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보는 관점에서 다르게 기술될 수 있다. 다시말해, 분명히 그 사건은 있었으나 보는 이의 관점이나 사고방식에 따라 엄청나게 다르게 기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흑백 논리처럼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있을 것 같은 사건도 꼼꼼히 되새겨보면 어딘가 우리가 잘못 듣고, 이해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의 역사들은 지배자나 승리자 입장에서 저술되다보니 특정 사건들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오도하는 문제점이 있다보니 하나하나 관련된 역사 저술서를 보면서 이해하는 것이 진정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던 학창시절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인천상륙작전하면 생각나는 인물 맥아더 장군. 그는 6.25라는 민족간 전쟁에서 수세에 몰려있던 남한에게 전세를 역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준 고마운 인물로 인천 앞바다에는 그의 동상이 있으며, 우리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당시  미대통령 트루먼에 의해 물러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일본보다 몇배이상의 핵폭탄 전쟁에 휘말려 그 고통으로 고생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마 분노할 것이다. 또, 모TV에서 일제시대 민족 정신이 가득한 의적으로 묘사된 김두한의 실상은 거의 그가 저지른 모든 일들이 자신의 세력과 이권을 위해 행해진 행위이며, 그역시 전후 진흙탕같은 정치판의 정치깡패로서 소모품처럼 쓰이다가 버려진 존재라면 그를 존경하고 추앙하는 우리의 어린 학생들은 어떠한 표정을 지을까? 우린 얼마나 심한 역사 왜곡속에 살고 있는지 이 책은 읽는 순간부터 경악스러움에 치를 떨게 만들었다.  

진정한 보수라고 주창하는 그들의 실상은 일제 말기 뿌리가 제대로 뽑히지 못한 채 철저한 실리와 모략에 의해 성장한 친일파들의 잔재들이며, 그들이 말하는 보수는 우리 한민족을 반공이라는 매커니즘에 의해 철저히 분리함으로써 자신의 죄과를 숨기려는 모략이었음을 이 책을 말하고 있다. 노덕술이라는 친일 악질 고문경찰이 남긴 잔재들이 경찰에게 고문과 폭력이 일반화된 관행처럼 만들어 버렸다면 우리의 제대로 역사인식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주장하고 있는 듯 했다.

이 책에서는 요즘도 유행하는 병영기피가 과거 조선시대부터 존재했으며 그역시 가진 자들의 논리에 이끌려 다니다 보니 모순이 가득한 제도로 남기게 되었고,  그 안좋은 씨앗들은 결국 현재의 병역 불평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의한 행해진 민간인 학살보다 더 심각하게 자행되었던 미군과 한국군, 경찰등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조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진정 역사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일본과 독일의 역사인식을 보면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역시 우리가 저지른 치부와 부끄러움에 대해서는 철저히 인정하고, 반성함으로써 다가오는 미래의 세대들에게는 더 큰 역사적 과오를 저지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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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진/우맘 > 강력추천!!! 젤리틴트
에뛰드 젤리틴트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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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무진장 잘 트는 제 입술, 그래서 지난 겨울에는 니베아 립글로스만 바르며 어찌어찌 버텼지요. 그러나 봄이 되어 여기 저기서 레이스 치맛자락이 나부끼자, 창백하고 시퍼런 입술이 어찌나 보기 흉하던지. 그래서, 오랜만에 화장품을 장만했죠. 사실은 예전에 쓰던 에뛰드의 쥬시빔이 참 마음에 들었던지라 그 제품을 다시 구입할까 했는데요, 검색을 하다보니 '젤리 틴트'라는 것이 나오는 것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젤리...틴트? 새로운 종류의 화장품에 굉장히 혹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남들은 알지도 못하는 액체로 된 틴트, 스틱 섀도우, 붓 펜 아이라이너 등도 주저 없이 써 본 터라 호기심이 발동했지요.
그러나, 입술 사정이 별로 안 좋은지라 아무리 저렴하다 해도 막무가내로 살 수는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퇴근길에 근처 HUE Place던가요? 아모레 매장에 가서 시제품을 한 번 발라봤지요.

히야~ 바르자마자 입에 가득, 체리+딸기향이.^^ 게다가 립스틱보다는 투명하고, 립글로스보다는 답답하지 않은 사용감이 딱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래서 알라딘에 주문하고 받아 쓴 지 지금 며칠 되었습니다.
아주아주 만족이예요. 제가 쓰는 것은 2혼가요? 핑크 미니스커트인데요, 이 봄에 기본이 될만한 예쁜 핑크색입니다. 마치 입술보호제 바르듯이 무신경하게 쓱쓱 펴발라도 될 정도로 투명한 색감, 그러나 그냥 체리색 입술보호제보다는 분명하게 생기 있는 핑크빛이 표현되지요. 그리고 상당히 촉촉해서 밥 먹고 나서 얼른 한 번만 덧바르면 입술 트는 일이 없더라구요.
함께 근무하는 동료에게도 발라보라고 빌려주니, 한 번 써보고는 다음 날로 주문하더이다.

립스틱, 립 팔레트, 돌려서 짜 바르던 루즈 리퀴드에 립 글로스는 튜브에 든 놈, 팁으로 찍어바르는 놈, 손으로 바르는 놈, 그리고 갖가지 입술보호제.... 색깔이 너무 진해서 탈, 입술이 잘 터서 탈, 사용이 불편해서 탈, 입술이 답답해서 탈이던 모든 놈들은 이제 안녕입니다.
당분간, 이 봄은 젤리틴트랑 행복하게 살 거예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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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한가지밖에 못하는 남자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여자
앨런 피즈 외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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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떠한 소원도 들어주는 요술램프의 요정도 거부하는 것이 있다면 여자의 맘을 아는 것이라는 짤막한 이야기속에 소개함으로써 같은 인간이지만 다른 사고와 느낌을 가진 남녀의 차이에서 접근하고 이 책은 자신만만하게 내 여자친구나 아내를 알고 있다고 자만하는 남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반대로 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자들이 원시시대부터 식량를 얻기 위해 분주히 산, 들, 바다등으로 나가다보니 힘이나 방향 감각등의 능력이 우수한 반면 여자들은 집안에서 아기를 돌보고, 키우며, 살림을 하다보니 세밀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들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시말해 자기가  맡은 부분에서 적응해가면서 어떤 능력에서는 탁월하게 진화한 반면 다른 능력에서는 퇴화됨으로써 같은 종족이지만 사고와 판단의 과정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같은 언어로 말을 하고, 보고, 듣고, 느끼지만 그것이 이해하고, 판단하는 과정하는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면서 때로는 갈등과 차이의 한 원인이 되어가고 있는 남녀의 관계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이유를 조목조목 구체적인 사례와 생물학적인 이론을 가미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고 흥미없는 이론의 끝없는 나열이 아닌 쉽게 웃어 넘기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가십거리처럼 구성되어 있어 보는 이들에게 무난하게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남녀의 역할이나 사회적 지위가 평등해지면서 이러한 차이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특히,  서로에 대한 차이점으로 말해지는 부분들이 어떤 면에서 공유되어질 수 있는 부분도 있기에 이러한 흑백 논리가 모두 다 긍정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왜 이렇게 생각하지 않지'라는 의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답을 충분히 줄 수 있는 내용인 것 같다. 서로가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처럼 되도록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바보스러운 일인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하고 이 책은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남녀의 미묘한 감정에 대해서는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결혼, 성, 연예등 다양한 관점에서 남녀의 생각과 행동의 차이점을 재밌게 보여주고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하면 서로를 전부 이해할 수 있는 논리가 아니라 이러한 차이점이 있으니 이해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라고 되물어 봄으로써 하나의 인격체로서 서로의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게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이 가지만, 다소는 저자들이 외국인인 관계로 성에 대해 과감한 발언과 행동을 그리는 대목에서는 낯설음이 없지 않음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무료한 오후에 소일거리 정도로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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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즈마리 > '피해자다움'이라는 성역할

'피해자다움'이라는 성역할

글. 정희진(<a href="mailto:out67@chol.com">out67@chol.com</a>) / 여성학 강사, 처녀자리


이중 메시지 속에 살아남기

오랜 기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이혼하려는 여성들이 법정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제까지 잘 참았는데, 왜 갑자기 이혼하려고 하는가(남자가 생겼나?)”이다. 하지만, 남편의 초기 폭력을 문제 삼아도, “참을성이 없다”고 비난받기는 마찬가지다. 흉기를 들이대는 강간범을 만났을 때, 소리쳐야 할까? 빌어야 할까? 잘못 소리쳤다가는 죽을 수도 있고, 잘못 빌었다가는 “너도 즐겼지”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피임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피임 준비를 잘하는 여성은 ‘선수’, ‘걸레’ 취급 받기 쉽고, 피임을 못해 임신하면 남자에게 부담 주는 ‘칠칠치 못한 여자’가 된다. 성차별에 저항하는 여자는 나쁜 여자로 찍히고, 가만있으면, “여성들이 의식이 없어서 문제다”, “딸들아 깨어나라”며 계몽이 덜 된 인간으로 본다(‘깨어나야’ 할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다). 남성 언어 안에서는, 여성의 저항과 순종 모두 남성 폭력과 성차별의 ‘원인’이 된다.


경찰서나 법정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의 분노나 강한 감정 표현은 과장으로 의심받고, 침착하고자 애쓰면 피해자답지 못한 인상으로 해석된다. 제주도 도지사 성추행 사건의 피해 여성은 ‘너무 똑똑한’ 것이 문제 해결 과정 내내 비난의 구실이 되었다. 기자회견장에서 그녀는 “초등학교 밖에 안 나온 여자가 어떻게 녹음기를 사용할 수 있나, 누구의 사주를 받았나” 따위의 질문을 받았다. 남성의 구미에 맞는 ‘적절한’ 피해자의 태도는 어떤 포즈일까?

 

피해의식은 남성의 전유물

남성은 여성이 성적 주체이기를 바라지 않지만, 동시에 바란다. 가부장제 유사 이래 여성은 언제나 성적 주체였다. ‘성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는’ 남성 젠더 시스템에서, 여자는 남자의 인생을 망치는 존재다. 스릴러 영화의 공식, 남자 주인공을 시험에 들게 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 요부(妖婦)는 남성의 모순을 여성에게 투사한다. 팜므 파탈은, 남성의 성이 저지르는 폭력과 파괴가 결코 남성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존재다. 남성의 성욕은 무한대라서 어디로 ‘분출’할지 모르지만, 성욕 폭발의 버튼을 누른 사람은 남자 자신이 아니라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라는 것이다. 이 때 남성은, 대부분의 성폭력 가해자들이 합창하듯, 유혹자 여성의 ‘피해자'가 된다.


원래 피해의식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정치의식으로서 여성의 피해 의식은 근대 이후 여성주의 의식의 발전과 더불어 등장한 아주 최근의 현상이지만, 남성의 ‘피해의식’은 수 천 년 전 가부장제와 함께 시작되었다. 여성의 피해의식이 피해자로서의 사회구조적 의식이라면, 남성의 ‘피해의식’은 가해자의 정신 분열, 프로이드식으로 말한다면, 죄의 투사이다. 백인의 피해의식, 자본가의 피해의식, 미국의 피해의식을 보라. 피해의 의미와 내용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권력 관계의 유동에 따라 구성된다.


여성들은 지금 수천 년 동안 ‘여자라서’ 당연히 해왔던 노동을 거부하고, 너무도 오랫동안 당해왔던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고 있다. 폭력을 당하는 것. 폭력에 순종하는 것. 맞으면서, 강간당하면서 가해자의 앞날을 걱정하고 보살피는 것. 이 모든 것은 일종의, 여성의 성역할이었다. 동성애자 인권 담론의 가시화에 따른 이성애자들의 분노와 혼란처럼, ‘권리를 침해당한’ 남성들의 ‘피해의식’은 당연한 것이다.

 

여성이 ‘피해자 정체성’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여성에게 섹스나 모성은 자원이자 억압이다. 남성은 그렇지 않다. 이것이 가부장제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작동 기제이다. 여성에게 섹스가 자원(‘꽃뱀’?)이기도 하기 때문에, 억압(성폭력 피해자?)이 아닌 것이 아니라,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이 현실이 바로 성폭력의 원인이다. 남성에게는 모순이지만, 여성에게는 연속선이다. 여성에게 섹스가 자원이자 억압이라는 사실은, 성매매와 성폭력이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섹스의 주체는 오로지 남성이라는 의미이다.


주체와 피해자의 이분법, 그리고 이러한 이분법의 성별화(gendered)는, 남성 주체의 이해(利害)와 환상 속에서 구성된 ‘침묵하는 피해 여성’이라는 관념을 낳았다. 이분법에서 각각의 범주는 겹칠 수 없는 상호 배타적 것으로 설정된다. 주체 아니면 피해자다. 그래서 여성이 행위자, 주체이면서 동시에 피해를 당한다는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피해는 곧 피해자화로 연결된다. 피해는 타자화를 동반하지 않지만, 피해자화는 타자화를 전제한다. 피해 여성은 남성주체의 욕망에 의해 규정된다. 남성의 입장에서 강간당한 여성은 더럽혀진 여자거나 ‘기껏해야’ 무기력한 희생자지, 젠더 계급투쟁의 생존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남성의 시각이 곧 사회의 시각이 된다. 특히,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피해자화는 가부장제 사회의 가장 진부하면서도 세련된, 가장 오래된 타자화 방식이었다.


피해자화는 여성에게 권력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젠더 사회에서 남자들은 성공을, 여성들은 불행을 ‘경쟁’하는 이유이고, 여성들이 ‘피해자 정체성’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피해자일 때만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내게 상담을 청한 어떤 성폭력 피해 여성은, 칼을 들고 덤비는 성폭력 가해자를 설득하여 임신과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을 사용하게 했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칭찬했지만, 그녀에게 고소를 적극적으로 권할 수는 없었다. 가부장제 사회의 피해자 각본에서, 이 여성의 뛰어난 행위성과 협상력은 “섹스(강간) 동의”를 의미한다. 남성만이 성의 주체라는 인식에서는, 성폭력에 저항하는 여성은 무성적(asexual)이거나 문란한 여성으로 해석된다. 여성은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고 죽은 듯이 있어야만 피해가 인정되고, 피해자로서 ‘권력’을 부여받게 된다.

 

아버지의 연장으로 아버지의 집을 부수기? - 남성 언어로 말하기의 고통

전 세계에서 유래 없이 ‘빠르고 쉽게’ 제정되었던 한국의 성폭력 법제화는, 여성의 고통을 남성의 언어로 재현하는 것의 한계와 남성의 ‘피해의식’이라는 역효과(backlash)의 위력을 확인시켰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성폭력만큼 인식론에서, 방법에서, 관계에서 논쟁적인 이슈도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인식론도 여성의 고통을 설명하지 못한다.


성폭력 문제는 “여성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 “남성의 언어”, “여성의 관계성과 남성과의 사랑-상처-고통-착취 당함의 공통점과 차이” 가 도대체 무엇인지, 여성주의를 포함하여 기존의 모든 담론과 인식 체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거의 모든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은 논쟁이 폭발, 내연(內燃)하는 장소이다. 성폭력 사건이 가시화되기만 하면,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들이 속한 공동체는 격렬한 논란에 휩싸인다. 또한 성폭력의 법제화는, 국가의 가부장성을 비판하는 동시에, 상담소 운영 등을 통해 국가 정책의 하부 집행자가 된 여성운동 단체의 이중 역할 속에서, 여성운동의 정체성과 진로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학생이든, 노동자이든, 공무원이든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 교육에 강의를 가면, 일단, 그들은 자신이 교육 대상, 잠재적 가해자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못견뎌한다. 어느 집단을 가든 남성들은 똑같은 문제제기를 한다. “성폭력 당하는 남성도 많다”, “여성부는 있지만, 남성부는 없다”, “여성 상위가 지나치다. 페미니즘은 여존남비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여당의 ‘친일 과거사 청산’ 주장에 야당이 ‘친북 과거사 청산’으로 대응하는 것과 같은, ‘남자도 성폭력 당한다’ 는 주장은, 여성주의가 기존의 보편성, 객관성, 평등 개념을 해체, 재구성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성폭력, 아니 모든 폭력 사건 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해, 남성들은 ‘가해자 인권론’으로 맞서고 있다.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여성의 권리 주장, 너무나 어렵고 복잡하다. 자유주의 철학은 평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인 동시에 걸림돌인 것이다.


현재 反성폭력 여성운동은 (기존의 언어에서 본다면) 여러 가지 모순에 직면해있다. 성적 자기결정권 주장과 여성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교육받았다는 주장을 동시에 해야 하고, 성폭력은 섹스가 아니라 폭력인데 동시에 그것은 성적인 폭력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죽어도 잊어지지 않는 죽음과 같은” 성폭력의 극심한 피해를 강조하지만, 동시에 피해 여성은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라고 주장해야 한다.

 

피해자 중심주의와 젠더 범주의 딜레마

모든 여성은 여성이지만 동시에 여성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현재 성폭력 반대운동의 결정적인 딜레마는, “여성이기 때문에 성폭력 당한다”는 젠더 범주가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지만, 실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인식론이기도 하다는 데 있다. 가부장제에 저항하기 위해 여성의 공통성을 강조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여성을 성별 정체성으로 환원시켜 모든 여성을 동질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가부장제 프로젝트에 기능적이다. 성폭력 발생 원인은 물론, 이후 투쟁은, 피해 여성의 사회의식, 자원, 장애 여부, 인종, 사회적 관계망, 학력, 계급, 외모, 나이, 건강 상태, 비혼 여부, 지역 등등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성폭력의 원인 그리고 젠더 자체가 젠더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젠더 인식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여성의 불행이 젠더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피해자 중심주의’나 ‘성폭력 개념 확장론’은 여성들의 차이를 젠더로 환원한다. 여성주의는, 이제까지의 객관성이 남성의 경험에 근거했기 때문에 이제는 여성의 경험이 객관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주의는 기존의 객관성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객관성을 상대화하자는 것이다. 객관성이란 권력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며, 권력 관계에 따라 유동한다. 그러나 피해자 중심주의는 마치 모든 피해여성이 동일한 경험을 하며, 피해자의 경험이 그 자체로 객관적인 것 같은 오해를 준다.


같은 성폭력도 여성들은 다른 방식으로 억압받고 다른 강도로 피해를 느낀다. 어떤 여성은 포르노를 보고 성욕을 느끼지만, 어떤 여성은 불쾌할 수 있다. 젠더 범주는 여성을 개인이기 이전에 여성으로 묶는다. 이때 포르노를 불쾌하기 느낀 여성의 경험은 의미화 되기 어렵다. 남성 사회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좋다는 여성도 있는데, 지나치게 예민한 거 아니냐?” 여성이 느낀 것이 아니라 개인이 느낀 성폭력이 성폭력 피해의 의미를 구성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 인식의 근거를 젠더가 아닌 여성 개인의 몸에서 찾고, 법 담론 중심의 성폭력 개념을 극복해야 한다. 젠더에 기반 해서 젠더를 해체하기, 어려운 일이다.

 

* 이 글을 퍼가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월간 언니네 (www.unninet.co.kr) 2004년 9월 특집 "피해"라는 날개와 발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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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의 법칙 - 소비자를 유혹하는 24가지 키워드
홍성준 지음 / 새로운제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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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더이상 원가 절감, 효율성의 증대라는 범위에서 성장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과연 나날이 변하는 소비자의 기호와 트렌드, 시장 여건 그리고 비숫해지는 제품과 품질등 속에서 타동종업체와 비교해 구별될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가 무엇일까? 질문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대안 아니면 답으로 저자가 제시한 것이 차별화일 것이다. 타제품에서 가질 수 없는 특징과 가치를 자사의 제품에 가지게 함으로써 시장 선점하고, 경쟁력 갖출 수 있는 힘이 바로 차별화(Unique+Value)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이 개념은 우리의 일상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념중에 하나이지만, 구체적으로 접근하면 다소 고개를 젓거나 뭔가 색다른 개념이 아닐까 의문부호를 갖게 되는 이 개념을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와 일반화된 법칙으로 묶음으로써 실생활속에서의 이해시키고 있다.

한 예로 인터넷서점을 들어보자.  몇년전까지만 해도 정가의 10~20% 할인률과 4만원이상일 경우 무료배송을 대부분의 인터넷서점의 운영 방식으로 택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것이 도서정가제 이후 감소한 매출과 기존 업체들 이외의 신규업체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 인터넷서점은 자신만이 독특한 차별화를 추구해야 절대절명의 위기속에 놓여있었다.  이런 와중에 인터파크가 수량과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배송을  실시함으로써 시장 선점의 효과 및 매출 증대를 가지게 되자 뒤늦게 알라딘, YES24등이 참여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또다른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런 와중에 알라딘이 '알라딘 마을'이라는 블로그 개념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게 되면서 자신의 고객을 단순히 책만 사는 대상이 아닌 서로의 관심과 경험을 공유하게 온라인 모임을 갖게 됨으로써 해당 서점에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왔다. YES24 역시 사이트의 개편 및 영화 예매와 화장품 무료배송 서비스등의 다양한 컨택츠의 도입을 통해 고객에게 색다른 가치와 관심을 유도하고 있는 것처럼 경쟁이 심한 인터넷서점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더욱이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도서정가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생존을 위한 또다른 차별화의 시도와 대응은 또다른 경쟁업체인 오프라인 대형서점들과 어떤 식으로 전개된 것인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과연 차별화하면 모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항상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나 시대의 트렌드를  무시한 차별화, 타사를 그대로 모방하거나 무분별한 차별화의 남발은 오히려 기존의 기업이 가지고 이미지마저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모든 것을 고려해서 행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을 K마트의 예처럼 월마트의 저가전략에 맞대응하기 동일한 차별화의 선택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파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골프업계에서는 그 기반이 약했던 나이키가 골프 천재 타이거우즈 광고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고객의 신뢰와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업계에서 부동의 일등 주자로서 등극한 경우처럼 차별화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기업의 현재와 미래의 성장성을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이 책속에서는 다양한 차별화 법칙과 전략 그리고 실행 스킬이 다양하게 실례를 들어가면서 소개함으로써 빠른 이해와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기존의 마케팅 관련 서적들의 외국의 번역책인 경우로 다소 와 닿지 못한 내용이 많았지만 이 책속에서 소개된 국내기업들의 이야기와 전략들은 충분한 현실감과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의 마케팅 관련 책들에서 보여지는 법칙들이 중복적으로 소개되다 보니 다소 지루한 감도 있지만 우리가 상식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어떠한 마케팅 전략에 접근할 때 초기의 실행의 어려움이나 구체적인 방안의 수립이 힘들 때 한번쯤은 봄으로써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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