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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의 글솜씨는 알아줘야 한다. 대학 교수의 신분이면서도 우리 사회를 꼭 꼬집어내는 능력을 함께 가지고 있고 또 우리에게 읽혀줄 문장도 참 잘 만들어 낸다. 책을 넘기다 보면 어렵다라기 보다는 신문을 읽어내려가듯 평이하게 그리고 알아볼 수 있을만큼의 깊이를 가지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인 코드'는 본질주의에 근거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전면 부정도 아니다. 중간적 입장이다. 본질주의란 무엇이 되는 데 그것이 없으면 안되는, 무엇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속성들이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한국인 코드'는 한국인에 고유한 어떤 속성이 존재한다고 보지만 그것을 주로 상황의 산물로 파악하기 때문에 그 유동성과 변화 가능성을 인정한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동원하는 범주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전략적 본질주의'로 보면 되겠다. - 11
이런 종류의 분석이 너무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다. 일반인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정의를 내려주고 있다.
"너나 잘하세요"는 자기성찰 없는 비판 문화가 드센 한국 사회를 향한 일침이다. 자기방어 기제로서의 냉소주의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비리, 파렴치, 위선 행각이 그칠 줄 모른다. 염치마저 실종했다. 인간마저 실종된 것이다. 세상이 두렵다거나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게도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이 의존하는 최대의 심리적 방어 기제가 바로 냉소주의다. - 20
나는 잘하고 있는데 네가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이 기득권층 그리고 세칭 말하는 가진자에 대한 반발로 너무 강하게 나오고 있다. 계층간의 갈들을 심화시키고 있는 정책에 대한 반발인지도 모른다. 이런 사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을 가진 위정자가 필요한데 말이다.
선진국과의 비교 중독증은 두 가지 결과를 낳았다. 하나는 늘 보다 높은 곳을 향하여 따라잡자는 전투성을 배양했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민적 자기모멸 또는 자학을 심화시켰다는 점이다. - 92
앞선 정부들에게서 나오는 조급증은 우리가 서구가 일궈낸 근대화와 현대화를 경악할 정도의 단시간에 해냈다는데에서 자만심처럼 그들에 근접해 가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성급함이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했는지 IMF라는 것이 우리를 쓸어버렸다.
현 졍부가 들어서면서 코드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류의 사람만 쓰겠다는 위험한 발상이고 그것을 실제 운영하고 있으니. 글의 전개에 뭔가 꼭 꼬집아 내어 트집을 잡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 내 판단력이 그 정도인지도 모르지만 현실을 바로 보자는 취지는 동감을 한다. 사회의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참 꼬집어내는 힘처럼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