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체제론은 미국 사회과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틴이 1974년에 낸 저서 ‘근대 세계체제 1’에서 비롯된 이론으로 전체로서의 세계를 분석대상으로 삼고 학제 간 장벽을 허물었으며 개별 사건이 아닌 장기적 과정을 중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월러스틴 자신이 “찬사를 받기도,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고 표현했듯이 이론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자주 왜곡되어 왔다. 오래전에는 특이하게도 사회주의의 대안을 내포하는 진보적 이행론으로 해석되기도 했고, 공산주의 사회의 붕괴 시점에는 오직 하나의 자본주의적 세계체제의 형성에 관한 ‘예언적’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세계체제 분석의 전제와 원칙이라고 간주하는 것들을 한자리에서 설명하고 총체적 조망을 제공하기 위해 쓴 개론서다. 저자는 현 상황에서 세계 위기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다보스 정신’과 ‘포르토 알레그레 정신’ 간의 투쟁이라고 말한다.
‘다보스 정신’이란 세계화의 기치 아래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에 모든 국경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이다. 정책적으로는 ‘워싱턴 컨센서스’라 불렸으며 이 이론의 보급을 위한 장으로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렸다.
반면 ‘포르토 알레그레 정신’은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 반대하기 위해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서 시작된 반(反)세계화 연대 움직임을 말하는 것이다.
두 정신 간의 투쟁은 결과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토론의 핵심은 여전히 미래에 건설할 사회체제에 관한 것이며 그 핵심요소는 사회적 조직화의 두 가지 중심 문제인 자유와 평등의 문제로 다시 돌아간다.
동전의 양면 관계로 제시되는 평등과 자유의 관계에서 저자는 평등의 강조가 결국 다수가 스스로의 자유를 깨닫고 소수의 자유를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것이 다수가 취해야 하는 필수적인 입장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월러스틴은 1968년 ‘세계혁명’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이행의 시기 또는 과도적 위기로 규정한다. 이후 세계의 미래도 우리 자신의 지적 도덕적 정치적 각성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또 여전히 중요한 메시지다.
강문구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 200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