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 기후위기 시대, 미래를 위한 선택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톰 리빗카낵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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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글쓴이: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톰 리빗카낵

옮긴이: 홍한결

펴낸 곳: 김영사

 

 

 

 '올겨울은 이례적으로 추웠다.' 이 문장을 곰곰이 뜯어 보면, 묘한 모순을 느낄지 모른다. 이상해야 정상이다. 겨울은 원래 추운데, '이례적'이라니! 시시각각 뜨거워지는 지구로 인해, 여름은 말할 수 없이 덥고 겨울은 포근해진 상황. 10여 년 전에는 뉴스에서 헤어스프레이가 오존층을 파괴하니 사용을 자제하라고 보도했다. 그때 위기를 실감하고 정신 차렸다면 지금쯤 지구는 좀 덜 신음하고 있을까? 이제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지구는 펄펄 끓는 열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날을 돌이키며 지구에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내가 지구와 환경에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한 건 몇 해 전 아이를 낳고부터다. 사랑하는 딸이 지금보다 더 끔찍한 환경에서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괴로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딸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남은 우리의 인생을 위해 넋 놓고 있을 순 없는 상황.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얼마나 답답했던지. 그래, 일단 지식부터 쌓자! 그렇게 시작된 환경 공부는 올바른 쓰레기 분리 배출법에서 시작하여 환경친화적 제품 사용, 더 나아가 기후 변화를 개선할 수 있는 실천 과제 탐색으로 이어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를 감명 깊게 읽고 다음 책으로 선택한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는 지금부터 2, 30년간의 노력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내어줄지 뚜렷하게 보여준다.

 

 

 

 


 

 

 

 

 21살의 나이 차. 태어난 나라도 살아온 과정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우리 아이들과 세상 모든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힘을 모았다. 2016년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을 지내며 2015년 파리협정 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와 그녀의 선임고문 톰 리빗카낵. 이들은 다가올 10년이 인류사에서 가장 중대한 시기라고 선포한다. 세상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이미 0.9℃ 따뜻해졌다고 한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현재 수준의 절반으로 줄이고, 2040년까지 다시 그 절반으로 줄이고, 늦어도 2050년까지는 지구가 스스로 온실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순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기상이변 속도가 잦아지고 강도 역시 점점 높아지는 세상. 세계 열대우림은 이미 절반이 사라졌고 지난 50년간 다양한 류의 동물 개체 수가 평균 60% 줄어들었다. 산호초의 절반이 이미 죽어버린 상황. 지금 우리는 그 옛날 아름다웠던 초록별 지구로 우리의 행성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를 위태롭게 붙잡고 있다.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아니면 지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여 변화를 도모할 것인가? 삼척동자도 이해할 이 문제의 정답은 하나다. 우리는 이제 지구를 위해 나서야 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 '때는 2050년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우리가 지구와의 공존을 포기하고 막살았을 때의 세상과 마침내 기후변화를 줄이려는 노력이 성공을 거둬 지구와의 공존을 약속받은 세상.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두 세상을 바라보며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남아있음에 감사하고 안도했다. 마스크가 산소통으로 바뀌고 뜨거워서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며 죽음만이 가득한 땅과 바다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 이 책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전한다. 옛 세상과 안녕을 고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주시하라. 진실을 수호하며 소비자가 아닌 시민이라는 의식을 가져라.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무를 심고 삼림 파괴를 조장하는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자. 청정 경제에 투자하고 기술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라. 기후변화 대응 방법을 결정할 위치에 있는 여성의 비율을 늘릴 수 있다면 더 나은 대응이 가능하므로 성 평등을 실현하자. 그리고 정치에 참여하자. 책의 마지막에 실린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꼼꼼하게 살피며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당장 시작하려 한다. 끔찍한 현재 상황을 여실히 깨우쳐주며 변화를 도모하고 우리는 여전히 좋은 방향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북돋는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다. 조금 불편해도 좋고, 조금 더디 가도 괜찮으니 우리에게 기꺼이 삶의 터전을 내어준 지구를 구하고 싶다. 우리의 노력을 시행착오 없이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길잡이로 이 책 『한배를 탄 지구인을 위한 가이드』를 망설임 없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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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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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글쓴이: 사쿠라기 시노

옮긴이: 이정민

펴낸 곳: 몽실북스

 

 

 

 가족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다가, 자식은 나이가 차면 다른 누군가와 결혼하여 또 하나의 가족을 꾸린다. 피가 섞여야만 가족인 것인지, 아니면 남이라도 오랜 세월 서로 아끼고 위하면 가족이 되는지... 한때는 가족이란 의미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고 지켜주고 싶은 작은 생명이 태어나 부모와 자식이 되고, 그 자식이 성장하면 다시 둘이 되는 부부. 남과 남이었던 사람이 피를 나눈 혈육보다 더 끈끈하게 아끼며 살아가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은 경이롭고 축복받을 귀한 일이다. 이번에 읽은 몽실북스의 신간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에는 그런 가족의 시작과 그 가족이 탄탄하게 여물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천천히 단단해지며 오늘도 부부가 되어 가는 노부요시와 사유미.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영사기사로 일하다가 현재는 변변한 직업조차 없는 노부요시는 아내인 사유미를 사랑하지만,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간호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는 사유미를 위해 그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아껴 쓰고 살뜰하게 살림을 꾸리는 것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시나리오 출품에 도전하지만, 어째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일까? 일주일에 한 번, 먼 곳에 있는 병원에 데려다 달라는 어머니 데루의 성화에 노부요시는 부담과 피로를 느낀다. 어김없이 병원에 나선 어느 날, 데루는 비싼 장어덮밥을 먹자고 한다. 노모의 지갑에 기대야 하는 노부요시는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마음과는 달리 맛있게 장어덮밥을 비워내고 두 사람은 잠시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이야.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노부요시는 아내마저 오지 말라며 홀로 조촐히 장례를 치른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종잡을 수 없었다.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과 세월의 무상함에 씁쓸함이 밀려올 때, 잔잔한 듯 불안했던 부부의 삶에 조금씩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난 그 집이 참 좋았는데. 어머님이 늘 돌아가신 아버님과 함께 있다는 생각으로 사셨던 게 느껴졌거든. 같이 슈퍼에 갔을 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머님은 줄곧 그 집에서 아버님과 함께였어."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아?"

 

"식료품을 매번 2인분씩 사셨잖아."

 

혼자서 다 먹지 못할 만큼 많이 장을 본 것과 폐기한 식료품이 죽은 아버지 몫이었다는 말에 숨이 턱 막혔다. 1년 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노부요시의 몸속을 휩쓸고 지나갔다.

-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p132~133중에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자식은 없다. 세일 코너에서 먹지도 못할 만큼의 식료품을 샀던 어머니. 그게 설마 돌아가신 아버지의 몫일 줄이야. 자식도 아닌 며느리가 풀어낸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나니 코끝이 찡했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 직업이 없는 노부요시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사유미의 어머니는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노부요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는 반드시 온다. 노부요시는 장인의 도움으로 영화 관련 기사를 쓰는 작가 오카다의 조수로 들어가 어엿한 가장 노릇을 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 감춰둔 비밀은 있다. 일자리를 소개받은 노부요시는 장인어른의 은밀한 취미 생활을 알고는 당황한다. 그건 장인어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을까? 때로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중년의 노총각 오카다는 어머니의 임종을 함께 지켜달라는 여인과 진지한 만남을 갖게 된다. 사랑은 불안과 안심의 반복이다. 노부요시의 여자 동창을 신경 쓰던 사요미는 남편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깊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런 사요미를 노부요시 역시 변함없이 사랑한다. 찰랑찰랑 따스하게 차오르는 이야기의 마침표를 눈에 담고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부부라는 이름으로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 내 짝이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오늘도 탄탄히 부부가 되어 가는 두 사람을 떠올리며, 행복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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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에디션 제인 에어
구예주 지음, 서유라 옮김, 샬럿 브론테 원작 / 21세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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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인 에어

원작: 샬럿 브론테

지은이(일러스트): 구예주

옮긴이: 서유라

펴낸 곳: 21세기북스

 

 

 

 

 

제인 오스틴과 함께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작가, 샬럿 브론테. 그녀의 대표작 『제인 에어』는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때론 강렬한 스핀 오프 작품까지 등장한다. 몇백 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그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제인을 처음 만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이번에 만난 제인 에어는 상당히 특별했다. 21세기북스의 신간 『제인 에어 일러스트 에디션』!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고전의 즐거움을 깨달았다는 구예주 작가. 고전 소설이 어렵고 지루하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친숙하게 고전을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런 멋진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정성 가득한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중요한 내용만 축약하여 빠르게 읽는 『제인 에어』. 책을 펼친 순간, 다음 이야기와 일러스트가 궁금해서 멈출 수 없다. 즐거운 콧노래와 함께 춤추듯 미끄러져 가는 손가락을 막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제인, 그런 어두운 감정이 너를 휘두르도록 내버려 두지 마.

가슴에 원한을 품고 잘못을 곱씹으며 살아가기에 인생은 너무 짧거든.

《제인 에어》 p39에서 헬렌이 제인에게 건넨 말."

 

 

 

 


 

 

 

 

 

■■■ 제인 에어 줄거리

 

 

 

 

부모를 잃고 외숙모댁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갖은 구박을 당하던 제인은 원치 않는 기숙학교로 내쳐진다. 삭막하고 가혹한 로우드 기숙학교에서 제인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건 영혼의 단짝 헨렌 번즈와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헨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마지막 순간 제인이 곁을 지킨다. 로우드 기숙학교에서 6년간 학생, 2년간 교사로 지내던 제인은 공허함을 느끼며 세상으로 나가고자 한다. 18살의 나이로 밀코트 손필드 저택에 가정교사로 가게 된 제인은 저택의 주인 로체스터와의 강렬한 첫 만남 후, 차츰 그에게 빠져든다. 그의 곁에 있는 아름다운 귀족 소녀를 질투하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제인. 하지만 운명은 제인의 편이었다. 로체스터의 청혼으로 제인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며 결혼식을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시작된 결혼식. 갑자기 들어온 불청객이 이 결혼은 무효임을 선언하고 로체스터가 유부남이며 부인이 버젓이 살아있다고 외치는데, 맙소사... 불길에 휩싸인 방에서 잠들어 있던 로체스터, 제인의 면사포를 갈기갈기 찢고 침대로 다가와 제인의 얼굴을 살펴봤던 이상한 여인, 그 괴상한 울음소리와 광기 어린 웃음소리. 제인은 그간 겪은 기이하고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그의 미치광이 아내였음을 알게 된다. 로체스터가 속아서 한 사기 결혼이었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제인은 절망에 휩싸여 저택을 떠난다. 그 후, 정처 없이 헤매다가 생사에 기로에 섰던 제인은 세인트 존, 다이애나와 메리 남매의 도움으로 시골에 정착하여 학교 선생님이 된다. 훗날 그들이 제인과 사촌지간이었단 사실과 더불어 존 숙부가 제인 앞으로 어마어마한 유산을 남겼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제인은 사촌 오빠 세인트 존의 청혼을 거절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 로체스터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제인을 기다리는 건 잿더미로 변한 저택뿐, 로체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수소문 끝에 로체스터를 찾아낸 제인은 그가 화재로 눈이 멀었음을 알고도 망설임 없이 그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다.

 

 

 

 


 

 

 

 

 

■■■ 솔직한 감상과 이 책의 장단점

 

 

 

 

여성의 사회적 성공이 거의 불가능했던 그 시절에 제인은 유산 상속이란 엄청난 행운으로 자립한 여성이 된다. 사실 자립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좀 껄끄러운 상황이지만,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어쩌면 유산 상속이 여성이 홀로 설 유일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부자가 된 제인이 모든 재산을 잃고 눈까지 먼 로체스터를 품고 행복하게 산다는 결말은 당시에 굉장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꿋꿋하게 인생을 개척한 캔디. 언제까지나 초록 지붕 집에서 나를 기다릴 것만 같은 앤. 그리고 씩씩하고 따스한 마음을 지닌 제인은 앞으로도 쭉 나의 좋은 친구일 거다. 자, 이제 일러스트 에디션이라는 이 책의 특징에 집중해보자. 우선, 그림이 정말 말도 못 하게 예쁘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담아낸 제인의 얼굴엔 그 순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풍경까지 더한 큰 일러스트에서는 마치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 바람의 숨결까지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느낌. 색감 또한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이라 일러스트에만 집중하며 감상하면, 이건 완전 영화다! 또 다른 장점은 짧고 간결하게 명작의 줄거리를 훑어볼 수 있다는 점. 고전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고전과 쉽게 친해질 최적의 소개팅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두 권짜리 긴 장편 소설을 짧게 요약하여 담아내니, 전체적인 내용 파악은 쉽지만 원작이 주는 감동을 기대하긴 힘들다. (이건 뭐 다 예상하신 부분이라 단점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구예주 작가가 수일 동안 열심히 그려냈을 소중한 일러스트. 이 아름다운 작품 덕분에 오랜 친구 제인 에어와의 추억이 이렇게 또 하나 쌓이는구나. 함께 있으면 행복해지는 제인 에어 일러스트 에디션! 이 책은 소중한 이와 자신을 위한 선물로 더없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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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도시 - 뉴욕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은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
올리비아 랭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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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외로운 도시

지은이: 올리비아 랭

옮김이: 김병화

펴낸 곳: 어크로스

 

 


 '당신은 고독했던 순간이 있나요?' 돌아올 대답이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도, 소중한 이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우리는 누구나 고독하고 외롭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고 싶은 복잡 미묘한 심정. 수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인 순간에도 외롭고, 때론 속내를 떨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와 있다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우리는 고독을 달고 산다. 고독은 가벼운 우울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이런 마음의 지침은 약물이나 상담으로 치료할 수 있는 부류의 것이 아니다. 물론 개중에는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쩌면 고독함에 있어 가장 필요한 처방전은 특별한 유대감과 깊은 공감이 아닐까? 이런 고독함을 따스하게 어루만진 책을 만났다. 올리비아 랭의 『외로운 도시』. 사랑의 약속을 믿고 뉴욕으로 날아갔지만, 이별이란 지독한 늪에서 헤매게 된 그녀. 그 고독을 사유하며, 뉴욕을 거닐던 예술가들에게서 혼자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조심스레 탐닉한다.

 

 

 

 

 

 

 

사람은 어디서든 고독할 수 있지만,

도시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면서 느끼는 고독에는 특별한 향취가 있다.

...

도시는 외로운 곳일 수 있다.

올리비아 랭 《외로운 도시》 p11 중에서...

 

 

 

 

 

 

 이런,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위험했다. 올리비아 랭 특유의 고독한 결이 담긴 문장은 순식간에 나를 잠식하고 놓아주지 않았다. 물에 빠진 듯 허우적대며 괴로웠다면 책을 단숨에 덮어버렸을 텐데, 그녀의 쓸쓸함이 서린 문장엔 분명 따스한 온기가 배어 있었다. 그 느낌이 싫지 않아 덥석 그녀의 손을 잡은 나는 뉴욕 거리를 이리저리 활보하며 그간 몰랐던 예술가들의 삶에 오롯이 스며들었다. 인터뷰를 싫어해서 평생 자신의 삶에 관한 문자 기록을 최소한으로만 남겼다는 호퍼, 그는 왜 그토록 아내의 능력을 폄하하려 했을까? 가깝게 지냈던 여류 작가, 솔라나스의 총에 맞아 1분 30초 넘게 생명을 잃었던 앤디 워홀. 불우하고 괴로웠던 어린 시절의 풍경에 랭보를 끼워 넣어 강력한 무언가를 표출한 데이비드 워나로위츠. 세상을 떠난 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헨리 다거, 그는 그 긴 세월 무슨 생각에 잠겨 작품을 완성했을까? 노래를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얼굴과 몸을 캠버스로 사용했던 행위예술가 클라우스 노미 등등. 몇몇은 이름마저 낯선 그들의 삶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고 있노라니, 표출 방식은 다르지만 그 기저에 깔린 깊은 고독을 담담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 고독이라는 공통분모가 일으킨 미묘한 유대감 덕분이었을까? 그간 숨기고 싶었던 나의 고독. 올리비아 랭의 시선을 따라 마주한 그 고독을 용기 있게 인정하며 괜찮다고 조심스레 토닥이고 또 토닥였다.

 

 

 

고독은 사적인 것이면서도 정치적인 것이다.

고독은 집단적이다. 그것은 하나의 도시이다.

...

우리는 상처가 켜켜이 쌓인 이곳,

너무나 자주 지옥의 모습을 보이는 물리적이고 일시적인 천국을 함께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서로 연대하는 것, 깨어 있고 열려 있는 것이다.

올리비아 랭 《외로운 도시》 p370 중에서...

 

 

 

 

 

잘못된 소통으로 고통을 겪는 게 싫어 침묵하게 되는 딜레마와 지독하게 해소되지 않는 고독한 상실감에 시달리던 올리비아 랭. 그녀는 뉴욕 거리를 거니는 순간만큼은 잠시 한심한 자신을 잊고 도시의 흐름에 유쾌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걸었던 거리를 나 역시 수년 전에 거닐었다. 한날한시는 아니지만, 우리는 분명 같은 공간에 존재했다. 이 흥미롭고 특별한 인연이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순간마다 몰입감을 높이며 하염없이 나를 끌어들였다. 우리의 상처가 켜켜이 쌓인 고독이란 도시. 이 물리적이며 심적이기도 한 공간에서 살아가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어쩌면 정말 그녀의 말처럼 소박한 요소들일지도 모르겠다. 다정함을 잃지 말고 서로 연대하며 언제나 깨어 있고 열려 있을 것.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드라마틱한 말은 좀 과장이라 생각하지만, 이 책 《외로운 도시》는 오래도록 내 마음에 머물며 문득 고독한 순간에 다정한 위로를 건넬 듯하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책! 어쩌면 그 따스한 손길이 그리워서, 나는 고독한 순간이 다가오길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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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사쿠라기 시노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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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가족, 행복! 따스한 감동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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