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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 - 둘만의 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한 지침서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 (주)비주얼아트센터 보다 지음 / 문화지형연구소씨티알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해보고 후회하라고. 또 누구는 그러더라. "넌 결혼하지 마"라는 사람들 말 믿고 결혼 안 하면 정말 바보라고. 그런 말도 있다. 전쟁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하고, 결혼할 때는 세 번 기도하라고. 또 이런 말도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결혼한 후에는 한 쪽 눈을 감으라고. 그리고 또 있다. 결혼은 무덤이라는 말.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결혼인가 보다.
이 책은 이런 사람과 결혼해라, 이런 사람이랑은 결혼하지 마라, 결혼하기 전에 이런 걸 살펴라 같은 조언은 하지 않는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무엇이 바람직하다 같은 의견 제시도 없다. 다만 이미 결혼했거나, 곧 결혼할 예정이거나, 언젠가 결혼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독신주의자를 제외한 200명의 인터뷰를 주제별로 풀어놓을 뿐이다. 물론 모든 인터뷰는 실제 사례 몇 개를 제외하고는 철저히 익명으로 실려 있다.
질문은 다양하다. 미혼자에게는 왜 결혼하고 싶은지, 어떨 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왜 결혼을 망설이는지, 어떨 때 이 사람이다 싶은 마음이 드는지, 결혼하지 않아서 힘든 점은 무엇인지, 배우자의 조건(외모, 직업, 경제력, 나이 같은 거)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등을 묻는다. 반면 기혼자에게는 어떻게 결혼하게 됐는지, 어떨 때 결혼을 후회하는지,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결혼하고 싶은지, 어떨 때 이혼을 생각하는지, 결혼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 등등을 묻는다.
아무리 선행학습이 당연시 되는 사회고, 복습보다는 예습이 중요하다고 해도 결혼이란 건 직접경험을 통한 예습이 불가능한 항목 아닌가. 결국 이미 코가 꿰어버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간접경험을 부지런히 쌓아 마음의 준비를 할 게 있으면 미리 하고, 환상을 버려야 하면 일찌감치 버리고, 미리 챙겨둬야 할 것이 있으면 일찌감치 챙겨두는 방법밖에 없는 거 같다. 그러니까 결혼을 할 거라면 말이지.
책 뒤에는 '그래도 결혼할 사람들'을 위해 실용적인 정보가 실려 있다. 결혼식을 할만한 곳 안내며, 예물과 예단에 대한 것, 결혼 준비 과정, 무엇을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 등이 순서대로 적혀 있으니 결혼 초보라도 덜 헤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 사람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괜히 기혼자들의 인터뷰를 보며 '이거 내가 잘 하는 짓 맞나?' 의심하기보다 알짜배기 정보만 취하는 게 어쩜 나을 수도 있겠다. 어쨋든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