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네킹 > 성직자와 이단자의 길고 긴 이야기
치즈와 구더기 - 16세기 한 방앗간 주인의 우주관 현대의 지성 111
카를로 진즈부르그 지음, 김정하.유제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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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으로 몰리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있었다. 이탈리아의 한 사람이 이단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다. 심판관들은 해괴하리만큼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태초에 이 세계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거품과 같은 것이 바닷물에 부딛쳐 마치 치즈처럼 엉켜 있다가 이 모든 것이 함께 하나의 큰 덩어리를 형성하는데, 이는 마치 우유에서 치즈가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구더기가 생겨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 구더기들이 인간이 되었고, 이 구더기들 중에서 나비 천사가 나고, 가장 강력하고 현명한 자가 하느님이 되었습니다.”

구더기에서 인간이 천사가 하느님이 나왔다는 해괴망측한 이야기.

아주 길고 긴 재판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도메니코 스칸델라. 메노키오라는 별명을 가진 방앗간을 하는 아주 변변치 않은 사람이었다. 메노키오는 51세의 나이에 이단을 퍼뜨리고 다닌다는 혐의로 감옥에 갇히게 되고 다시 풀려나는 등  여러 번 반복하다가 결국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신을 모독한다는 죄명으로 화형에 처해지고 만다. 메노키오는 단순하지만 자신이 믿고 있는 천지창조와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면 상당히 수긍을 할 만한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갈릴레이 갈릴레오도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굴복하고 나오면서도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고 하지 않았던가.  

종교라는 것이 정치와 과학과 모든 학문의 위에 군림하던 시대의  현명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고통과 아픈이야기.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전해져 오는 메노키오의 이야기를 찾아나선 역사학자 진즈부르그의 탐구하고 연구하는 마음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를 들뜨게 한다. 그당시 많이 배우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성직자들이 단순하다면 단순한 그 재판을 그토록 오래도록 끌면서 진지하게 경청했겠는가? 역사에서 진실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태도들이 아닐까.

그래서 ‘치즈와 구더기’는 과거의 종교의 힘이라는데 맞서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역사서라기보다는 흥미와 관심을 높여줄 수 있는 아주 재미있게 꾸며진 소설이다. 평범한 방앗간 주인의 꾸밈없는 세계관을 찾아내어 우리에게 드러낸 것은 과거에 대한 충실한 반성과 배움이 우리의 미래를 일끌어가는 밑거름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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