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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ㅣ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2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박순규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자신을 가두고 있던 마음의 장벽과 두려움이 무너지고, 눈이 멀기까지 한다고 한다. 이제 그 사랑은 상대에 대한 좋아함을 넘어 집착과 소유에 가까워지면 어떠한 이성적인 인간도 통제할 수 없는 악인이 되어가고, 끝내 자기 파멸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첫 느낌이었다.
사랑을 해본 분이라면 알 것이다. 젊은 시절 한번쯤은 갖게 되는 세상에 대한 염세적인 시각과 판단들이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성적인 존재를 통해 긍정적이고 건전한(?) 사람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알게 된다. 하지만, 때론 부정하고픈 나약한 자의 심리적 위안쯤으로 치부되었던 사랑의 감정이 경쟁자가 나왔을 경우 질투와 시기로 변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냈던 기억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또, 이런 경쟁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친한 친구였을 경우 더욱 더 안절부절 해지고 답답한 느낌마저 들게 될것이다. 더욱이 이런 사랑의 갈등과 관계가 상대방의 죽음으로 끝났을 경우 남아있는 자에게는 얼마나 마음의 큰 상처를 줄 것인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의 상처를 평생의 짐과 죄처럼 안고 있는 선생님. 그는 주인공에게 '사랑은 죄악이다.' '평범하고 착한 사람도 급박한 순간에는 악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은연중에 내비치면서 자신의 슬픈 과거에 대한 책망과 속죄를 들어냈는지 모른다.
자신의 친구이며 삶의 경쟁자였던 K에게 현재의 아내를 얻기 위해 저질렀던 이중적인 행동과 거짓된 위선속에서 힘들었던 그를 더욱 짓눌렀던 것은 그것이 한 존재의 삶을 마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깊은 자학과 충격이었을 것이다. 어린시절 슬픈 가족사에서 비롯된 남에 대한 의심과 증오가 오히려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그는 아내의 아름다운 영혼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적절한 시기(메이지 천왕의 죽음)에 죽음을 택했는지 모른다. 그것을 통해 조우시가야의 묘지에 묻어있는 친구에 대한 속죄와 무섭고, 어두운 과거의 기억속에 영원히 묻고 가고자 했던 선생님의 의지였는지 모른다.
진정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사는 내내 죄악과 속죄라는 양면적인 감정의 혼돈속에서 자신을 버리고, 추악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평범한 악인의 마음을 품고 있는 현대인들에 대한 작가의 냉철한 비판과 자조가 아닐런지? 일본소설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도덕적인 내용을 주제로 인간들의 선과 악이 오가는 과정을 추리소설적 구성과 행동, 심리적 판단의 변화를 통해 인간 내면에 씻어지지 않는 잔재처럼 남아있는 이기심과 욕망을 이 책은 표현하고 있다.
과연, 죽음만이 그런 과거의 과오를 지울 수 있는 도구일까라는 의문과 사랑이 낳는 집착과 파멸의 단면을 보면서 이 책은 앞서 말한 이런 고민과 충격마저 일시적 심리적 동요와 행동으로 보고 무시하는 우리들에게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