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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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지은이: 강인욱

펴낸 곳: 흐름출판

 

 

 

 

 학창 시절 장래 희망을 적으라는 설문지에 늘 등장하는 내 단골 희망은 고고학자였다. 고고학자를 꿈꿨던 많은 아이가 그랬듯이, 나 역시 초등학교 시절 읽은 '세계 7대 불가사의'와 눈을 반짝이며 주말의 명화에서 시청한 <인디아나 존스>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두고 전혀 다른 학과를 택했고, 뒤늦게 철이 든 건지 그토록 재밌게 보던 인디아나 존스가 실은 남의 보물을 훔치는 나쁜 놈 이야기란 진실에 눈을 떠버렸다. 탐험가 같은 차림으로 사막 혹은 정글을 거닐다 운명처럼 마주한 고대 유적! 그 속에 가득한 황금! 그래,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이런 상황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이 책의 저자인 강인욱 교수 역시 이런 환상을 지적하며 고고학은 생각보다 어럽고 고생스럽지만, 그 이상의 가치와 보람이 있는 학문임을 당부한다. 저자의 말을 빌려 사실을 직시해보자면... <인디아나 존스>를 일본이 리메이크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본인 고고학자가 석굴암을 깨부수고 불국사를 폭파하며 자기가 원하는 황금 금관을 찾아간다면? 이런, 맙소사! 너, 이 자식! 이리와, 좀 맞자! 이렇게 생각하니 정신이 퍼뜩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비로소 고고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거다.

 

 

 

 

 

 

 

 

 고고학자로서 드물게 유라시아를 전공으로 삼은 저자. 덕분에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가까운 이웃 국가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다양한 유적지를 탐사하며 지구만이 묵묵하게 목격했던 인류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이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는데, 어쩜 이렇게 말을 재밌게, 아니 글을 재밌게 쓰시는지 그간 잊고 있던 고고학을 향한 애정이 퐁퐁 샘솟는다. 두 손을 꼭 잡고 죽은 4천 년 전 모자의 유골이 발굴된 무덤,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 막걸리와 맥주 같은 술의 출현, 귀한 약재였던 인삼과 감기약으로 쓰인 마황, 독버섯의 환각작용을 이용한 샤먼들과 버섯 머리 사람이 새겨진 암각화, 절대음감을 지닌 세종대왕이 석경 연주를 듣고 음률이 틀림을 지적했다는 에피소드, 벽화는 과거의 봉인을 해제하고 현재의 공기가 들어서는 순간 급격하게 색감을 잃는다는 사실, 다양한 약초, 부의 상징이자 에너지원이었던 돼지, 미용 및 치료 목적으로 이뤄진 문신, 경제 개발과 4대강 사업 앞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려버린 유적지, 일본이 우리 유적에 저지른 참상, 도굴, 국보 274호가 영구 결번이 된 이유, 마지막으로 고고학의 의미와 미래까지. 군더더기 없이 딱 중요하고 유익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 정말 칭찬합니다!

 

 

 

 

 

 

 

 

 주제와 소재가 다채롭고 풍부한 사진 자료 덕분에 눈이 즐거웠던 시간. 방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누비며 다양한 시기의 특별한 유적을 앞에 두고 귀동냥으로 듣는 귀한 고고학 수업. 강인욱 교수는 고고학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유도할 뿐 아니라, 안타까운 역사적 사건을 제시하며 경종을 울린다. 우리가 얼마나 역사에 무지하며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깨닫는 순간,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질 정도. 수십 년 전, 단 며칠 만에 발굴됐던 무령왕릉의 발굴 책임자는 그 안타까운 순간을 잊지 못하고 오래도록 후회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기술도 발달했지만, 여전히 그런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현실에 어찌나 허탈하고 화가 나던지.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두고 챙겨볼 문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거닐던 고고학 여행이 숙연한 분위기로 애국심을 한껏 고취한 채 마무리! 아, 너무 재밌었는데 어쩌지. 책을 다 읽고 아쉬워서 자꾸만 페이지를 주르륵주르륵 넘겨본다. 고고학이 이토록 매력적인 학문임을 일깨워준 강인욱 교수께 감사를 표하며 바로 인터넷 서점 검색에 돌입했다. 2015년에 출간된 <유라시아 역사 기행>과 2017년에 출간된 <진실은 유물에 있다>. 강인욱 교수님,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다른 책에서 또 뵙겠습니다! 정말 재밌는데 이 재밌음을 뭐라고 더 표현할 길이 없어 안타까운 이 책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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