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 1 - 잃어버린 시간
토머스 A. 배런 지음, 김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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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8일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 [킹 아서: 제왕의 검]이 개봉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서 왕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도 마법사 멀린이 등장한다. 멀린은 아서 왕의 스승이니까. 반면 이 책은 마법사 멀린이 주인공이다. 총 12권이고 1권부터 3권이 동시에 출간된다. 전 세계 22개국에서 출간됐고 이미 디즈니가 판권을 샀다. 시나리오 각색은 [반지의 제왕]과 [호빗]을 각색한 필리파 보옌이 맡았다. 1권의 부제는 '잃어버린 시간'이다. 알려진 게 거의 없는 마법사 멀린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뤘다. 


 지은이 토머스 A. 배런은 사업가였다. 어릴 적 꿈은 작가였지만 로즈장학생으로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한 후에는 사업을 했다. 그러다 어릴 적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해 1989년 고향 콜로라도로 돌아갔고 지금까지 20권 정도의 책을 썼다. 어린이 책, 소설, 자연환경 분야 책을 주로 썼는데 대부분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프티스턴대학교, 자연보호협회 등에서 환경보호활동가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의 일곱 살 소년이 정신을 차린 곳은 해안가였다. 머리를 돌에 부딪혀 피가 났는데 그 탓인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이름이 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옆에는 자신과 닮은 구석이 조금도 없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둘이 같이 살게 된 후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브랜웬이고 소년의 이름은 엠리스며, 자신이 소년의 엄마라고 했지만 소년은 믿지 않았다. 소년은 늘 자신의 고향이 궁금했다. 그리고 투시력이나 예지력,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현실로 이루어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 무서웠다. 그 능력을 쓰다 시력을 잃었으니까. 뛰어난 마법사였던 할아버지가 소년이 12살이 되면 능력이 발현될 거라고 예언을 했다고 하지만 자신은 그런 능력을 원했던 적이 없다. 그래서 결국 고향을 찾아 떠났다. 자신이 엄마라고 말하는 브랜웬이 준 보석 목걸이 갈라토만 목에 걸고.


 길을 떠난 엠리스는 드루마 숲에 살며 나무와 강과 이야기를 하는 소녀 리아, 몸은 작지만 힘은 어마어마한 쇠황조롱이 트러블, 반은 나무고 반은 사람인 트릴링 족의 유일한 생존자 크웬, 키가 커지는 게 소원인 작은 거인 심, 거미 모양을 한 위대한 엘루사 등을 만난다. 그리고 핀카이라 섬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스탕마르 왕이 바로 자신이 그렇게 궁금해하던 아버지인 걸 알게 된다. 나쁜 정령 리타 고르와 싸우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게 된 엠리사는 비로소 잃어버린 어릴 저기 기억도 모두 되찾는다. 


 내가 영화에서 본 마법사 멀린의 모습은 길고 하얀 수염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그래서 10대 초반 소년의 모습을 한 멀린은 상상이 전혀 안 된다. 멀린의 어릴 적 이야기인 걸 알고 읽었는데도 10대 소년의 성장 소설로만 다가올 뿐이다. 내용도 어린 멀린이 자신의 능력을 부인하는 내용이라 1권의 주인공은 멀린이 아니라 멀린의 친구들인 리아, 트러블, 심 같다. 본인도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각도 못하는데 알아봐 주는 리아, 자신을 구해준 멀린을 위해 작은 몸으로 투지를 굽히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는 쇠황조롱이 트러블, 먹는 걸 좋아하고 겁도 많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결단력 있게 행동한 진정한 의미의 거인 심의 활약이 훨씬 두드러진다. 총 12권짜리 장편 소설이니까 마지막 12권에 가면 멀린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 그때는 지금까지 영화에서 봤던 현명하고 강한 마법사 멀린이 되려나? 아무래도 배결 설정을 하느라 중반까지는 이야기가 크게 재미있지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모험을 떠나는 후반부터는 재미있었다. 그 흐름을 받아 2권부터 이야기에 속도가 붙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번역이 아쉽다. 원래 영어 문장 어순을 살린 번역보다 우리말 어순에 맞게 자연스러운 번역을 좋아해서 직역을 한 것 같은 번역이 몰입에 방해가 됐다. 원작이 그럴 수도 있는데 문장 자체보다는 판타지라는 장르가 주는 힘과 상상력이 매력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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