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오늘처럼 쌀쌀하던 고1때 어느 날 이었습니다.

수학시간에 소설책을 몰래 읽다가 선생님께 들킨 적이 있습니다. 만화책을 읽던 옆자리의 친구는 운 좋게 넘어가고 저만 '딱' 걸린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신문지로 싼 책표지를 확 뜯어버리시더니 "이XX야! 인간시장도 책이라고 보냐" 고 호통을 치시며 뺨을 열대쯤 때리시더군요.(그 책의 저자인 현 국회의원 김홍신씨가 아시면 서운해하겠지만 수학 선생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수첩을 뒤적이시더니 지난번 모의고사 성적을, 급우들이 모두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말씀하시더군요. 아마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수학도 못하는 놈이 딴 짓을 한다며 한 차례 더 뺨세례…. 그땐 그런 일이 종종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겠지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빌린 책이니까 돌려 달라고 했지만 선생님은 담임선생님한테서 찾아가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다음 교무실에서 벌어진 일은 대충 상상이 가시죠?

부끄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지은 죄보다 훨씬 높은 형량을 선고 받은 죄수처럼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수학도 못하는 놈이"라는 그 말은 자존심을 무참히 베어 버렸습니다.

그 내상을 치유하기 위해 그해 겨울 내내 수학공부만 했고 그러다 보니 수학이 재밌더군요. 결국 진학도 자연계로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뭐 그 수학선생님께 감사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살다 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이나 굴욕,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얻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순간 순간들이 미래를 조금씩 바꿔 놓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잘못 한 일에 대해서는 먼저 철저히 반성하고, 부당한 상처를 입었을 때는 당당하게 항의하든가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더 나은 나'를 위한 계기로 삼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겨울의 나무테처럼 더 단단해진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by.. 배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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