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완전하게 - 더도 덜도 없는 딱 1인분의 삶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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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는 혼자 산 지 25년이 된 혼자 살기 전문가다. 고등학교 때 고향에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진학하면서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25년 동안 이사는 20번도 넘게 했다. 이정도면 혼자 살기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이사 전문가일 것 같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평생 혼자일지는 모르지만 자발적 독신인 것 같으니 혼자 살기 구력은 나이를 먹으며 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혼자 살기 위해 열심히 기반을 다진 것처럼 앞으로도 스스로를 잘 부양하기 위해 노력하겠지.


나 자신과 불화하는 순간도 많지만 대체로 나를 가장 잘 받아주는 친구는 나다(54쪽).

 지은이는 프리랜서로 글을 써서 먹고 산다. 영화 잡지 [프리미어]를 비롯해 패션 잡지 [엘르],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싱글즈]에서 기자로 일했고, [보그], [나일론], [어라운드]등의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쓴다. 책도 여러 권 냈다. [어쩄거나 뉴욕], [디어 미], [패션으로 영화읽기]가 있다.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며 하기 싫은 안 하고,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만나고, 무례한 사람은 갑으로 모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매월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게 아니고 일을 한 만큼 돈이 들어오니 생활 규모는 줄었지만 그대신 월급쟁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생활을 하고 있다. 새벽 4시에 자고 아침 11시에 일어나기, 한국의 추운 겨울을 피해 발리에서 지내다 벚꽃 피는 계절이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기 등. 이 책도 발리에서 몇 달 지내며 썼다고 한다.


물론 그것 말고도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백만 가지다. 하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어떻게 하면 더 오래도록 나 자신의 힘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 불필요한 것들로 향하는 에너지를 오로지 끌어모아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60쪽).

 직업 글쟁이다 보니 일단 문장은 좋다. 글을 쓰는 게 익숙한 사람의 티가 난다. 특히 잡지사 기자 출신이라 그런가 위트도 있고, 문장도 거침없고, '이게 뭔 소리야?' 싶은 문장도 없다. 가끔 피수식어가 너무 긴 거랑 잡지 기자들이 그러하듯 '드레스 룸'이니 '슈즈'니 하는 오글오글한 단어가 거슬리기는 하지만(그냥 옷방, 신발 혹은 구두라고 하면 되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의미가 다른가? 아니면 언어 사대주의인가? 아니면 영어를 쓰면 뭔가 있어 보일 거라는 착각? 아니면 허세?).


우리가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일 경우가 많다(중략). 내가 실패하고 망함으로써 그들을 책임지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지는 소중한 존재들, 그들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족쇄다. 가족이란 대개 그런 존재다(79쪽).


가족은 가장 보편적인 종교다. 가족은 무조건 사랑하고 보듬고 용서해야 할 대상이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교리 때문에 우리는 종종 살아서 지옥을 맞는다. 다 쓸데없는 짓이다.

나는 가족과 나의 기대가 상충할 때, 정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궁극적으로는 나의 행복을 지지할 거라는 믿음으로 최대한 이기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나의 가족들도 철저하게 자기 행복만을 위해 살아주기를, 나를 위해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기를, 결과적으로 나에게 아무런 채무감을 지우지 않아주기를 바란다(80쪽).

 내용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나이를 먹은 게 아니라 성실하게 자기 밥벌이를 해온 사람이라 그렇겠지. 나이가 많든 적든, 혼자 살든 누군가와 함께 살든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나 고민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공감이 될 것 같다. 나이만 많은 어른이 아니라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해야만 하는 일들로부터 도망칠 공간이 있다는 것, 의무와 무관한 몰입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견뎌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좀 더 가볍게 만들어준다(98쪽).

 읽다가 가끔은 책을 접고 잠깐 생각을 하다 하면서 단숨에 읽었다.


나와 세상의 지식들 사이에도 호젓이 만나 오래 머물 별도의 방이 필요했던 모양이다(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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