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파란여우 > 2006년 연말정산(1)-도서 구입비용

올 한 해 1백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겠다던 계획은 70여권의 독서와 67권의 독서기록으로 마감할 것 같다. 아직 2주일이 남았지만 이런저런 집안일과 현재 맡고 있는 일에 관한 조사와 보고서를 써야하는 일이 남아 책은 간간이 읽어도 리뷰 쓰는 일에 정신집중하기가 어렵다. 모니터 앞에 진득하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줄었다. 올 해는 직장 다니던 시절보다 책은 더 많이 읽지 못했고, 글도 더 많이 쓰지 못했다. 질적인 성숙을 요하는 욕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집일에 많은 시간을 뺏겼다. 직업적으로 온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빽빽한 서재 속에 틀어박혀 있는 삶이 흰머리 송송 생기는 일임은 그들에게는 그것도 ‘밥벌이의 고달픔’인 까닭이다. 즐기면서 살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고 마는 이유는 그것이 생계와 직결된 챙챙한 푸름에 질리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내 저금통장은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했고, 잔고는 이제 바닥을 본다. 서가의 책은 늘어나고 저금통장의 숫자는 줄어든다. 이런 삶을 1년을 견뎌왔다. 내년에는 얼마간의 마이너스 현실과 늘어나는 책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인가. 삶이란 ‘거리’를 재는 줄자를 풀었다 놨다 하는 일이다.


*) 알라딘
『젠틀 매드니스』를 시작으로 56권의 구입-638.860원

*) 타 온라인 서점, 32권 구입-364.520원

*) 오프라인 서점, 5권 구입-69.850원


Total) 내 지갑에서 나간 구입비용 산출
93권-1.073.230원


1백 권 구입은 실현 못했지만 선물로 받은 책이 23권, 서평단 책이 3권으로 내 인덕에 비례해서 과분한 책 선물을 낼름 받아 챙겼다. 물론, 나도 비밀의 통로를 통해서 여러 권의 책을 선물했지만 받은 만큼 책 선물을 하지 못했다. 마음대로라면 넉넉하게 지갑을 열어 많은 벗들에게 책을 듬썩듬썩 안겨주고 싶다. 언젠가 염소재벌이 되겠노라고 뻥을 치지만 내년에는 염소 숫자가 오히려 줄어든다. 나도 먹고 살아야 할 요량으로 염소 대신에 다른 일을 도모 중이다. 1년 동안 마음만은 재벌이라고 큰소리 탕탕 치면서 다이나믹한 활동을 해 준 내 신용카드의 수고를 살핀다. 뽀뽀대신에 집게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스윽 훑어주다가 직장을 때려친 지금 ‘연말정산’에 제출할 일이 없는 ‘카드사용 공제서’를 보며 조금 슬프다. 하지만 세상의 문이 꽁꽁 얼어 닫혀도 탐서광의 레이더는 사마귀의 눈처럼 계속 번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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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__왕 2006-12-17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그렇게도 많이 구입할 수 있다니...
대단한 정렬의 소유자네
부 -- 럽 --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