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야,
아침에 아빠가 쉬는 날이라서 늦잠을 깨고 보니 넌 학교에 가고 없더구나. 몸이 시원치 않아서 오고 가는 유행병은 빠지지 않고 병치레를 하는 너이니 "날씨가 갈수록 추워지니 차라도 태워 학교에 보낼 걸"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네가 "야간 자율학습시간엔 학교에서 난방도 안 해준다"며 떨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네 엄마에게 들은 것도 맘에 걸리고…
그런데 아빠는 널 차로 등교시키는 일을 마땅치 않아 한다는 걸 너도 알 거다. 사실 아빠는 출근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내 차로 널 태워다 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자주 오지도 않는 버스를 찬바람 맞으며 기다릴 시간도 덜고, 탔다 해도 만원버스에 시달리지 않고 상쾌한 기분으로 공부할 수 있으니 너로서는 아빠가 야속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빠 생각은 다르단다.
우리 나라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다는 둥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련다. 우리 나라 학생들 모두가 차를 타고 등교할 형편이 아니란 것도 넘어 가자.
다만 아빠는 네가 학생이니 학생답게 컸으면 좋겠다. 몸이 불편한 곳이 없으니 남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부대끼기도 하고, 아니면 마침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학교가 있으니 걸어 다녀도 좋겠다.
그것이 지금 잠을 조금 더 잘 수 있고 조금 더 편히 등교하는 이로움보다 네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아빠도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사람이란 편하게 편하게, 쉽게 쉽게 사는 길만 찾아다니다 보면 당초 목표했던 곳과는 달리 엉뚱한 곳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단다.
또 늘상하는 얘기지만 땀 흘리지 않고 얻는 것 치고 길게 봐서 이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혹 모르지. 몇 달 지나서 네가 고3이 되어 시간이 정말 황금같이 여겨지거나 눈비가 내리거나 영하10도 쯤의 동장군이 몰아친다면 아빠가 네 엄마 등쌀에 못 이겨 아침에 눈 비비며 운전대를 잡고 널 학교로 데려갈 지. 어쨌든 그러기까진 우리 정우, 씩씩하게 학교 다녀야지. 아빠는 널 믿는다.
by.. 김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