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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프 -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인 최인철 교수의 책이다. 첫 책인 『프레임』이 나온 후 12년 만에 나온 책이다. 『프레임』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목차 확인도 안 하고 행복에 관한 책이라는 것만 알고 읽었다. 주제 자체만 본다면 확 끌리는 주제는 아니다. 나한테는.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행복을 연구한 후 책을 낸 거로 아는데 연구 자체는 의미가 있겠지만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으로만 생각한다면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주제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오직 지은이만 보고 책을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올해 방송한 『숲속의 작은 집』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제작진은 피실험자 A와 B에게 행복한지 물었다. 그 질문에 피실험자 A는 '행복하진 않지만 감사하긴 하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반면 피실험자 B는 '행복을 잘 느끼는 편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피실험자 A와 B 역시 행복을 오해한 것 같다.
지은이는 행복이란 '행복'이란 단 하나의 개별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한다. 기쁨, 즐거움, 평화로움, 감사함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감정이 아니란 거다. 우리가 신나거나 흥분되거나 감동하거나 설레일 때 우린 이미 행복한 것이기에 '기분은 좋지만 행복하지 않다'거나 '재미있지만 행복하진 않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행복한 감정은 상태는 본질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감점을 '행복'이라는 단 하나의 개별적 감정이라고 좁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행복하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37쪽).
심지어 경외감이나 영감 같은 것도 행복의 다른 얼굴이다. '행복은 생각보다 훨씬 깊이 있으면서 동시에 지극히 일상적이다(43쪽)'. 그러니 누군가가 "행복해?"라고 물었을 때 심각한 얼굴로 '내가 행복한가?' 생각해 보지 않아도 된다. 질문을 하는 사람도 "행복해?"라는 물음에 괜한 무게를 더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재미있어?" 혹은 "즐거워?"라고 물을 때처럼 가볍고 편하게 물어도 된다. 대답하는 사람 역시 "응, 재미있어" 혹은 "응, 즐거웠어"라고 대답할 때처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대답해도 된다.
책에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10가지도 나오긴 하지만 난 행복에 관한 생각의 틀을 깬 게 제일 좋았다. 나도 피실험자 A처럼 행복을 '행복'이라는 별개의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알았으니까. 행복이라는 감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안 것만으로도 좀 더 자주, 많이 행복을 느낄 것 같다.
누군가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우연을 선물한다는 의미다(53쪽).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우연을 선물하면 된다. 행복이란 단어의 '행'이 우연이란 뜻이라니 몰랐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그때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우연을 선물하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