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그대가 그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대는 모든 사람들을 그대 자신을 사랑하듯 사랑할 것이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서 재인용)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비공개(GUILTY BY SUSPICION)'란 작품이 있습니다.

1950년대 미국사회를 휩쓸던 매카시즘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평화주의자"라고 외쳤던 찰리 채플린이 미국을 떠나며 "예수가 미국 대통령이라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던 바로 그 때입니다. 주인공 로버트 드니로(극중 데이비드)는 '밥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입니다. 당시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으로 환대 받던 그는 남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매카시의 광풍은 그의 사소한 과거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그가 10여년 전에 소련의 굶주린 아이들을 돕기 위한 공산당 집회에 두어 번 나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권력자들은 늘 그렇듯이 약점을 파고듭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의 이름을 대면, 친구의 이름을 대면, 너만은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데이비드는 이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내가 친구의 이름을 대면 그의 가족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이 소박한 묵비권은 그의 삶을 바닥으로 떨어뜨립니다. 친구들은 노골적으로 그를 피하고 삼류영화는커녕 구멍가게의 판매원 자리도 빼앗깁니다. 남은 것은 FBI의 감시 뿐 입니다. 그래도 그는 당당하게 버팁니다. 이 영화에 까메오로 출연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대사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내가 만약 친구의 이름을 말한다면 나는 평생 거울을 볼 수 없을 거야.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게 좋아"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온 한 사내의 조용하지만 뜨거운 목소리입니다. 자신 을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를 깨닫습니다. 자기애(自己愛)는 일반적으로 이기심이나 정신병의 한 증세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나르시시즘처럼 말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다고 맘대로 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프롬의 말처럼 사랑이란 책임과 존경을 포함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사고와 행동의 출발은 자신일 뿐입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남의 생각을 존중해 줄 수 있고 자신의 삶을 사랑해야만 타인의 삶도 사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른 아침 거울 속에 비친 당신 모습이 정말로 보기 좋기를 기원합니다.

by.. 배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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