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피플 케이스릴러
김나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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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언노운 피플

글쓴이: 김나영

펴낸 곳: 고즈넉이엔티




특별한 한국 미스터리 문학을 선도하는 고즈넉이엔티 출판사의 '케이스릴러' 신간, 『언노운 피플』을 만났다. 김나영 작가와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2019년에 읽었던 전작 『붉은 열대어』는 워낙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여전히 기억할 정도. 시작하자마자 무섭게 빨아들이던 흡인력에 놀라고,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연상될 만큼 잔혹했던 소설 후반부에 손이 부들부들, 심장이 쿵쾅쿵쾅 널을 뛰었던 터라 이번 작품은 기대에 앞서 두려움이 컸다. '제발, 조금만 덜 잔인하기를...' 염불이라도 외듯 마음속으로 중얼중얼 방어 태세를 갖추며 몇 장을 넘기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야기 속으로 쓱 빠져들었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후, 어린 딸 수아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 은수. 처음으로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살아보고자 오른 먼 길이었지만, 점점 심해지는 몽유병 증세로 3년 만에 귀국을 결심한다. 부모님을 놀라게 할 생각으로 연락 없이 돌아온 은수는 먼지가 소복이 쌓인 집으로 돌아와 짐을 푸는데... 3년이란 시간이 너무 길었던 걸까?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린 불안감은 누군가 은수를 지켜보는 사람이 있음이 드러나는 순간 극에 달한다. 아무리 연락해도 답이 없는 은수의 엄마. 두려움에 휩싸여 쫓기듯 부모님 집으로 간 은수는 그곳에서 수아를 잃어버리고 괴한의 습격을 받는다. 수아를 데려간 사람은 누구일까? 작년 크리스마스에 미국에 있었던 은수를 명동에서 만났다는 친구, 이상한 말을 하는 수아, 귀신을 봤다고 외치는 옆집 노파, 퀵 배달원 사이에 뿌려진 은수의 사진,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불구가 됐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 끊임없이 주변을 맴도는 은수와 꼭 닮은 누군가... 이 모든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맞물려 베일에 싸인 진실을 향해 박차를 가한다.










다행히 전작 『붉은 열대어』 보다 덜 잔인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번 작품 『언노운 피플』도 만만치 않게 잔혹하고 서늘하다. 사람의 목숨을 벌레 죽이듯 가볍게 생각하는 악녀, 배 아파 낳은 친자식에게 가하는 말도 못 할 학대, 불이라는 소재로 깁고 덧댄 너덜너덜한 복수. 누군가 당신의 삶을 노리고 있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표적이 됐다면? 이 소름 끼치는 상황에 내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욱신거리는 패닉 상태. 수수께끼 같은 복선들이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실체를 드러낼 때, 수많은 경우의 수를 떠올리며 결말을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인생 깊숙이 파고들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만한 소재로 성큼 다가왔던 이야기. 안타깝고 서글픈 마음도 들었지만, 살면서 절대 이런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바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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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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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정한 유전

글쓴이: 강화길

펴낸 곳: 아르테




'지난 몇 년간, 하나의 세계관을 생각하며 짧은 소설들을 썼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에 걸쳐 긴 이야기를 연재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의 배경과 구성은 완벽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나는 느슨한 연결을 원했다.

인물들이 머무는 공간과 그들의 마음이 아주 조금씩만 겹쳐지기를 바랐다.' - p148, 《다정한 유전》 작가 노트 중에서...




나는 한국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한국 작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아름답고 깊은 문장에 눈물 흘리며 전율하기도 하고, 언어가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꼭 움켜쥘 수 있음에 감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론 우리나라 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영어 모의고사 지문 해석하듯 요리조리 뜯어봐도 알쏭달쏭한 문장에 욱하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책, 강화길 작가의 『다정한 유전』은 뭐랄까.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제는 지도에서 찾을 수도 없는 해인 마을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대대로 소작농으로 살아온 가난한 이들이 모인 산골 마을. 세대를 거듭하며 소작농의 굴레에서 벗어나 공무원, 교사, 은행원 등을 배출하며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마을을 박차고 떠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해, 단 한 명이 마을을 떠났고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미리 알려두지만, '나'는 그해 3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여기까지가 이 소설의 첫 꼭지다. 두 번째 꼭지부터는 알듯 말듯한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중간중간 산골 소녀들의 이야기가 섞여든다. 정신 차리고 다시 정리해보자. 서울 백일장에서 입상하여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은 진영과 민영. 그 두 아이를 둘러싼 다른 소녀들도 각자 글을 쓰며 누가 제일 나은지 가리기로 한다. 소녀들이 각자 글을 쓰고 끊어질 듯 위태롭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접점을 찾기란 어렵다. 소설의 중반에 이르러서는 '나'조차 내가 알던 그 존재가 아님에 탄식하게 되는 복잡한 소설. 책 끝자락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고서야 나는 그녀의 의도를 조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상처받은 여자들의 삶을 다루고 싶었던 걸까? 답답한 해인 마을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녀들, 남자 친구에게 거침없이 맞는 지우, 전문의 시험을 포기하고 육아에 매진해야 했던 누군가의 엄마, 왕가의 핏줄이지만 삯바느질로 외로운 생을 살아야 했던 황녀. 하지만 여인들이 겪은 '고통'에 초점을 맞추기엔 모호한 구석이 너무 많다. 병원 꼭대기 다락에서 방마다 들렸던 고통스러운 비명은... 세상을 등졌지만, 아직 세상을 잊지 못한 인물들의 한 서린 신음이었을까? 풀지 못한 숙제처럼 답답함이 앞선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자욱한 길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기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작가의 말처럼 이 이야기에 마지막이란 없다. 그래, 분명 그럴 것이다. 어디선가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거다. 안개 자욱한 길을 조용히 구르는 운명의 빨간 실타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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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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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날씨다

글쓴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옮긴이: 송은주

펴낸 곳: 민음사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신작 <우리가 날씨다>. 그의 신작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신간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기후에 어떤 끔찍한 영향을 미치는지 다룬 논픽션 작품이다. 워낙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에 그가 내뱉는 한 마디, 그가 쓴 문장 하나가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 책 또한 전작들처럼 기대 이상! 불편한 진실을 돌려까기도 하고, 이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사실은 말이야...'라고 자기 생각을 속사포처럼 늘어놓는 그의 주장은 바늘 하나 찔러 넣기 힘들 정도로 촘촘하고 탄탄하다. 이 작가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의 제목이 거의 모든 걸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고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지구에 얼마나 몹쓸 짓을 하고 있는지 마음 단단히 먹고 충격받을 준비를 하시라!




인간의 만행으로 초래한 기후 변화에 우리는 무서울 만큼 관심이 없고

설사 그 사실을 인정하더라고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행동을 취하지 않는 방관, 뭐가 문제인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무관심, 상황이 어떻게 되든 그저 욕망을 따르는 이기심,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발휘하는 기적 같은 힘. 작가는 뭔가 줄듯 말듯, 얘기를 꺼낼 듯 말 듯, 하고 싶은 말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조금씩 흘린다. 그러다가 86페이지에 이르러서야 털어놓는 진실. '이 책은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그러나 이 페이지까지 내내 이를 애써 숨겨왔다.'... 아니, 장난하십니까? 책 표지만 보고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감이 왔는데, 애써 숨겨왔다니. 안타깝게도 실패하셨습니다! 자자,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작가는 마치 고해성사라도 치르듯 또 다른 고백을 늘어놓는다. 공장식 축산과 그 고기를 소비하지 말라고 외치는 자신도 치즈와 달걀을 먹고 싶은 욕구가 동물 학대와 환경 파괴를 막겠다는 책임감보다 더 강하다고. 인간인데 어쩌겠어요. 다만 모두 힘을 합쳐 조금 줄여보자는 겁니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안타깝게 작고한 신해철 씨가 방송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이 미친 듯이 소고기를 좋아하고 먹어대니, 더 많은 가축을 키우려고 숲을 밀어 목초지로 만들고, 그 숲이 사라지므로 나무들이 흡수하던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방치되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숲은 물론 경작지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결국 가축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게 되고, 이는 가축은 물론 인간에게도 다양한 질병과 문제를 초래한다. 하지만 인간은 소고기를 끊을 수 없다. 결국 이 악순환은 무한 반복되며 끊임없이 나무를 쓰러트리고 지구를 병들게 한다. 이 책도 이와 같은 문제를 꼬집는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개인적 실천은 '채식 위주로 먹기, 비행기 여행 피하기, 차 없이 살기, 아이 적게 낳기'. 이 중에서 가장 빠르게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게 채식 위주의 식사라고 한다.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존재가 '소'라고 하니... 인간들이여,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행동에 나설 때이다.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어쩌면 인간은 지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걸 내어준 고마운 행성 지구에게 기후변화라는 재앙을 떠안기다니. 우주 식민지 개발이고, 집단 이주고 뭐 할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냐마는 지구를 이렇게 될 대로 내팽개칠 수는 없는 법. 지금이라도 생각을 고쳐먹고 인간이 초래하는 기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 책과 함께한 시간 동안 그저 무심했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이 일었다. 나는 과연 내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이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 이런 문제를 머리로 알긴 쉽지만, 가슴으로 뜨겁게 느끼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작가는 실로 대단하다. 당신은 원하는 바를 이루었노라! 나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가 이제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자칫 어렵고 지루한 다큐멘터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주제를 다양한 형식의 글과 경험담 그리고 방대한 배경지식으로 흥미롭게 녹여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이 책은 지구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임을 확신한다. 변화를 일으킬 행동의 시작. 그 행동을 이끌 동기를 유발해주는 촉매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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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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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지은이: 박소현

펴낸 곳: 페이스메이커 / 원앤원북스




클래식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클래식 음악을 거의 들을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오산!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는 법! 우리도 모르는 사이, 생활 곳곳에 자리 잡은 클래식은 변함없이 우리를 반기며 늘 함께하고 있다.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한 클래식 음악, 어디선가 들었는데 무슨 곡인지 알쏭달쏭했던 경험, 다양한 제품에 쓰인 음악 용어, 언젠가 영화에서 흘러나왔던 그 음악까지 클래식에 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을 만났다. '어, 이 음악이 클래식이었어?' 머릿속 전구가 반짝 켜지며, 기쁜 마음으로 '유레카'를 외칠 흥미로운 클래식 이야기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클래식 병아리들에게 추천합니다!










책 읽기와 영화 감상을 즐긴다는 그녀 박소현. 4년 넘게 클래식 전문 비평지 <리뷰>에 칼럼을 썼고, 영화 속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린다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아니, 이 정도면 정말 엄친딸?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배움을 실천하는 그녀가 전하는 쉽고 재밌는 클래식 이야기. 1980년대 자동차 후진음으로 사용했던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과거 수도권 지하철 환승곡이었던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6번' 등등 생활 속 클래식 이야기로 유쾌한 여행의 물꼬를 뜬다. 우리가 어디선가 접했을 곡을 제시하고 작곡가의 일생을 잠시 살펴본 후, 이 곡을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어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기분! 김연아 선수가 사용했던 곡인 <세헤라자데>와 그 곡의 영감을 준 <천일야화>, 프랑스 노래인 줄 알고 1897년 국가로 채택했지만 실은 이탈리아 곡이었다는 <라 마르세예즈>, 최초로 클래식 음악 원곡을 그대로 연주한 가요 <희망사항>, <비창 소나타>와 <빗방울 전주곡> 등 클래식 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는 <워킹데드>! 아니, 좀비와 클래식이라니 이게 무슨 조화입니까?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다채로운 생활 속 클래식이 아닐 수 없다.









<보헤미안 랩소디>, <킹스맨>,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아가씨>, <황산벌>, <검은 사제들> 같은 유명한 영화들. <개구쟁이 스머프>, <슈렉 3>, <크리스마스의 악몽> 같은 추억의 애니메이션. <로미오와 줄리엣>,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 다양한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은 원작의 감동과 추억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보고, 읽고 싶게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컴퓨터로 직접 찾아들어도 되겠지만, 곡을 소개하는 장마다 그 곡으로 바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있어 상당히 편리! 책을 읽다가 바로 음악이 듣고 싶을 때면 유튜브 채널 '우리 주변의 클래식'으로 연결되는 QR코드로 곡을 감상하곤 했다.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클래식 이야기이다 보니 확실히 훨씬 더 쉽고 재미있었던! 이 책은 소장하며 두고두고 봐도 좋을 책이다. 나와 같은 클래식 초보들에게 다시 한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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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공간 - 나를 이루는 작은 세계
유주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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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기만의 공간

지은이: 유주얼

펴낸 곳: 허밍버드



가만히 살아온 날을 돌이켜보니 혼자 살았던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바로 독립해서 드라마에서나 있음 직한 멋진 인생을 살겠노라 다짐했건만, 막상 현실에 직면하자 따스한 부모님 품에서 안주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릴 때까지 늘 내 곁엔 사랑하는 가족 혹은 고마운 누군가가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만, 사실은 외로움이 두려웠던 걸까? 무딘 듯 섬세하고 씩씩한 듯 여린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숙제다. 혼자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늘 궁금했다. 대학교에 진한학 20살부터 서른 중반인 지금까지 10번의 이사를 했다는 유주얼 작가. 그녀가 담담하게 써 내려간 1인분의 삶은 때론 외롭고 때론 따스하다. 등본이 3장이 될 정도로 잦은 이사를 한 그녀이기에 '자기만의 공간'을 논하기엔 정말 적임자가 아닐지!





고시원에 살았던 신입생 시절, 친구 어머니가 챙겨주신 정성 가득한 반찬. 직장 동료가 살던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아늑함에 반해 그 집으로 이사한 이야기. 한밤중에 변기가 막혀 전문 업체에 연락했다가, 하필 은행 점검 시간에 걸려 계좌이체를 하지 못해 식은땀을 흘렸던 순간. 입금 확인 후 떠나겠다며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던 업체 사장이 '여자 혼자 사나 보네요'라고 했을 땐, 정말 내 가슴도 철렁했다. 여자 혼자 살기엔 너무 무서운 세상이기에. 그럼에도 그녀가 비우며 채워간 자신만의 공간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원룸을 가득 점령했던 짐을 정리하고 비워내며 실천한 미니멀 라이프. 하지만 그 미니멀 라이프는 예쁜 집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닌 물건과 들뜬 감정들이 치워진 빈자리에 '비어 있음'을 그대로 놓아두고 사는 것이라고. 요즘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를 보며 나 역시 내가 떠난 자리에 물건이 많이 남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아직도 수련이 많이 필요할 듯하니 이를 어쩐담! 유주얼 작가는 집의 색을 채운 자신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글을 쓰고 책을 읽겠구나 생각하니 부러움이 앞선다.










집이 크든 작든, 내가 어디에 있든 나만의 공간은 꼭 필요하다. 지치고 힘든 하루, 내 마음을 편히 누일 자신만의 공간. 솔직 담백하게 슬그머니 커튼을 젖힌 그녀의 잔잔한 삶을 공유하며 일렁였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방 안의 삶에서 품은 온기가 바깥의 생활에도 스며들기 마련이라는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이제부터 천천히 내가 정말 바라고 원하는 공간을 꾸려보자고 다짐한다. 나도 어린 시절 피아노 배우느라 헛돈 꽤 날렸는데, 우쿨렐레는 배울 수 있으려나? 쉽게 배우고 재밌게 연주할 수 있다는 말에 슬그머니 도전해볼 마음이 생긴다. 마흔 살까지는 글쓰기를 본업으로 다지고 싶다는 유주얼 작가. 글쓰기로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는 자리와 언제까지라도 오래도록 포근하게 머물 그녀의 공간을 찾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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