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네킹 >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관계가 사제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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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데쓰조라는 파리를 키우는 아이. 쓰레기장 주변에 사는 아이. 기르던 파리를 개구리에게 주었다며 얼굴을 쥐어뜯어놓는 아이.
씻지도 않고 냄새를 풍기는 아이가 고나니 선생님의 관심속에 점차 말쑥해지고 말도 하게 된다. "파리"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같다는 동질감을 느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시실과 가난하고 더러운 곳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없어 파르를 친구삼은 아이. 그래도 관찰력이 뛰어나 나름대로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아이다. 파리이름을 가지고 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다.
'파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한테 버려진 채 평생 친구도 가족도 없이 혼자 산다. 항상 벌, 거미, 참새 등의 위협을 받지만 남을 위협하는 일은 없고 먹이라고는 사회의 폐기물에 지나지 않는다. 파리의 생태는 전혀 아름답지 않지만 잔인하지도 않고 극히 조촐한 말하자면 서민의 생활과 같다' - (본문 70-71)
고다리 선생은 문제아 저능아라 불리는 아이들을 정상적인 아이들로 만들어가고 있다.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1학년이어서겠지만 학기초의 산만함이 없어지고 활기찬 학급으로 변하게 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리고 데쓰조는 파리 연구로부터 얻은 지식으로 근처 햄공장의 파리침범을 해결해주어 학교에서 영웅이 되면서 존재감을 얻게된다.
2학년 2학기가 되면서 데쓰조가 글을 쓰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쓴 글에 '고다리선생님조아'라 씌여있는 것을 보고 눈물흘리는 선생님. 코끝이 찡해진다.
이 책은 일본 문학계에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수많은 모방작과 비판작을 낳게한 문제작이다. 그만큼 일본문학계에 미친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책 내용 곳곳에 감상적인 사제간의 관계나 교육논란을 배제하고 루이 아라곤이 말하는 '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고다리 선생과 데쓰조라는 학생의 이야기를 전개해가면서 현실에 와 닿는 표현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
이 책속에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진솔함이 숨겨져 있고 인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있다.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아름다움으로서의 교육'을 이야기하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향기를 실어주고 있다. 그것이 인간에게서만 나는 '인간의 향기'란 것이다.
마음 약하고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함께 발 맞추어 걸어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본다면 교직에 있는 선생님이나 준비하는 준비생들. 그리고 부모들도 읽었으면 아이와 그의 친구에 대한 편견도 함께 사라지는 효과가 있지 않은까?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는 서로에게 가르치며 배우는 것이다'라는 표지글이 다시한 번 책을 덮는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