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죽음은 한번쯤은 인간으로서 겪어야 하는 한 과정이며, 생각조차 하기 싫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기에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속에서 잊혀져버린 필연적 진실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과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들은 죽음을 다양한 각도와 시각속에서 그려낸 많은 예술, 문학, 철학 작품들에서 중요한 소재로서 등장함으로써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것들이 어찌보면 그것을 다루는 예술가나 작가, 철학자들에게 우리와는 다른 고귀한 존재로서 인정받는 것 역시 그것이 주는 특별함이 아닐런지?

여기서 소개되는 세가지 명화가 주는 느낌들이 소설의 배경과 느낌이 되고 있는 이 책은 흔하지 않는 직업의 소유자인 자살 보조업자의 독백적 고백에서 시작하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자신의 주체를 상실한 채 물밀려오듯 다가오는 현실이 주는 짐과 고통속에서 나약함과 자아 상실에 빠져있는 자들의 해방구인 죽음. 어떤 이유이든지 마지막에 놓여진 자들에게 죽어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고 그들의 죽음을 돕는 주인공의 비정함과 용이주도한 모습. 거기서 그와 직간접적으로 엮어지는 총알 택시 운전사 K,  그의 형이며 예술가인 C, 유디트라고 표현되는 술집여자인 세연, 행위예술가 유미미. 그들 관계속에서 어울러지는 의미없는 듯 보이는 만남과 섹스 그리고 헤어짐의 실체속에서 죽음은 자기밖의 탈출구처럼 보인다.

자살보조업자인 주인공에 의해 죽음을 택하는 세연과 유미미. 처음의 주저함도 이내 편안함으로 바뀌는 과정속에서 나타나는 죽음이 가져다주는 편안함의 모습들. 또, 죽음의 현실을 무제한적 속도감과 예술작품속에 구현시키지만, 그것에 직접적으로 대면하기 보다는 비켜나가려고 하는 K와 C. 이렇듯 죽음이 주는 편안함과 주저함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연결된 고리처럼 그려지는 모습들 속에서 작가는 죽음을 찬양하는 것일까? 아니었다. 이 모든 일들이 한 소설가의 작품속에서 그려진 내용이라는 반전과 더불어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게 없을까'라는 허무한 독백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결말로 끝나고 만다.

죽음이 주는 알 수 없는 힘과 주저함 그리고 몽환을 담은 환타지적 구성속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난제처럼 작가는 그것을 그리고 있고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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