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공간 - 나를 이루는 작은 세계
유주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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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기만의 공간

지은이: 유주얼

펴낸 곳: 허밍버드



가만히 살아온 날을 돌이켜보니 혼자 살았던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바로 독립해서 드라마에서나 있음 직한 멋진 인생을 살겠노라 다짐했건만, 막상 현실에 직면하자 따스한 부모님 품에서 안주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릴 때까지 늘 내 곁엔 사랑하는 가족 혹은 고마운 누군가가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만, 사실은 외로움이 두려웠던 걸까? 무딘 듯 섬세하고 씩씩한 듯 여린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숙제다. 혼자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늘 궁금했다. 대학교에 진한학 20살부터 서른 중반인 지금까지 10번의 이사를 했다는 유주얼 작가. 그녀가 담담하게 써 내려간 1인분의 삶은 때론 외롭고 때론 따스하다. 등본이 3장이 될 정도로 잦은 이사를 한 그녀이기에 '자기만의 공간'을 논하기엔 정말 적임자가 아닐지!





고시원에 살았던 신입생 시절, 친구 어머니가 챙겨주신 정성 가득한 반찬. 직장 동료가 살던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아늑함에 반해 그 집으로 이사한 이야기. 한밤중에 변기가 막혀 전문 업체에 연락했다가, 하필 은행 점검 시간에 걸려 계좌이체를 하지 못해 식은땀을 흘렸던 순간. 입금 확인 후 떠나겠다며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던 업체 사장이 '여자 혼자 사나 보네요'라고 했을 땐, 정말 내 가슴도 철렁했다. 여자 혼자 살기엔 너무 무서운 세상이기에. 그럼에도 그녀가 비우며 채워간 자신만의 공간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원룸을 가득 점령했던 짐을 정리하고 비워내며 실천한 미니멀 라이프. 하지만 그 미니멀 라이프는 예쁜 집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닌 물건과 들뜬 감정들이 치워진 빈자리에 '비어 있음'을 그대로 놓아두고 사는 것이라고. 요즘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를 보며 나 역시 내가 떠난 자리에 물건이 많이 남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아직도 수련이 많이 필요할 듯하니 이를 어쩐담! 유주얼 작가는 집의 색을 채운 자신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글을 쓰고 책을 읽겠구나 생각하니 부러움이 앞선다.










집이 크든 작든, 내가 어디에 있든 나만의 공간은 꼭 필요하다. 지치고 힘든 하루, 내 마음을 편히 누일 자신만의 공간. 솔직 담백하게 슬그머니 커튼을 젖힌 그녀의 잔잔한 삶을 공유하며 일렁였던 마음이 평온해졌다. 방 안의 삶에서 품은 온기가 바깥의 생활에도 스며들기 마련이라는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이제부터 천천히 내가 정말 바라고 원하는 공간을 꾸려보자고 다짐한다. 나도 어린 시절 피아노 배우느라 헛돈 꽤 날렸는데, 우쿨렐레는 배울 수 있으려나? 쉽게 배우고 재밌게 연주할 수 있다는 말에 슬그머니 도전해볼 마음이 생긴다. 마흔 살까지는 글쓰기를 본업으로 다지고 싶다는 유주얼 작가. 글쓰기로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는 자리와 언제까지라도 오래도록 포근하게 머물 그녀의 공간을 찾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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