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원더랜드
만슈 기쓰코 지음, 이기웅 옮김 / 박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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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만화를 쓴 만화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만화로 만슈 기쓰코는 진짜 이름이 아니라 지은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필명이다. 만슈 기쓰코라는 이름이 일본말로는 '성기 냄새가 지독한 여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필명에서도 알 수 있지만 말그대로 병맛인 만화. 만화천국 일본이라 이런 만화가 가능한 건지, 일본인 특유의 이해할 수 없는 정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만화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없었던 만화다. 책 표지의 여자 주인공은 본문에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데 표지의 그림이 평소의 지은이 모습이고, 본문의 인물이 술에 취했을 때의 지은이의 모습이라고 한다.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일부러 체험한 게 아니라 지은이가 알코올 중독이었을 때 실재 있었던 일을 만화로 그린 것이다. 지은이 소개를 보니 미녀 만화가로 유명하고 비키니 차림으로 그라비아 촬영도 했다는데 왜 미녀 만화가인지도 모르겠다. 책 뒤에 지은이의 사진이 나오는데 딱 일본사람처럼 생긴 여자일 뿐. 우리나라랑 미인의 기준이 다른가 보다. 아무튼 어떻게 이 책을 번역해서 출간을 하려고 했는지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만화. 역시 난 B급 정서나 병맛 코드는 안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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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르베다 채식 레시피 - 몸의 컨디션을 바로잡는 심플 자연식
바르베린 아유르베다 리조트 감수, 와카야마 요코.가와시마 가즈에 지음, 이정원 옮김, 생강 / 씨네21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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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유르베다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게 10년도 훨씬 전 일인 거 같다. 이런저런 책을 읽다 처음 알게 됐고 몇 년이 지나 요가를 하면서 좀 더 친숙해졌다. 사람의 체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체질에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이 따로 있으며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 음식과 건강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는 것. 내가 아는 아유르베다는 그정도였다. 상식 수준의 지식 딱 그 정도. 그런데 10년도 넘게 지나 아유르베다 채식을 소개하는 요리책을 만나게 됐다. 그것도 원서가 아니라 번역서로. 우리나라에서 아유르베다 채식 요리책을 번역서로 만나게 되다니 채식의 거부감이 많이 줄긴 많이 줄었나 보다.


 이 책은 스리랑카의 바르베린 아유르베다 리조트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1968년에 처음으로 스리랑카에서 문을 연 후 1982년에 세계 최초로 아유르베다 방식으로 치료, 숙박 시설로 거듭난 곳인데 이 책에 소개된 조리법은 바르베린 아유르베다 리조트의 45년간의 경험이 축척된 조리법으로 지금까지 바깥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지은이인 가와시마 가즈에가 일본인 손님으로는 처음으로 바르베린 아유르베다 리조트의 손님으로 다녀간 후 아유르베다의 치유와 효과는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서 웹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는데 조리법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책을 내게 됐다고.


 책이 얇은 편이라 소개된 음식의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메인 요리부터 사이드 요리, 수프, 샐러드와 처트니, 곡물 요리, 디저트까지 소개했기 때문에 단품으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손님을 초대한 특별한 날이라면 간단한 코스 요리로 대접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향신료를 좋아하고, 채소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커리를 좋아하기에 이 책이 반갑다. 거의 대부분 요리가 들어가는 재료가 몇 가지 안 돼 만들기 간단한 것도 마음에 든다. 다만 우리나라 가정에서 쉽게 사용하지 않는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제대로 맛을 내고 싶다면 몇 가지 향신료 정도는 갖추는 게 좋을 거 같다. 이왕이면 조리법대로 만들어 보고 입에 맞지 않는 건 빼거나 다른 거로 대체하는 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조리법을 찾아가면 좋을 듯.


 아유르베다 요리책답게 각 음식마다 특별한 표시도 있다. 각 음식이 세 가지 성질 중 어느 성질을 높여주거나 낮혀주는지 표시한 건데 예를 들어 레드 렌틸콩으로 만드는 달 커리 같은 경우(콩을 '달'이라고 한다) ' V↑' 표시가 돼 있는데 바타를 높인다는 의미다. 만약 내가 바타 체질인 경우 바타를 높이는 음식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기 때문에 달 커리는 피하는 게 좋은 셈이다. 내가 어떤 체질인지는 책 뒷편에 실린 체질 테스트를 보고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바르베린 아유르베다 리조트에서는 의사가 문진, 진맥, 현재 앓고 있는 병 등을 확인해 체질을 확인한 후 맞는 음식 등을 처방해준다고 하는데 의사가 확인해주는 것만큼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대략적으로 자신의 체질을 아는 데는 도움이 될 듯. 휴일에 느긋하게 장을 봐서 느긋하게 만들어 느긋하게 만들어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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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반 만에 남친이 생겼습니다
시모다 아사미 지음, 하지혜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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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스타일의 담백한 만화. 6년 반 만에 남자친구가 생긴 서른 살의 직장인 미야타의 이야기를 주인공인 미야타의 입장에서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풀었다. 첫 장면은 전날 거래처 사람에게 뜻밖의 고백을 받고 사귀기로 한 미야타가 아침에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너무 좋아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피식 삐져나오는 장면인데 무표정하게 지하철에서 서 있는 사람들 틈에서 혼자 좋아서 자신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다가 정신을 가다듬었다 또 웃었다 멈췄다 마음 속으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연애가 금방금방 되는 사람도 있지만 여러 이유에서 만화 속 주인공 미야타처럼 오랜만에 연애를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얼마만에 생긴 남자친구이든 처음 누군가를 사귀게 됐을 때 좋아서 자신도 모르게 자꾸 웃게 되는 모습이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러웠다.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서 둘이 같이 하는 무언가에 거리가 있었던 사람이 사귀는 사람이 생기면서 둘이 같이 뭔가를 하는 거에 들뜨고 신기해하다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둘이 뭔가 하는 게 당연해져서 혼자 뭔가를 하는 게 서운해지고 어색해지고 그러다 더 시간이 지나면 둘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서 자신만의 시간이 사라지는 게 싫고 그리워지기도 하는 그런 변화가 사실적이다. 그러다 관계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초반에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는 것과 달리 직장 동료나 친구나 가족에게 사귀는 사람의 존재를 알리기도 하고 그때 나이에 따라 가까운 사람에게 결혼 재촉을 받기도 하고. 일본과 우리나라가 같은 동양이기는 하지만 또 많이 다르다고 들었는데 이 만화를 보면 똑같아 보이기도 한다.


 대사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마스다 미리가 워낙 유명하니 비교를 하자면 가슴을 찌르는 느낌은 아주 살짝 덜한 느낌은 든다. 하지만 대개 일본영화나 만화가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는 편이라 만화와 물려 공감은 충분히 된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 특히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 특히 여자라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만화. 그런 그렇고 표지의 미야타,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 수면 양말처럼 보이는 양말을 신고 전화기를 붙들고 사랑하는 사람과 문자를 하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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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할 수 있을까?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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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귀여운 분들이시다, 지은이 다카기 나오코의 부모님. 40년이나 다닌 직장을 은퇴하고 시행착오 끝에 자신에게 딱 맞는 은퇴 후 생활을 즐기고 계시고 양상추가 당뇨에 좋다며 밥 먹기 전에 염소처럼 양상추를 아삭아삭 드시면서도 정작 밥 먹기 전에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당뇨병 약은 꼭 까잊어버리는 아버지도, 60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두 개나 하고 계시고 평소에는 출근하기 전에  빨래 잘 널어놓고 나가시면서 딸인 지은이만 본가에 오면 늦었다는 핑계를 대며 빨래 너는 걸 꼭 딸에게 맡기고 나가는 어머니도. 그리고 작가도 귀엽다. 위로 언니, 밑으로 남동생을 둔 2녀 1남의 둘째로 24살에 처음 동경으로 상경해 17년째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부모님께 효도는 하고 싶은데 자신이 생각한 효도의 방법과 부모님이 반응을 보이시는 지점이 묘하게 어긋날 때마다 당황하는 모습이 귀엽다. 음- 작가가 스물 넷에 상경해서 17년이 지났다고 했고, 이 책이 일본에서 나온 건 몇 년 전 같으니까 지금쯤이면 40대 중반쯤 됐으려나?


 그리고 지은이의 부모님과 지은이의 반응, 우리 집을 보는 거 같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으니 정도의 차이가 물론 있겠지만 왜 부모님은 물건을 잘 안 버리고 쌓아두시는 걸까? 게다가 쌓아서 두시기만 하나? 심지어 새로 물건을 더 사서 쌓아두신다(지은이의 부모님도 공기청정기와 청소기를 샀다). 대체 왜? 나도 결국 지은이 다카기 나오코처럼 살짝 잔소리를 하게 되고 티 안 나게 몰래몰래 물건을 버리게 된다. 엄마가 모아놓은 유리병 하나 쓸쩍, 플라스틱 통 하나 슬쩍, 걸레로 쓰신다고 모아둔 구멍 난 양말도 슬쩍. 지은이가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 갈 때마다 폭풍 잔소리를 하며 물건을 잔뜩 버리는 걸 보면서 얼마나 공감이 됐는지. 난 지은이처럼 왕창 버리지는 못하고 티가 안 나게 하나씩, 작은 거로만, 시간차 공격을 하는 게 다르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아이가 된다는 말도 있고, 평소 느낀 것도 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어느 순간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뒤바뀌는 거 같다. 정확히 몇 살을 기준으로 "자, 이젠 부모가 자식 역할, 자식이 부모 역할" 이렇게 바뀌는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자식인 내가 예전에 엄마가 어린 나를 챙길 때 하던 걸 엄마에게 하고 있는 걸 깨닫게 된다. 지은이가 부모님과 여행을 가기 전 여행가이드의 자세로 여행을 준비하거나 낡은 본가 리모델링을 챙기게 되는 것처럼. 부모와 자식의 관계란 게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한가 보다.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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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두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문득, 묻다 2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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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때부터 멈춘 적 없는 것은 책 읽기와 글쓰기, 세상 구경.

그것은 내가 떠나지 않고 날 떠나지 않은 유일할 꿈, 위로, 그리고 감옥. 

 지은이 소개를 읽다 책 앞날개에서 멈칫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상하다. 2015년 7월에 [문득, 묻다(첫 번째 이야기)]도 읽었는데. 그때도 내가 지은이 소개를 읽다 책 앞날개에서 멈칫했었던가.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 그런데 이번엔 좀 더 오래 머물러 있었다. 두 문장에 눈이 박혀 그다음 장을 넘길 생각을 못 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 지은이를 아주 조금은 알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랑 좀 닮았다. 나도 어릴 적부터 언제나 손에 책이 들려 있었다.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의 작가가 라디오 프로그램의 한 꼭지인 [문득, 묻다]를 묶어 다시 책으로 냈다. 올해 7월에 이어 석 달 만에 나온 두 번째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는 문득 꽃을 보다가, 먹고 마시다가, 말하다가 궁금했던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담았다면 이번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사람과 일상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담았다. 첫 번째 이야기보다 100쪽이나 더 많다. 지은이는 사람과 일상이 더 궁금했나 보다.

 책을 낸 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혼자 묻고 대답하던 지은이였는데 책을 낸 후에는 질문을 받고 대답만 하는 입장이 됐다. 많이 받은 질문은 두 가지였다. "어떻게 이런 질문을 생각해낼 수 있어?"와 "굳이 왜 이런 걸 질문까지 해?"이다. 그런데 난 첫 번째 이야기를 읽었을 때도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을 때도 다른 게 궁금했다. "어떻게 이 답을 다 찾아냈을까?"하는 것. 현명한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현명한 질문을 해야 한다는 말처럼 지은이의 질문이 좋았던 걸까?

 책을 읽다 또 오래 머물렀던 부분이 있는데 '2장 매일 하다가... 문득, 묻다'의 첫 번째 이야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질까?' 마지막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이야기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변하려고 노력하는 로젠탈 효과. 이 둘이 함께 한다면, 두려울 것이 뭐가 있을까요.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갈라테이아는 무엇인가요(238쪽).

 질문과 답을 모두 가르쳐주는 친절한 책이었는데 '당신의 갈라테이아는 무엇인가요'라는 문장은 답을 주지 않았다. 그냥 나에게 질문을 할 뿐이었다. 갑자기 친절하지 않은 책이 돼 버렸다. 나의 갈라테이아라... 나의 갈라테이아는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은 지은이가 해주지 않을 테니까, 해줄 수도 없을 테니까 내가 나만의 답을 찾아야겠다. 나의 갈라테이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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