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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박지원 ㅣ 참 우리 고전 1
박종채 지음 / 돌베개 / 1998년 9월
평점 :
자식이 아버지에 대한 글을 적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조상들의 생활상을 잘 알지 못함이라. 원 제목은 '과정록(過庭錄)'이다. 과정록은 자식이 아버지의 언행과 가르침을 기록한 글이라는 뜻이다. 아들 박종채는 4년여 동안 심혈을 기울여 이 책의 초고를 집필했다 한다. 자신이 아버지에 대한 학문적 업적과 삶을 후대에 알리려 한 점 높이 살 만하다.
세상의 벗사귐은 오로지 권세와 이익만을 쫓았다. 이를 꼴불견이라 하여 아홉편의 전을 지어 세태를 풍자하였다.(20 - 22)
세 미치광이가 서로 벗삼아 세상을 피해 거지로 살아가네.
아첨배를 조롱하는 말 들어보니 그 작태가 환히 눈에 보이듯.
이에 '마장전'을 쓴다.
선비가 배고파 구차해지면 온갖 행실이 어그러지는데
엄행수는 똥을 져 날라 스스로 먹을 것 마련하니 하는 일은 더럽지만 입은 깨끗하지.
이에 '예덕선생전'을 쓴다.
민옹은 골계를 잘하고 세상을 조롱하며 비웃었으나
해마다 벽에 글을 지어 써서 스스로 분발했으니 정말 게으른 자를 깨우칠 만하지.
이에 '민옹전'을 쓴다.
명분과 절개를 힘써 닦지 않고 문벌과 지체를 밑천삼아
조상의 덕을 파니 장사치와 뭐가 다를까?
이에 '양반전'을 쓴다.
그가 쓴 아홉편의 글은 연유가 있어 이 작품을 창작했음을 밝혀놓고 있다. 그 중 '학문을 팔아먹은 도둑놈전'은 그 대상이 죽자 그 글을 불태워버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글들을 장난삼아 읽는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라는 저자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이다.
훗날 경상도 안의현감으로 있으면서 곳간의 곡식이 모자라는 것을 보고 아전들을 불러 다그치거나 매질을 하지 않으면서 그리고 백성을 불러 아전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하면서도 백성이 아전을 욕하지 않게 하고 서로 도와가며 그 곡식을 채울 궁리를 하여 2년여만에 모두 채워놓은 업적이야 말로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백성이 굶어가자 자신의 사재를 털러 그들을 구휼하고 여름철 저수지 둑을 막기 위해 각 마을별로 할당을 해서 일의 효율성을 높였고 수십년간 무너지지 않는 일을 성취하기도 하셨다. 그리고 현감의 일을 보면서 있는듯 없는듯 업무를 보면서도 백성이나 아전 모두 힘들지 않게 한 행정의 모습은 오늘날 도지사, 시장, 군수 등이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
감히 말하건대 국민을 위하고 시민을 위하는 위정자들은 '나의 아버지 박지원'을 새겨 읽으며 하루 그리고 한달 그리고 일년 계획을 세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