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립고교들이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졸업 필수과목까지 영어, 수학 등으로 대체 수업한 사실이 확인돼 공교육이 ‘입시 제일주의’에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공립고교 중 상당수가 3학년생의 필수과목인 세계사나 정보, 예술 등을 가르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들은 대신 이들 수업시간을 대학 입시를 위해 영어, 수학 등의 수업에 할애했다.
일본 언론들의 자체 조사만으로도 필수과목을 가르치지 않은 고교는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 자치단체) 중 최소 11개현 65개교(학생수 약 1만2천명)에 달했다. 이같은 현상은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권보다는 지방에서 더욱 심했다.
이번 파문으로 당장 고3생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일본 학습지도 요령에 따르면 학생들은 필수과목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졸업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학교측은 방과후나 토·일요일, 방학 기간 중 보충수업을 통해 필수과목을 가르치겠다는 입장이다. 필수과목은 50분짜리 70회의 수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의 이런 방침에 학생들은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일부 학생들은 아예 새삼스럽지 않은 대체 수업이 왜 이제 와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데(岩手)현의 모리오카(盛岡)일고의 한 3년생은 “보충수업은 입시에 방해가 될 뿐”이라며 “지금까지 선배들은 필수과목을 이수하지 않고도 졸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학교들은 10여년 전부터 교과 과정을 상급기관인 교육위원회에 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대체 수업이 뿌리깊은 현상임을 반영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일본 문부교육성은 뒤늦게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입력: 2006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