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네킹 > 참 무서운 세상아닌가
조선 왕 독살사건 - 조선 왕 독살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수수께끼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7월
구판절판


청에서 세자를 귀국시키는 이유는 '북경을 얻어 대사가 이미 정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조는 기쁨에 앞서 '청이 세자를 돌려보내는 것은 참으로 좋은 뜻에서 나왔고 딴 마음은 없는 것인가?'

---자식도 무서운 인조였다. 그래서 결국 세자는 죽고말았다. 참 무서운 세상아닌가? 그것이 궁궐 속 이야기이다.-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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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내가 요즘 읽는 책]한명기-'거대한 체스판'


◇미국 바로알기 교과서

“여러 분은 세계에서 어느 나라 군대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합니까?” 강의실에서 가끔 우스개 소리로 학생들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학생들의 표정에는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윽고 몇몇은 “미군입니다”, “프랑스군 외인부대요”라고 답한다. “귀신 잡는 한국의 방위병요”. 제법 늙어 보이는 복학생의 농담에 강의실엔 폭소가 터진다.

정답(?)을 궁금해 하는 학생들에게 “세계 최강의 군대는 우리의 전경입니다”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왜 그런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군사력의 바탕이 되는 것이 경제력이나 첨단 기술력이라고 할 때 세계 최강의 군대는 당연히 미군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풍경을 떠올리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용산 미군 사령부 앞엔 항상 한국의 전경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대를 경비하는 또 다른 부대. 그러니 그들이야말로 ‘세계 최강의 군대’가 아닌가? 비로소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지금 우리의 일상에서 미국은 더 이상 태평양 건너에 있는 ‘딴 나라’가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코미디 같은 한 달이 지나고 공화당 부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한반도 정책에 주목한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을 밀어부칠 것이고, 어렵사리 조성된 한반도의 화해 분위기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등등.

미국과 관련된 이런저런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읽어보는 브레진스키의 ‘거대한 체스판’(삼인)의 내용은 한 마디로 섬짓하다. 카터 행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브레진스키에게 오늘날의 세계는 그저 미국의 장기판일 뿐이다. 거대한 장기판 위에서 차와 포를 어떻게 움직여야만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를 영원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의 관심은 바로 이것이었다.

한국에 대해 서술한 대목을 잠시 보자. “남한과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는 미군이 일본에 대규모로 주둔하지 않고도 일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주며… 통일 혹은 중국 영향권으로의 편입 등으로 남한의 지위가 변하면 미국의 지위 역시 크게 변할 것이고… 남한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공간’이 되었고 남한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값진 것이 되었다”. 브레진스키에게, 아니 미국에게 한국은 어디까지나 중국과 일본을 주무르기 위해 반드시 ‘통제’ 해야 할 전략 요충지일 뿐이다.

현재에도 SOFA 개정, 노근리와 매향리 문제, 주한미군 자체의 문제 등 우리와 미국 사이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우리의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라는 골리앗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명기 (규장각 특별연구원·‘광해군’ 저자)

동아일보 200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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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내가 요즘 읽는 책]김용택-미당 시전집 1~3


◇큰 시인…큰 울림

1972년경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때 아주 작은 시골 분교에서 교사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시가 뭔지도 잘 몰랐던 나는 외판원이 가지고 온 ‘서정주 문학전집’을 샀다.

나는 그 해 내내 이 시인의 시 속에 빠져 살았다. 까만 양복을 입고 팔짱을 끼고 고개를 반듯하게 쳐들고 덕수궁인가 어디엔가에서 찍은 그의 거만한(?)한 사진은 지금도 내 머리 속에 생생하다. 나는 그 전집을 읽고 그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 답장에 무슨 말이 씌어져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그 전집이 나온 후에 쓰여진 ‘질마재 신화’는 나를 화들짝 일어나 앉게 만들었다. 그리고 80년대를 거치면서 서정주는, 누구의 표현대로라면 ‘부적절한 아버지’로,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은 늘 엎칠락 뒤칠락 괴로웠다.

문학과 역사와 인간에 대한 태도는 어느 때 어느 시절이든 한결같아야 하고 변함이 없어야 할 가치들임에도, 나는 그의 시 앞에 서면 늘 형편없이 쫄아들고 사정없이 작아졌다.

그 후 나는 또 1991년 ‘미당 서정주 시전집’을 사서 그의 시 속에서 몇 달을 살았다. 그리고 그의 열 네 번째 시집 ‘늙은 떠돌이 시’를 읽으며 나는 아하, 시인은 나이가 들 때까지도 이렇게 끝가지 시인이어야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던, 그 시인이 가고 나는 그의 장지에 갔었다. 아주 초졸하고 작은 꽃상여가, 전날밤 눈 내린 선운리 들길을 가고 있었다.

오래오래 살다 죽은 우리 동네 그 어떤 사람의 상여와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정다운(?) 꽃상여를 따라 가서 시인이 무덤이 되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리고 나는 세 번째로 ‘미당 시전집 1∼3’(1994년·민음사)을 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올 겨울 내내 서정주 시의 숲 속에서 살았다. 이따금 문을 열면 몇 십 년만에 찾아 온 추위로 강물은 하얗게 얼어 터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숲은 끝이 없이 화려하고, 이마가 시려오도록 찬란했으며, 길이 없이 캄캄하게 어두웠으며, 문득 유쾌하고, 그의 관능은 내 몸을 칭칭 감는 배암같이 징그러웠다.

‘열 손가락이 오도도 떤다’는 그의 시 구절을 읽으며 나는 내 열 손가락이 ‘오도도’ 떠는 느낌을 맛보았다. 그의 시는 아주 멀고 아득하게 우리의 눈물을 불러냈으며, 아주 오래된 깊고도 적막한 우물 같이 우리를 빨아들였다.

이제 우리 시는 그 길고도 아득한 서정의 시대를 마감했다.

이제 그 누구도 꽃피는 과수원에 가서 꽃이 피는 것을 보며 “왼종일 북치고 장구치고 마짓굿 올리는 소리를 허고…”하는 숨가쁜 소리를 하지 못할 것이며, 그 누구도 꽃봉우리를 바라보며 귀신 들린 목소리로 “문 열어라 꽃아”하고 꽃의 문을 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이 땅의 수많은 시인 중에서 가장 오래까지 우리 가슴에 시를 쓰는 ‘현역’일 것이 분명하다.(시인)

 

동아일보  200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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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내가 요즘 읽는 책]박지향-'고고학적 도둑질'

◇실크로드의 악마들

외규장각 도서 문제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다. 외규장각 소장품은 한 주권국가가 소중히 보관하던 문화재를 다른 국가가 강탈해 간 것이고, 따라서 돌려받을 권리와 돌려줄 의무가 분명한 사안이다. 그러나 아무도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버려둔 사막의 사라진 도시에서 뜯어간 유적들의 경우, 그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실크로드의 악마들’(피터 홉커크 지음 김영종 옮김·사계절·2000)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중앙아시아의 유적들을 발굴하고 수집하는데 목숨을 건 탐험가 6명의 행적을 좇으면서, 그들의 행위에 대한 평가라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마르코 폴로 이래 가장 위대한 아시아 탐험가’라 불린 오렐 스타인을 위시한 이들 탐험가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사막에 묻혀 있던 문화재를 발굴하고 반출함으로써 그 존재를 서양에 알렸지만, 오늘날의 안목에서 보면 ‘고고학적 도둑’들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중국 정부도 이들의 발굴을 저지하지 않았다. 서양인만이 유적을 훼손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미처 반출하지 못한 문화재는 그 지역의 종교적 종족적 갈등 속에서 없어졌고, 그리고 비료로 쓰기 위해 벽화의 안료를 마구 긁어간 현지 주민들의 무지에 의해서도 사라져갔다. 그렇다면 ‘도둑’들이 문화재를 그나마 구해낸 것이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고고학적 도둑질’이 없었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유물이 보존될 수 있었을까 지적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구출’을 위한 것이었다 해도 한 민족에게서 그들의 유산을 박탈해 버린 행위가 과연 도덕적인가 하는 미묘한 문제를 제기한다.

10년쯤 전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고고하게 서 있는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면서, 런던에 따로 떨어져 있는 엘긴 마블이 합쳐진다면 이 아름다운 건축물이 얼마나 더 황홀할까 상상해 보고 짜릿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영박물관에 기세 좋게 전시되어 있는 엘긴 마블처럼만 대접받는다면 유적이 굳이 본래 장소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 책의 저자도 지적하듯이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수집된 유물의 대부분이 서양의 거대 박물관에서 제대로 전시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소장품이 너무 많기 때문에 괄시받고 있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본고장으로 돌려준다면 본국에서 그 문화재들의 가치가 한껏 빛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문화 유적이 누구의 것인가의 차원이 아니라 누구에 의해 그 진가가 온전히 발휘될 수 있을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어느 특정 민족의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그것들을 지켜 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서울대 교수·서양사)

동아일보  200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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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마네킹 > [내가 요즘 읽는책]'내 생애 단 한번’ ‘혼자 만의 시간’

◇세상이 이토록 맑다면…

외국에 여행을 하거나 연구를 위해 단기 체류하다 보면 다시 만난 옛 친구나 새로 사귀게 된 지인(知人)에게서 이런 저런 편의를 제공받는 일이 생긴다. 귀국해서 이들에게 보답의 뜻으로 한국의 정감이 우러나는 책을 보내는 것은 큰 기쁨이다. 신경숙씨의 수필집 ‘아름다운 그늘’은 농촌의 산과 들, 동식물, 풀과 곡식, 그리고 손때 묻은 모든 일상적 물건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간절한 애정이 그 특유의 화법으로 소박하게 표현되고 있어 우리 영혼의 고향인 농촌을 아늑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해외동포에게는 최상의 선물이라고 자신한다.

최근 고국을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들과 나누어 읽기 좋은 수필집 두 권을 발견했다.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샘터사·2000년 9월)은 저자의 맑은 심성이 곳곳에 넘치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찌들고 일그러진 마음을 맑은 물에 헹군 듯,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장애인으로서 취학과 진학 때 마다 괴로움과 설움을 겪어야 했고, 하루하루의 생활이 고통이며 투쟁인 그가 그 고통과 수모를 모두 삭여서 그토록 맑고 밝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면서 위안이 되기도 한다.

국내 어느 대학 박사과정에 응시했다가 면접고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학부 학생도 장애인은 받지 않아요. 박사과정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라는 냉혹한 선언을 듣고, 차분하게 “그런 규정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하고 나와서는 영화 ‘킹콩’을 보러가, 그 거대한 고릴라가 포획되기 전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말할 수 없이 슬픈 눈 때문에 한없이 울었다고 한다.

이남호 고려대 교수의 산문집 ‘혼자만의 시간’(마음산책·2000년 12월)은 조용하고 부드럽고 한가롭기까지 한 책이다. 우리 세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지만 단죄하는 어조가 아니고 조금은 슬픈, 그러나 참음의 미덕을 체득한 사람의 목소리를 띄고 있다.

“동강이 아름답다, 깨끗하다니까 너도나도 가서 보고 래프팅을 하면 자연히 오염을 보태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동강을 살리기 위해 우리는 동강에 가지 말자”라고 그는 말한다. 접근하지 않는 것으로 애정과 존중을 표현할줄 아는 사람답게, 그의 글은 초조함과 조급함의 어리석음과 비생산성을 깨닫게 해 준다.

맑고 깨끗한 글에 마음을 씻고 번잡함을 떨어내는 것은 정신적 소생이다. 이런 글들을 벗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살벌한 삶 속의 작은 행운이다.(고려대 교수·영문학)

 

동아일보  200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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