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옆집에 영국남자가 산다 - 유쾌한 영국인 글쟁이 팀 알퍼 씨의 한국 산책기
팀 알퍼 지음, 이철원 그림, 조은정.정지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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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인 팀 알퍼는 2007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햇수로 11년째다. 지은이 소개를 보니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주간조선', '에센' 등에 칼럼을 연재했고, 공저도 여러 권 썼고, 디자인하우스 시니어 에디터, TBS 교통방송 라디오 PD,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기자, 에델만코리아 PR 매니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그래서 책 표지에 번역가 이름이 있는 걸 보고(그것도 두 명이나) 순간 당황했다. 한국 생활 11년차에 글을 쓰는 게 직업인 글쟁이니까 당연히 우리말로 썼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책을 읽어 보니 우리말 잘한다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책을 쓸 정도는 아니란다. 예상을 벗어났기는 했지만 뭐. 


 지은이는 영국의 유머와 한국의 유머에 관한 이야기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영국의 코미디는 어둡고 풍자적이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긴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스타일(8쪽)이 많아서 한국의 코미디언들도 그럴 줄 알았는데 전혀 달랐다는 이야기. 지은이는 왜 두 나라의 유머 차이로 프롤로그를 시작했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 책에 영국식 유머가 많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영국-프랑스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영국 남자의 유머는 때로는 재미있었고, 때로는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줘야 하는 거지?' 싶게 애매했다. 아래 문장은 재미있었다.


우리 중 누군가는 자신이 원해서, 또 누군가는 자신을 견뎌낼 상대를 만나지 못해,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운명에 의해 혼자 산다(58쪽).

 지은이는 한국에서 살며 보고, 듣고, 경험한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에 관해 '좋다, 나쁘다' 또는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는다. 태어나고 자란 영국 문화와 비교를 하지만(지은이가 여행을 하거나 잠깐 지냈던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하기도 한다) 차이를 말할 뿐 어느 문화가 위고 어느 문화가 아래라는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큰 사건을 보도하면서 일부 서양 언론이 유교 사상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보여주는 '서양 문화가 더 훌륭하다'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화는 어느 쪽이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지도, 혹은 더 진보적이거나 퇴보적이지도 않으며 그냥 서로 다를 뿐이라는 사실이다(120쪽).

 그리고 외국인이기에 가능한 색다른 해석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서로에게 쉽게 화를 내는 이유는 한 가지 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라니(75쪽) 신선하지 않나? 모국과는 다른 우리 문화에 낯설어하다가 어느새 동화되는 부분도 재미있다. 교복 입은 학생도, 와이셔츠 입은 직장인도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모습에 낯설어하다가 이젠 적응해 사무실용 하나, 목용탁용 하나, 쓰레기 버리러 갈 때 신는 오래된 거 하나, 특별한 경우에만 신는 거금 10,000원 주고 산 새 슬리퍼까지 네 켤레나 갖췄다니(229쪽).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일상적이라 새로울 것도, 재미있을 것도 없을 수 있는 것들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니 새롭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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