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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평점 :
책장을 넘기며 생각해 본다. 소설이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장을 넘길때와 같은 수준의 느김이 든다. '못'과 '모아이'라 불리는 중학교 남자아이 둘,
모아이와 나는 한 세트다. 한 세트로 당하고 한 세트로 불려나오고, 한 세트로 맞는다. 맞는 장소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 12
이유도 없이 불려나오고 습관처럼 때리는 아이들의 샌드백처럼 그 순간을 즐기는(?) 아이.
열 손가락 모두의 손톱이 절반가량 닳아 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어 뜯어서였다. 죽어버려. 치수를 죽이고 싶을때마다 나는 나의 손톱을 물어 뜯었다. 손톱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아무리 아파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 17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무엇인가 이유가 있다. 소심하거나 약하거나. 못이라 불리운 아이는 치수의 괴롭힘을 생각할 때마다 손톱을 물어 뜯으며 스스로를 학대하며 즐긴다.
세상을 끌고 나가는 건 2%의 인간이다. - 19
대부분의 사람들은 2%의 지시에 따르거나 고분고분하거나 . 못과 모아이는 상당히 자신들의 태도와 행동을 합리화 하려고 한다. 못과 모아이는 탁구를 치면서 서로를 위로하듯 생활의 돌파구를 찾는다. 마리라는 여자아이의 자살에 뒤 이은 치수의 가출로 못과 모아이는 왕따의 세계를 아쉽게도(?) 벗어난다. 하지만 그 공백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일상화되어버린 것이다.
프랑스인 세끄라탱과의 만남. 여름방학동안 그에게 탁구를 배우고 핑퐁거리는 탁구치는 소리마냥 단순히 오가는 둘의 모습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속에 달리는 다람쥐마냥 무의식적으로 눈을 뜨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시 기어들어가는 일상속에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내는것 같다.
책의 여기저기에 인터넷 소설류와 같은 냄새가 풍기고 10대의 거친 생각들이 녹아있는지 허공을 방황하는 듯한 내용이 여기저기를 왔다갔다하다가 결국은 책이 마무리된다. 그래서 핑퐁이 책 제목이었나보다
지구의 인간은 두 종류다
끝없이 갇혀있는 인간과 잠시 머물러 있는 인간
갇혀있는 것도
머물러 있는 것도
결국은 당신의 선택이다.
이데아는 결국
아이디어에 불과한 것이니까 256
작가는 경계선에 서 있는 존재같다. 두 부류에 속하지 못하고 기웃거리는 생각이 자유로운 사람같다. 창작의 고통이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지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