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공부법 - 입시 위너들의 단기간 고효율 학습 노하우
박동호.김나현.이기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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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의대생 공부법

지은이: <의대생 TV> 출연진 박동호, 김나현, 이기준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공부의 끝은 어디일까? 죽을 때까지 배울 것은 많고 공부란 늘 하는 것이기에 시작과 끝을 논할 순 없다. 그럼 목표와 수준으로 따져보자. 높은 성적으로 가는 학과는 아무래도 의대와 법대가 아닐지. 물론 다른 학과에도 똑똑한 인재들은 넘쳐나지만, 그중에서도 의대생들은 본과 졸업 후에도 살벌한 스케쥴에 시달리며 의사로서 담금질한다. 한마디로 합격이 다가 아닌 상황.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일단 의대에 합격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수많은 수험생을 시행착오 없이 바른길로 안내하고자 뭉친 <의대생 TV> 삼인방이 여러 의대생의 공부 비법을 담아 엮은 책이 바로 이 『의대생 공부법』이다. '난 의대 안 갈 건데?'하고 무심코 넘길 책이 아니니,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혹은 자녀의 성적 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면 너도나도 간절한 마음으로 읽으면 참 좋을 책!

 

 

 

 

 

 

 이 책이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점수가 오르는 공부법을 알려준다. 본인이 취약한 부분과 시험 출제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관건! 둘째, 공부 계획 세우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천 가능한 계획 세우기! 스터디 플래너 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떻게 얼마나 써야 하는지 요목조목 집어주니 이런 과외 선생님이 또 있을까 싶다. 셋째, 몸과 마음 관리법. 알다시피 공부는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장기전이다. 몸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까지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지 효과적인 방송이나 앱을 비롯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한다. 의대에 입학한 이 친구들은 말한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 안에 누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늘 시간이 부족하여 자투리 시간 활용과 효율적인 일처리에 관심이 많은 내게 의대생들의 시간 관리법은 꽤 흥미로웠다.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유튜브 <의대생 TV>와 이 책 『의대생 공부법』을 통해 꼭 알아보시길!

 

 

 

 

 

 좋은 머리보다는 근성과 끈기! 의대생은 모두 전교 1등이었던 건 아니다! 공부량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도 아니며, 의대생 모두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라며 의대생에 관한 오해를 풀어주는 이 친구들. 공부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그들이 전하는 당부는 이렇다. 첫째, 같은 내용을 최대한 여러 서적에서 확인한다. 둘째, 누적 복습으로 강력한 기억을 만들어라. 셋째, 시험 족보는 최대한 시험 직전까지 아껴둔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이라도 허투루 낭비하지 말고 귀하게 쓸 것! 계획한 진도를 나갔는지 매일 체크하고 몸에 밴 실수 습관을 줄이라는 등등 수험생들에게 피와 살이 될 조언들이 알차게 담겨 있다. 도움이 되었던 문제집 소개 페이지가 참 좋았는데, 이과라서 그런지 정작 가장 궁금했던 영어 문제집은 없어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쉽. 의대생 선배들의 합격 수기와 함께 어떻게 공부했는지 인터뷰한 페이지도 종종 등장하여 학구열을 불태우게 한다. 수많은 공부법 책이 쏟아지는 요즘, 이 책 역시 그런 공부법을 다룬 책이긴 하지만 전혀 식상하지 않고 상당히 실용적! 가르치는 녀석들에게 이 책 꼭 읽어보라고 추천할 생각이다. 우리 아이들 모두 공부를 행복하게, 잘할 수 있는 그 날까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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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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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지은이: 미야가와 사토시

옮긴이: 장민주

펴낸 곳: 흐름출판

 

 

 

 인간미 넘치는 따스함으로 착한 감성 세포를 자극하는 흐름출판에서 정말 추천하고 싶은 신간을 선보였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제목을 처음 듣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하고 식은땀이 또르륵... '이건 뭐지? 사이코패스인가?' 하지만 이 책을 딱 한 장만 읽어도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조금 엽기적인 이 제목이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간절한 그리움이란 걸... 작가는 다시 만나지 못할 엄마를 자기 몸의 일부로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사무치게 엄마를 그리워한다. 아무리 참고 버텨도 펑펑 울 수밖에 없는 책이지만, 너무 많이 울까 무서워도 이 책은 꼭 읽어보시길!

 

 

 

 

 

 혼자 검진 결과를 듣기 무섭다는 엄마를 선뜻 따라나선 아들은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듣고도 상관없는 일들만 머릿속 가득 떠올린다. 아들은 믿을 수 없었다. 엄마가 아프다는 걸. 엄마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걸. 그렇게 시작된 투병 생활을 순탄치 않았다. 2년간의 항암 치료로 나날이 쇠약해지는 엄마. 아픈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힘든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 아들은 원치 않는 이별을 맞는다. 우리 엄마는 절대 죽지 않는다고, 어떤 병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건만...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나버린 엄마가 미치도록 그립고 또 그립다. 10년 전, 아들 역시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생사를 오갔었다. 병원 밥이 먹기 싫다는 아들을 위해 카레를 해오셨던 엄마.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던 그 카레. 엄마는 아들이 철석같이 나을 거라 믿었고 결국 그 바람은 현실이 되었건만, 엄마가 완치될 거란 아들의 간절한 바람은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처럼 허망하게 끝나버리다니... 아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엄마를 그린다. 돌아가신 엄마가 간절히 보고 싶다. 어째서, 대체 왜 부모님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까? 바보 같은 자식인 우리는 왜 부모님의 소중함을 너무 늦게 알아버리는 걸까?

 

 

 

 

 

 

 

 

 원래도 눈물이 많은 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또르르 흘러내린 눈물이 책장을 적시며 오목하게 부풀어 오르고 또 부풀어 오르고... 결국 펑펑 흐르기 시작한 눈물이 소나기처럼 책을 적실 때쯤, 아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시큰했다. 나 역시 엄마를 잃을 뻔했고, 그 순간 얼마나 간절한 마음이었는지 알기에 누구보다 공감하고 가슴 아팠다. 인간은 참 어리석다. 부모님이 언제까지 내 곁에 있을 것 같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언젠가 찾아올 이별을 애써 외면한다. 우리의 그런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통감하게 하는 만화 에세이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사소한 일로 화내고, 집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귀찮아하고, 늘 내 편인 걸 알기에 멋대로 굴었던 바보 같은 자신을, 우리를 꼬집으며... 이미 부모님과 이별한 자식에게는 한없는 후회를, 부모님께 불효하고 있는 자식에게는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내일은 엄마를 꽉 안고 꼭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해야지. 오래오래 나랑 같이 살아달라고, 절대 다시는 아프지 말라고, 늘 지금처럼 내 곁에 있어 달라고 꼭 얘기하자. 잠깐의 쑥스러움을 참지 못해 평생 갈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문득 생각나서 덧붙이는... 가슴 뭉클했던 시!

정채봉 시인의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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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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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지은이: 강인욱

펴낸 곳: 흐름출판

 

 

 

 

 학창 시절 장래 희망을 적으라는 설문지에 늘 등장하는 내 단골 희망은 고고학자였다. 고고학자를 꿈꿨던 많은 아이가 그랬듯이,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 읽은 '세계 7대 불가사의'와 눈을 반짝이며 주말의 명화에서 시청한 <인디아나 존스>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두고 전혀 다른 학과를 택했고, 뒤늦게 철이 든 건지 그토록 재밌게 보던 인디아나 존스가 실은 남의 보물을 훔치는 나쁜 놈 이야기란 진실에 눈을 떠버렸다. 탐험가 같은 차림으로 사막 혹은 정글을 거닐다 운명처럼 마주한 고대 유적! 그 속에 가득한 황금! 그래,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이런 상황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이 책의 저자인 강인욱 교수 역시 이런 환상을 지적하며 고고학은 생각보다 어럽고 고생스럽지만, 그 이상의 가치와 보람이 있는 학문임을 당부한다. 저자의 말을 빌려 사실을 직시해보자면... <인디아나 존스>를 일본이 리메이크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본인 고고학자가 석굴암을 깨부수고 불국사를 폭파하며 자기가 원하는 황금 금관을 찾아간다면? 이런, 맙소사! 너, 이 자식! 이리와, 좀 맞자! 이렇게 생각하니 정신이 퍼뜩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비로소 고고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거다.

 

 

 

 

 

 

 

 

 고고학자로서 드물게 유라시아를 전공으로 삼은 저자. 덕분에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가까운 이웃 국가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다양한 유적지를 탐사하며 지구만이 묵묵하게 목격했던 인류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는데, 어쩜 이렇게 말을 재밌게, 아니 글을 재밌게 쓰시는지 그간 잊고 있던 고고학을 향한 애정이 퐁퐁 샘솟는다. 두 손을 꼭 잡고 죽은 4천 년 전 모자의 유골이 발굴된 무덤,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 막걸리와 맥주 같은 술의 출현, 귀한 약재였던 인삼과 감기약으로 쓰인 마황, 독버섯의 환각작용을 이용한 샤먼들과 버섯 머리 사람이 새겨진 암각화, 절대음감을 지닌 세종대왕이 석경 연주를 듣고 음률이 틀림을 지적했다는 에피소드, 벽화는 과거의 봉인을 해제하고 현재의 공기가 들어서는 순간 급격하게 색감을 잃는다는 사실, 다양한 약초, 부의 상징이자 에너지원이었던 돼지, 미용 및 치료 목적으로 이뤄진 문신, 경제 개발과 4대강 사업 앞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려버린 유적지, 일본이 우리 유적에 저지른 참상, 도굴, 국보 274호가 영구 결번이 된 이유, 마지막으로 고고학의 의미와 미래까지. 군더더기 없이 딱 중요하고 유익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 정말 칭찬합니다!

 

 

 

 

 

 

 

 

 주제와 소재가 다채롭고 풍부한 사진 자료 덕분에 눈이 즐거웠던 시간. 방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누비며 다양한 시기의 특별한 유적을 앞에 두고 귀동냥으로 듣는 귀한 고고학 수업. 강인욱 교수는 고고학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유도할 뿐 아니라, 안타까운 역사적 사건을 제시하며 경종을 울린다. 우리가 얼마나 역사에 무지하며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깨닫는 순간,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질 정도. 수십 년 전, 단 며칠 만에 발굴됐던 무령왕릉의 발굴 책임자는 그 안타까운 순간을 잊지 못하고 오래도록 후회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기술도 발달했지만, 여전히 그런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현실에 어찌나 허탈하고 화가 나던지.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두고 챙겨볼 문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거닐던 고고학 여행이 숙연한 분위기로 애국심을 한껏 고취한 채 마무리! 아, 너무 재밌었는데 어쩌지. 책을 다 읽고 아쉬워서 자꾸만 페이지를 주르륵주르륵 넘겨본다. 고고학이 이토록 매력적인 학문임을 일깨워준 강인욱 교수께 감사를 표하며 바로 인터넷 서점 검색에 돌입했다. 2015년에 출간된 <유라시아 역사 기행>과 2017년에 출간된 <진실은 유물에 있다>. 강인욱 교수님,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다른 책에서 또 뵙겠습니다! 정말 재밌는데 이 재밌음을 뭐라고 더 표현할 길이 없어 안타까운 이 책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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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
임선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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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

지은이: 임선경

펴낸 곳: RHK (알에이치코리아)

 

 

 

 

제목부터 재치 있는 에세이를 만났다.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 그러게! 음식 먹고 체하면 소화제라도 먹을 수 있지만, 나이 먹고 체하면 무슨 약으로 고친단 말이오! TV 드라마 극본을 쓰고 소설과 동화, 에세이도 쓰고 있다는 임선경 작가. 다양한 경력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두둥! 재연 드라마 중에서도 엄청난 인기몰이로 극장판까지 찍었던 마성의 프로그램! 막장이 아니면 오히려 아쉬운 그 프로그램에 몸담으셨다기에 혹시 누군가의 막장 스토리를 들려주진 않을까 기대했지만, 어라? 임선경 작가가 전하는 50살 아줌마의 유쾌 발랄 인생 성장기는 막장 없이 지극히 현실적이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소한 일상으로 가득하다. 아들 둘 키우는 엄마이자 지금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장래 희망은 웃긴 할머니인 그녀, 범상치 않다!

 

 

 

 태어나서 가장 열심히, 꾸준히 한 일이 바로 나이 먹는 일이라는데, 아뿔싸.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구나. 지금 갱년기 한복판에 서 있다고 담담하게 고백하는 작가의 말에 귀 기울이며 나보다 인생을 조금 먼저 산 언니에게 인생 수업을 듣는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나 역시 멀지 않았음을 알기에! 첫 시작은 난소의 노화에 관한 이야기였다. 갱년기와 폐경. 여성들만 할 수 있는 토크! 무료한 일상에 변화를 주고자 느지막이 귀를 뚫기도 하고 사춘기 아들 두 녀석을 키우며 겪는 고충과 그 나이대 여성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칠 일상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커 가는 자식과 늙어가는 엄마의 일상에 무한 공감하며, 엄마와 아내이기에 앞서 글을 쓰는 업을 꾸준히 해나가는 멋진 모습에 부러움이 샘솟는다. 나의 10여 년 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4, 50대에 접어들면 친구는 점점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내 편인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생활로 바쁜 순간이 온다. 아직 경험하진 않았어도 곧 닥칠 순간임을 알기에 서글프고 두렵지만, 이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레 겪게 되는 수순이 아닐지. 누구와 속 시원히 수다 떨며 풀고 싶어도 말이란 늘 조심해야 하기에 입을 꾹 다물게 된다면 이런 에세이를 읽으며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건 어떨까? 남편이 속 썩이고 자식이 복장 터지게 할 때, 내 이름 석 자가 있는데 왜 늘 누구누구 엄마로 살아야 하는지 울적할 때, 그저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을 때. 그래, 이 책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는 그런 순간에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책이다. 우리 모두 나이 먹고 체하는 일 없이 곱게 성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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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말들
천경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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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이지 않는 말들

지은이: 천경우 (작업 노트)

펴낸 곳: 현대문학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도시락통에 휘갈겨 쓴 알 수 없는 꼬부랑글자. 제목부터 특이한 이 책은 모든 면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으로 읽기에 앞서 휘리릭 책장을 넘겨보는데... 어라?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느낌. 알고 보니 2017년부터 2년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서 연재했던 에세이를 한 권으로 묶어낸 책이라고! 20여 년간 세계를 누비며 사진작가이자 공공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천경우 작가의 소중하고 특별한 기록. 조각조각 단편으로 만나도 좋았겠지만 한 권의 책으로 온전히 묶어 연거푸 감상할 기회를 얻다니 행운이다! 그의 퍼포먼스에는 혼자가 아닌 우리가 있고,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이해와 포용 가득한 온정이 넘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요. 그냥 손잡으면, 음~♬'이라는 유행했던 CM 송처럼!

 

 

 

 

 

 

 

 

움직임 때문에 흔들린 사진도 그대로 예술이 되는 별천지. 때로는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혹은 일부러 얼굴을 담지 않기 위해 흔들림을 그대로 살린 사진이 눈에 띈다. 특히 기억나는 프로젝트는 '고통의 무게 ( The Weight of Pain)'. 합천 해인사에서 가장 큰 마당에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의 무거운 고통 덩어리를 모아보기로 한 프로젝트! '고통'과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은 곧 행복'이란 걸 동일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고마워서 눈물이 나는 우리 엄마의 고통을 가늠하여 보자기에 싼다면 나는 몇 개의 돌을 업어 날라야 할까?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이외에도 신선하고 특별한 퍼포먼스가 셀 수 없이 많다. 차를 따른 찻잔을 든 채 눈을 감고 한 걸음씩 맞은편 사람에게 다가서거나, 1분간 사과를 살펴보고서 눈을 감고 천천히 음미하며 먹은 후 방금 먹은 사과를 도화지에 그려본다. 몇 분 후에 헤어질 타인에게 잠시 몸을 맡기고 무한한 신뢰와 위로를 느끼기도 하며, 인도 뭄바이에서는 매일 일터로 따스한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도시락 배달원들에게 자신이 배달받고 싶은 메뉴를 도시락에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리고 준비한 도시락 50개를 참가자들에게 배달! 늘 남에게 전하기만 했던 배달원들이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을 선사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싶다.

 

 

 

 

 

 

 

 

 

 

고전 문학, 명화, 발레와 국악 등 옛것을 좋아하는 내가 생각하는 예술을 사실 상당히 틀에 박혀 있었다. 잘 짜인 틀에 맞춰 곱게 그려 넣어 벽에 똑바로 걸어야 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천경우 작가의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접하며 이 또한 예술일 수 있음을, 아니 정말 훌륭한 예술임을 이제는 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인종과 성별, 종교와 나이를 뛰어넘어 인간 대 인간으로 온정을 내뿜는 인간미 넘치는 프로젝트 덕분에 내 마음도 따스해졌던 시간. 천경우 작가의 퍼포먼스엔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세상이 오롯이 담겨 있다. 앞으로 그가 펼칠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한다. 2020년 새해를 맞아 처음 읽은 에세이였는데 대만족! 천경우 작가의 특별한 작업 노트를 훔쳐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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