면 혼자 살기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이사 전문가일 것 같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평생 혼자일지는 모르지만 자발적 독신인 것 같으니 혼자 살기 구력은 나이를 먹으며 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혼자 살기 위해 열심히 기반을 다진 것처럼 앞으로도 스스로를 잘 부양하기 위해 노력하겠지.


나 자신과 불화하는 순간도 많지만 대체로 나를 가장 잘 받아주는 친구는 나다(54쪽).

 지은이는 프리랜서로 글을 써서 먹고 산다. 영화 잡지 [프리미어]를 비롯해 패션 잡지 [엘르],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싱글즈]에서 기자로 일했고, [보그], [나일론], [어라운드]등의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쓴다. 책도 여러 권 냈다. [어쩄거나 뉴욕], [디어 미], [패션으로 영화읽기]가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며 하기 싫은 안 하고,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만나고, 무례한 사람은 갑으로 모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매월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게 아니고 일을 한 만큼 돈이 들어오니 생활 규모는 줄었지만 그대신 월급쟁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생활을 하고 있다. 새벽 4시에 자고 아침 11시에 일어나기, 한국의 추운 겨울을 피해 발리에서 지내다 벚꽃 피는 계절이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기 등. 이 책도 발리에서 몇 달 지내며 썼다고 한다.


물론 그것 말고도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백만 가지다. 하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어떻게 하면 더 오래도록 나 자신의 힘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 불필요한 것들로 향하는 에너지를 오로지 끌어모아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60쪽).

 직업 글쟁이다 보니 일단 문장은 좋다. 글을 쓰는 게 익숙한 사람의 티가 난다. 특히 잡지사 기자 출신이라 그런가 위트도 있고, 문장도 거침없고, '이게 뭔 소리야?' 싶은 문장도 없다. 가끔 피수식어가 너무 긴 거랑 잡지 기자들이 그러하듯 '드레스 룸'이니 '슈즈'니 하는 오글오글한 단어가 거슬리기는 하지만(그냥 옷방, 신발 혹은 구두라고 하면 되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의미가 다른가? 아니면 언어 사대주의인가? 아니면 영어를 쓰면 뭔가 있어 보일 거라는 착각? 아니면 허세?).


우리가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일 경우가 많다(중략). 내가 실패하고 망함으로써 그들을 책임지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지는 소중한 존재들, 그들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족쇄다. 가족이란 대개 그런 존재다(79쪽).


가족은 가장 보편적인 종교다. 가족은 무조건 사랑하고 보듬고 용서해야 할 대상이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교리 때문에 우리는 종종 살아서 지옥을 맞는다. 다 쓸데없는 짓이다.

나는 가족과 나의 기대가 상충할 때, 정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궁극적으로는 나의 행복을 지지할 거라는 믿음으로 최대한 이기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나의 가족들도 철저하게 자기 행복만을 위해 살아주기를, 나를 위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기를, 결과적으로 나에게 아무런 채무감을 지우지 않아주기를 바란다(80쪽).

 내용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나이를 먹은 게 아니라 성실하게 자기 밥벌이를 해온 사람이라 그렇겠지. 나이가 많든 적든, 혼자 살든 누군가와 함께 살든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나 고민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공감이 될 것 같다. 나이만 많은 어른이 아니라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해야만 하는 일들로부터 도망칠 공간이 있다는 것, 의무와 무관한 몰입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견뎌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좀 더 가볍게 만들어준다(98쪽).

 읽다가 가끔은 책을 접고 잠깐 생각을 하다 하면서 단숨에 읽었다.


나와 세상의 지식들 사이에도 호젓이 만나 오래 머물 별도의 방이 필요했던 모양이다(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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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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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인 팀 알퍼는 2007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햇수로 11년째다. 지은이 소개를 보니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주간조선', '에센' 등에 칼럼을 연재했고, 공저도 여러 권 썼고, 디자인하우스 시니어 에디터, TBS 교통방송 라디오 PD,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기자, 에델만코리아 PR 매니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그래서 책 표지에 번역가 이름이 있는 걸 보고(그것도 두 명이나) 순간 당황했다. 한국 생활 11년차에 글을 쓰는 게 직업인 글쟁이니까 당연히 우리말로 썼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책을 읽어 보니 우리말 잘한다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책을 쓸 정도는 아니란다. 예상을 벗어났기는 했지만 뭐. 


 지은이는 영국의 유머와 한국의 유머에 관한 이야기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영국의 코미디는 어둡고 풍자적이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긴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스타일(8쪽)이 많아서 한국의 코미디언들도 그럴 줄 알았는데 전혀 달랐다는 이야기. 지은이는 왜 두 나라의 유머 차이로 프롤로그를 시작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 책에 영국식 유머가 많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영국-프랑스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영국 남자의 유머는 때로는 재미있었고, 때로는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줘야 하는 거지?' 싶게 애매했다. 아래 문장은 재미있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자신이 원해서, 또 누군가는 자신을 견뎌낼 상대를 만나지 못해,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운명에 의해 혼자 산다(58쪽).

 지은이는 한국에서 살며 보고, 듣고, 경험한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에 관해 '좋다, 나쁘다' 또는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는다. 태어나고 자란 영국 문화와 비교를 하지만(지은이가 여행을 하거나 잠깐 지냈던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하기도 한다) 차이를 말할 뿐 어느 문화가 위고 어느 문화가 아래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큰 사건을 보도하면서 일부 서양 언론이 유교 사상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보여주는 '서양 문화가 더 훌륭하다'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화는 어느 쪽이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지도, 혹은 더 진보적이거나 퇴보적이지도 않으며 그냥 서로 다를 뿐이라는 사실이다(120쪽).

 그리고 외국인이기에 가능한 색다른 해석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서로에게 쉽게 화를 내는 이유는 한 가지 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라니(75쪽) 신선하지 않나? 모국과는 다른 우리 문화에 낯설어하다가 어느새 동화되는 부분도 재미있다. 교복 입은 학생도, 와이셔츠 입은 직장인도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모습에 낯설어하다가 이젠 적응해 사무실용 하나, 목용탁용 하나, 쓰레기 버리러 갈 때 신는 오래된 거 하나, 특별한 경우에만 신는 거금 10,000원 주고 산 새 슬리퍼까지 네 켤레나 갖췄다니(229쪽).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일상적이라 새로울 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을 수 있는 것들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니 새롭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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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1 - 잃어버린 시간
토머스 A. 배런 지음, 김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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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8일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 [킹 아서: 제왕의 검]이 개봉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서 왕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도 마법사 멀린이 등장한다. 멀린은 아서 왕의 스승이니까. 반면 이 책은 마법사 멀린이 주인공이다. 총 12권이고 1권부터 3권이 동시에 출간된다. 전 세계 22개국에서 출간됐고 이미 디즈니가 판권을 샀다. 시나리오 각색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각색한 필리파 보옌이 맡았다. 1권의 부제는 '잃어버린 시간'이다. 알려진 게 거의 없는 마법사 멀린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뤘다. 


 지은이 토머스 A. 배런은 사업가였다. 어릴 적 꿈은 작가였지만 로즈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한 후에는 사업을 했다. 그러다 어릴 적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1989년 고향 콜로라도로 돌아갔고 지금까지 20권 정도의 책을 썼다. 어린이 책, 소설, 자연환경 분야 책을 주로 썼는데 대부분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프티스턴대학교, 자연보호협회 등에서 환경보호활동가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의 일곱 살 소년이 정신을 차린 곳은 해안가였다. 머리를 돌에 부딪혀 피가 났는데 그 탓인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이름이 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옆에는 자신과 닮은 구석이 조금도 없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둘이 같이 살게 된 후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브랜웬이고 소년의 이름은 엠리스며, 자신이 소년의 엄마라고 했지만 소년은 믿지 않았다. 소년은 늘 자신의 고향이 궁금했다. 그리고 투시력이나 예지력,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현실로 이루어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 무서웠다. 그 능력을 쓰다 시력을 잃었으니까. 뛰어난 마법사였던 할아버지가 소년이 12살이 되면 능력이 발현될 거라고 예언을 했다고 하지만 자신은 그런 능력을 원했던 적이 없다. 그래서 결국 고향을 찾아 떠났다. 자신이 엄마라고 말하는 브랜웬이 준 보석 목걸이 갈라토만 목에 걸고.


 길을 떠난 엠리스는 드루마 숲에 살며 나무와 강과 이야기를 하는 소녀 리아, 몸은 작지만 힘은 어마어마한 쇠황조롱이 트러블, 반은 나무고 반은 사람인 트릴링 족의 유일한 생존자 크웬, 키가 커지는 게 소원인 작은 거인 심, 거미 모양을 한 위대한 엘루사 등을 만난다. 그리고 핀카이라 섬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스탕마르 왕이 바로 자신이 그렇게 궁금해하던 아버지인 걸 알게 된다. 나쁜 정령 리타 고르와 싸우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게 된 엠리사는 비로소 잃어버린 어릴 저기 기억도 모두 되찾는다. 


 내가 영화에서 본 마법사 멀린의 모습은 길고 하얀 수염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래서 10대 초반 소년의 모습을 한 멀린은 상상이 전혀 안 된다. 멀린의 어릴 적 이야기인 걸 알고 읽었는데도 10대 소년의 성장 소설로만 다가올 뿐이다. 내용도 어린 멀린이 자신의 능력을 부인하는 내용이라 1권의 주인공은 멀린이 아니라 멀린의 친구들인 리아, 트러블, 심 같다. 본인도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각도 못하는데 알아봐 주는 리아, 자신을 구해준 멀린을 위해 작은 몸으로 투지를 굽히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는 쇠황조롱이 트러블, 먹는 걸 좋아하고 겁도 많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결단력 있게 행동한 진정한 의미의 거인 심의 활약이 훨씬 두드러진다. 총 12권짜리 장편 소설이니까 마지막 12권에 가면 멀린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 그때는 지금까지 영화에서 봤던 현명하고 강한 마법사 멀린이 되려나? 아무래도 배결 설정을 하느라 중반까지는 이야기가 크게 재미있지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모험을 떠나는 후반부터는 재미있었다. 그 흐름을 받아 2권부터 이야기에 속도가 붙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번역이 아쉽다. 원래 영어 문장 어순을 살린 번역보다 우리말 어순에 맞게 자연스러운 번역을 좋아해서 직역을 한 것 같은 번역이 몰입에 방해가 됐다. 원작이 그럴 수도 있는데 문장 자체보다는 판타지라는 장르가 주는 힘과 상상력이 매력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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