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네킹 > [내가 요즘 읽는 책]김성기-회색인

◇다시읽는 최인훈

“김형은 요즘 뭣에 관심이 있어?” 한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최인훈이요, 그의 ‘회색인’을 읽고 있어요.” 이런 응답에 그는 사뭇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명색이 사회학자란 놈이 무슨 늦바람이 불어 63년에 발표된 작품을 지금 읽느냐는 투였다.

하기야 이 작품은 대학 시절 우리 세대에게는 ‘광장’과 더불어 필독서가 아니었던가. 헌데 이번에는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우리시대의 큰 이야기’로 읽었다. 참 오랫만에 군데군데 밑줄까지 그어가며.

‘회색인’은 그뒤 77년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최인훈 전집의 제2권으로 들어가 있다. 시대 배경은 50년대 말. 주인공 독고준은 전쟁의 와중에 북의 고향을 떠나 남한으로 내려온다. 삶의 뿌리를 뽑힌 탓에 현실은 낯설기만 하다.

그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그러면서 고통스런 자신의 삶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사고의 추이를 주시하고 표현하는 관념 소설이라는 평가가 말해주듯 이 작품에는 논리와 사색적인 진술이 많다. 이런 식이다.

“만일 우리나라가 식민지를 가졌다면 참 좋았을 것이다. 식민지 없는 민주주의는 크나큰 모험이다.” “어떻게 해 볼래야 해 볼 수 없는 그런 환경이란 게 있어. 우리의 지금 상태가 그것 아냐?” “이상한 현실이야. 우리 사회에는 절망이라는 활자는 있으나 절망은 없어.” “언어와 현실 사이에 가로놓인 골짜기를 뛰어넘는 길은 막혀 있었다.”

‘나갈 길 없는 지평선’ 앞에 선 이들의 자화상이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계에 갇혀 어찌할 바 모르는 젊은 세대의 고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소설 속 인물들은 대학생에 지나지 않지만 작가는 이들의 눈과 입을 빌어 뒤엉킨 혼돈의 현실을 지적으로 분해하고 비판하여 그것을 속속들이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태도는 운명의 굴레를 지성의 힘으로 이겨내려 한다는 점에서 현대 한국 지식인의 전범을 처음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회색인’ 이후 우리 지식인의 현실 통찰은 얼마나 깊고 성숙해졌는가? 이렇게 자문하니 참으로 아뜩하다. 과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눈으로 급변하는 현실을 조망하고 진단할 능력이 있는가?

바로 이 물음을 ‘회색인’은 아프게 환기시킨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작가의 폭넓은 비전을 아직도 우리 지식사회는 제대로 딛고 넘어 서지 못했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래서 최인훈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문화비평가)



 동아일보     200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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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최초의 소설이었다는데
무정 - 중.고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 장편소설
이광수 지음, 김종태 작품해설 / 홍신문화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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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대에겐 조금 어색한 내용과 이해하기 힘든 사투리와 표현들 그리고 지금은 쓰지 않는 말들...

교과서에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이라는 것으로 학교 방학과제로 읽어보았던 기억이 남는 책.

주인공인 형식과 영채

그들의 사랑이 조금 비겁함이 보이고 너무 소심하여 용기없음을. 하기야 그 시대에 이런 사랑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용감하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고등학교때 읽어보고 다시 한 번 보았는데 느낌이 전혀 다르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그 당시의 신문 연재소설이었으니 상당히 인기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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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나도 잔소리를 많이 하는 부모인가 봅니다
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잔소리를 많이 하는 부모들은 아마 어릴적 자신의 부모에게서 똑같은 잔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자신이 그토록 듣기 싫어했던 그 잔소리를 자녀를 키우면서 다시 하는 것을 보면 잔소리라는 것은 자녀가 성장해 가는데 꼭 필요한 것인가 봅니다. 

책에서는 평소에는 쓸모없어 보이지만 언젠가 삶의 길을 잃었을 때 나아갈 길을 일러 주는 '삶의 나침반'이라 하고 있습니다.

푸셀은 일주일째 기분이 나쁘다. 부모님이 지나치게 간섭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와 하루만 '잔소리 없는날'을 만들자고 하고 월요일 하루만 잔소리 없는 날로 정하기로 한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양치질도 안하고 학교에 가지 말까 생각도 하고

학교에 가서는 선생님 허락도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집에서 파티를 준비해 달라고하며 억지로 친구들을 초대하지만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

결국 술주정뱅이만을 집으로 데려가지만 그것도 주정을 부리며 쓰러져버린다. 파티는 엄마와 단 둘이 한다.

저녁엔 공원에서 잠을 잔다며 나가고

이런 저런 하고싶은 일을 다 하지만 결국은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린이들이 독립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간섭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한 행동에 대해 어떤 위험이 따르고 책임을 져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책으로 아마 요즘 4학년부터 6학년 정도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잔소리를 듣기 싫어한다는 것은 독립심을 갖고 싶어한다는 것으로 본다면 조금은 긍정적으로 보아넘겨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조금은 아이들을 아이들의 생각으로 보아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와 아이사이를 읽고 난 후여서인지 조금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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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관계가 사제간이랍니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데쓰조라는 파리를 키우는 아이. 쓰레기장 주변에 사는 아이. 기르던 파리를 개구리에게 주었다며 얼굴을 쥐어뜯어놓는 아이.

씻지도 않고 냄새를 풍기는 아이가 고나니 선생님의 관심속에 점차 말쑥해지고 말도 하게 된다. "파리"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같다는 동질감을 느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시실과 가난하고 더러운 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없어 파르를 친구삼은 아이. 그래도 관찰력이 뛰어나 나름대로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아이다. 파리이름을 가지고 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다.

'파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한테 버려진 채 평생 친구도 가족도 없이 혼자 산다. 항상 벌, 거미, 참새 등의 위협을 받지만 남을 위협하는 일은 없고 먹이라고는 사회의 폐기물에 지나지 않는다. 파리의 생태는 전혀 아름답지 않지만 잔인하지도 않고 극히 조촐한 말하자면 서민의 생활과 같다' - (본문 70-71)

고다리 선생은 문제아 저능아라 불리는 아이들을 정상적인 아이들로 만들어가고 있다.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1학년이어서겠지만 학기초의 산만함이 없어지고 활기찬 학급으로 변하게 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리고 데쓰조는 파리 연구로부터 얻은 지식으로 근처 햄공장의 파리침범을 해결해주어 학교에서 영웅이 되면서 존재감을 얻게된다.

2학년 2학기가 되면서 데쓰조가 글을 쓰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쓴 글에 '고다리선생님조아'라 씌여있는 것을 보고 눈물흘리는 선생님. 코끝이 찡해진다.

이 책은 일본 문학계에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수많은 모방작과 비판작을 낳게한 문제작이다.  그만큼 일본문학계에 미친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책 내용 곳곳에 감상적인 사제간의 관계나 교육논란을 배제하고 루이 아라곤이 말하는 '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고다리 선생과 데쓰조라는 학생의 이야기를 전개해가면서 현실에 와 닿는 표현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

이 책속에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진솔함이 숨겨져 있고 인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있다.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아름다움으로서의 교육'을 이야기하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향기를 실어주고 있다. 그것이 인간에게서만 나는 '인간의 향기'란 것이다.

마음 약하고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함께 발 맞추어 걸어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본다면 교직에 있는 선생님이나 준비하는 준비생들. 그리고 부모들도 읽었으면 아이와 그의 친구에 대한 편견도 함께 사라지는 효과가 있지 않은까?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는 서로에게 가르치며 배우는 것이다'라는 표지글이 다시한 번 책을 덮는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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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음악은 느낌이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정신과 의사이며 음악 칼럼니스트인 작가는 여행을 통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연주가의 이름이나 곡의 제목을 재킷에서 발견할 때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수집을 하는 음악매니아이다.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클래식과 관련한 가게가 없다는 이유로 가게를 낸 멋진 사람. 손님을 맞을 때 음악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음악을 제대로 접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음악애호가를 많이 배출한 작가.

음악 CD라고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와 관련된 몇 개밖에 없는 독자에게는 음악세계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소개서라 여겨질 만큼 생소함이 배어났다. 단순히 듣는 것에 지나지 않던 음악을 계절과 접목시켜 음악가의 생각, 만들어지게 된 시대적 배경, 그리고 문화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의 이야기들을 담고있다.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랜보임,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 최대의 작곡가 엘가 등등 세계를 넘나드는 유명인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백건우의 사진과 관련한 에피소드,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의 지휘자 정명훈의 이야기는 그나마 우리의 인사도 있구나 하는 위안을 삼게해 주고 있다.

우승이나 협연, 카네기홀에서의 연주같은 수식어가 아닌 '라벨의 전곡'을 연주했다는 식으로 소개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이야기 그리고 피아노에 지쳐 힘들때 사진을 찍으며 방황의 길로 접어들지 않게 했던 일들. 음악회에서 사진전을 열어 예술적 감각을 자랑하던 백건우. 팬 사인회에서 악보를 설명해주던 자상함.

해외여행을 많이 한 분들의 여행기를 읽는 것처럼 계절을 넘나들며 시대를 건너뛰며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연주라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는 독자에게 그냥 '음악은 느낌이다 '라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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