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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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날씨다

글쓴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옮긴이: 송은주

펴낸 곳: 민음사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신작 <우리가 날씨다>. 그의 신작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신간은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기후에 어떤 끔찍한 영향을 미치는지 다룬 논픽션 작품이다. 워낙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에 그가 내뱉는 한 마디, 그가 쓴 문장 하나가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이 책 또한 전작들처럼 기대 이상! 불편한 진실을 돌려까기도 하고, 이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사실은 말이야...'라고 자기 생각을 속사포처럼 늘어놓는 그의 주장은 바늘 하나 찔러 넣기 힘들 정도로 촘촘하고 탄탄하다. 이 작가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의 제목이 거의 모든 걸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고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지구에 얼마나 몹쓸 짓을 하고 있는지 마음 단단히 먹고 충격받을 준비를 하시라!




인간의 만행으로 초래한 기후 변화에 우리는 무서울 만큼 관심이 없고

설사 그 사실을 인정하더라고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행동을 취하지 않는 방관, 뭐가 문제인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무관심, 상황이 어떻게 되든 그저 욕망을 따르는 이기심,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발휘하는 기적 같은 힘. 작가는 뭔가 줄듯 말듯, 얘기를 꺼낼 듯 말 듯, 하고 싶은 말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조금씩 흘린다. 그러다가 86페이지에 이르러서야 털어놓는 진실. '이 책은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그러나 이 페이지까지 내내 이를 애써 숨겨왔다.'... 아니, 장난하십니까? 책 표지만 보고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감이 왔는데, 애써 숨겨왔다니. 안타깝게도 실패하셨습니다! 자자,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작가는 마치 고해성사라도 치르듯 또 다른 고백을 늘어놓는다. 공장식 축산과 그 고기를 소비하지 말라고 외치는 자신도 치즈와 달걀을 먹고 싶은 욕구가 동물 학대와 환경 파괴를 막겠다는 책임감보다 더 강하다고. 인간인데 어쩌겠어요. 다만 모두 힘을 합쳐 조금 줄여보자는 겁니다!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안타깝게 작고한 신해철 씨가 방송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이 미친 듯이 소고기를 좋아하고 먹어대니, 더 많은 가축을 키우려고 숲을 밀어 목초지로 만들고, 그 숲이 사라지므로 나무들이 흡수하던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방치되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숲은 물론 경작지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결국 가축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게 되고, 이는 가축은 물론 인간에게도 다양한 질병과 문제를 초래한다. 하지만 인간은 소고기를 끊을 수 없다. 결국 이 악순환은 무한 반복되며 끊임없이 나무를 쓰러트리고 지구를 병들게 한다. 이 책도 이와 같은 문제를 꼬집는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개인적 실천은 '채식 위주로 먹기, 비행기 여행 피하기, 차 없이 살기, 아이 적게 낳기'. 이 중에서 가장 빠르게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게 채식 위주의 식사라고 한다.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존재가 '소'라고 하니... 인간들이여,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행동에 나설 때이다.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어쩌면 인간은 지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걸 내어준 고마운 행성 지구에게 기후변화라는 재앙을 떠안기다니. 우주 식민지 개발이고, 집단 이주고 뭐 할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냐마는 지구를 이렇게 될 대로 내팽개칠 수는 없는 법. 지금이라도 생각을 고쳐먹고 인간이 초래하는 기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 책과 함께한 시간 동안 그저 무심했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이 일었다. 나는 과연 내 아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이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 이런 문제를 머리로 알긴 쉽지만, 가슴으로 뜨겁게 느끼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작가는 실로 대단하다. 당신은 원하는 바를 이루었노라! 나를 비롯한 수많은 독자가 이제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자칫 어렵고 지루한 다큐멘터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주제를 다양한 형식의 글과 경험담 그리고 방대한 배경지식으로 흥미롭게 녹여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이 책은 지구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임을 확신한다. 변화를 일으킬 행동의 시작. 그 행동을 이끌 동기를 유발해주는 촉매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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