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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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되는 꿈

《핀 시리즈 소설선 033》

글쓴이: 최진영

펴낸 곳: 현대문학

 

 

누군가의 아픔을 글로 담아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격한 감정에 휩싸여 써낸 글은 불편함과 약간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아무 감정 없이 전달만 해서는 공감을 얻어낼 수 없다. 그 어려운 일을 기막히게 해내는 작가, 최진영. 그녀는 신작 『내가 되는 꿈』에서 과거와 현재의 '나'를 오가며 끊이지 않는 성장통과 가슴에 난 생채기를 조심스레 드러낸다. 그녀가 그려낸 소설 속 세상은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주인공은 '남'이 아닌 '나'로 다가온다. 그래서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듯 가슴이 따끔따끔. 이 고통을 오롯이 즐기며 감내하고 나서야, 우리는 최진영이란 작가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비로소 치유할 수 있다.

 

 

 

편지는 이상하다.

봉투를 열고 편지지를 펼치면 내가 전혀 몰랐던 마음이 펼쳐진다.

말은 사라지고 기억은 희미해져도 글자는 남는다.

비밀스러운 마음이 선명하게 남아 버린다.

내게 그걸 주면 나는 가진다.

편지를 쓸 때의 그 마음을 나는 확실히 가진다.

《내가 되는 꿈》 p86 중에서...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던 게 언제였던가... 좋아하는 마음과 설렘을 담아 '-에게'라는 첫 줄을 썼던 순간의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은 나. 당장 집어치우고 싶은 회사 생활과 믿었던 남친의 배신으로 지칠 대로 지친 주인공 태희는 처리해야 할 모든 일을 할머니 장례식 후로 미루고 현실에서 도피한다. '그리고 정말 장례식이 끝났을 때 나는 꺾이는 중이었고 부러지기 직전이었다. - p14'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태희는 우연히 들어간 커피숍에서 1년 후의 자신에게 도착할 편지를 쓴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 편지는 엉뚱하게도 같은 이름의 태희라는 중학생에게 도착한다. 중학생 태희 역시 지독한 성장통을 치르는 중이다. 괴팍한 성격으로 아이들을 학대하고 입술에 뽀뽀하라는 성추행을 서슴지 않던 6학년 담임에게 복수하는 의미로 차에 똥을 싼 태희. 태희는 그 비밀을 간직한 채, 별거 중인 엄마와 아빠를 떠나 외할머니댁에 살게 된다. 부모님 없이 겪는 사춘기는 더더욱 순탄할 리가 없다. 남자 친구가 헤어진 이모가 중학생 태희에게 감정을 쏟아냈던 날, 태희는 정말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사춘기 소녀가 겪는 질풍노도의 감정을 털어내고 싶었던 태희는 30대 태희에게 보내는 편지에 감정을 토해낸다.

 

 

 

 30대 태희와 중학생 태희. 분명, 한사람이라 생각하고 읽다가, 소설 중반에 이르러 30대 태희의 편지가 중학생 태희에게 도착하며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뭐야? 다른 사람이었어? 그렇게 오해하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애써 분리했지만, 그런 수고가 무색하게 소설의 후반부에 두 사람이 실은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된다. 최진영 작가는 말한다. '나는 한 명뿐'이라고 생각하면 막막하다. 이 삶을 혼자서 책임져야 한단 말인가?' 그 말에 4살, 13살, 16살, 20살의 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분명 나라는 존재지만, 그 순간에만 존재했던 또 다른 나인 것 같은 느낌. 30대 태희는 중학생 태희에게 몇 가지 당부를 남기고 싶어 한다.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일들. 오늘이 지나면 어제라는 과거로 사라질 이 순간들에 지난날의 내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괴롭고 힘들었던 일이 지나가도 또 다른 괴로움이 닥치겠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생의 허들에서 우리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닿은 편지로 과거의 자신과 만난 태희는 현실의 삶이 버겁긴 해도, 그 짐을 좀 덜어낸 듯하다.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불쑥 찾아오는 성장통은 언제나 낯설고 반갑지 않지만, 이젠 각자의 고민을 앓았을 매 순간의 나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어넘겨 보려 한다. 이 책엔 훔치고 싶은 문장이 참 많았다. 담고 싶은 문장에 인덱스를 붙이다 보니, 내 마음에 반창고를 꾹꾹 붙이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 최진영 작가가 빚은 우주에서 지난날의 나를 만난 후, 나는 아주 조금 어른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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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줄 의미 찾기의 기술
프랑크 마르텔라 지음, 황성원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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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

지은이: 프랑크 마르텔라

옮긴이: 성원

펴낸 곳: 어크로스

 

 

 코로나가 무자비하게 할퀴고 간 일상 속에서, 오롯이 이전의 나로 살아가기란 참 어려운 요즘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모두 약간의 우울감과 짜증을 안고 살아가는 상황.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고 긴 싸움의 마침표를 찍을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게 자신을 잘 다독여야 한다. 주기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힐링하는 게 관건! 오늘은 어크로스 출판사의 신간 『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으로 핑크빛 힐링 에너지를 충전했다. 물끄러미 책을 바라보며 제목을 조심스레 곱씹어본다. '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 뜻대로 풀리지 않는 우리의 인생을 무의미한 날이라 표현한 걸까? 이 책의 저자 프랑크 마르텔라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삶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반짝임을 끌어 올리고, 설령 정말 무의미한 삶이었다고 해도 유의미한 삶으로 전환할 수 있는 따스한 조언을 건넨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해방감 대신 공허함에 시달린다. 앞선 세대보다 열심히, 더 똑똑하게, 더 효율적으로 일하지만 대체 왜 그렇게 밀어붙이는지는 설명 불가. 우리는 '바쁜 함정'에 스스로 빠져버렸다. 이 대목에서 얼마나 뜨끔했는지...! 스스로 바쁜 함정에 빠져버린 장본인이 바로 나였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하고 수면 아래 잠자고 있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의심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내 삶을 제대로 돌아보기 시작한다고... 얼마 전 읽었던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에서 나를 괴롭혔던 '부조리함'을 이 책에서 다시 마주했다. '우주가 당신이 거기서 찾고자 하는 유의미함을 내주지 않는 상황'. 부조리한 상황에서 인간은 인생이 하찮고, 영원하지 않으며, 그 안에 있는 모든 가치와 목표가 자의적이라 느낀다고 한다. 저자는 마음껏 동원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지금 이 순간, 더 의미 있는 삶을 빚어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행복은 충분히 좋은 경험이지만, 그것을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삼는 것은

우리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의 풍요로움에 대한 모독이다.

《무의미한 날들을 위한 철학》 p46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어느 순간 행복이 인생의 최종 목표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그저 감정일 뿐인 것을... 행복을 절대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삼지 말고, 시야를 넓히자.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 삶의 유의미함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한다. '성찰 ⇒ 희망 ⇒ 계획 ⇒ 노력 ⇒ 의미'로! 인생의 의미 그 자체는 다름 아닌 자유, 바로 자율적인 힘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덧없는 인생, 매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이 하나의 인생이 내가 가진 전부란 점을 떠올리며 제한된 하루하루를 음미하자. 철학과 에세이의 중간쯤에 위치한 이 책을 읽으며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았다. 나는 어떻게 살아오고 있었나. 나는 발전하였나. 아니, 사실 발전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내 삶이 지닌 의미에 집중하고 찰나의 행복에 감사하며 몸과 마음 모두 더 건강한 나로 거듭나고 싶었다. 이제야, 내가 인생에서 찾고 싶어 했던 것들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느낌.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보다는 자신에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오늘을 살아내는 것. 찬란하게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내 모습을 인정하고 좋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가벼운 전율과 함께 뭉클하게 다가왔던 따스한 조언이 가슴 깊이 자리 잡았다. 토닥토닥...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조금은 상처받았던 예전의 나를 참으로 오래도록 토닥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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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은 내가 싫어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 나를 바꾸는 39가지 방법
홋타 슈고 지음, 정현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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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제와 똑같은 내가 싫어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은이: 홋타 슈고

옮긴이: 정현

펴낸 곳: 김영사

 

 

 

 가끔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내가 너무 싫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싶은 날. 늘 작심삼일만 반복하는 끈기 없는 자신이 한없이 미워지는 순간들. 자신감 없고 다른 사람을 질투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 적은? 이런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인간은 본래 완벽하지 않기에 살아갈 수 있으니까! 전문가들은 가벼운 우울감은 건강한 감정이라 말하지만, 이 우울이란 녀석은 몸집을 금세 불려 팽창하곤 한다. 그러니 나의 좋은 기분을 도둑맞지 않고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면 대책이 필요한 상황. 오늘은 우리에게 필요한 해답을 재밌게 제시해주는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어제와 똑같은 내가 싫어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단점이라 여기는 성격적 특징을 과학 실험으로 바꾸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는 이 책, 굉장히 유쾌하고 통통 튀는 것도 모자라 읽다 보면 속이 후련해진다.

 

 

 

 책을 읽으며 메모한 팁들을 적어보자. 기분이 상했다면 기분 좋아지는 일을 한 후 잠을 자라. 부정적인 감정은 어딘가에 꺼내서 적어보자. 처음엔 기분이 더 나빠질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정신 건강에 이롭다. 당사자를 '나'에서 3인칭 '그'로만 바꿔 말해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니 놀랍지 않은가! 다른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을 말에 괜히 나만 마음이 상한다면 입꼬리를 올리고 억지로 웃어보자. 가짜 미소지만 뇌를 속이기엔 충분하고 거짓말처럼 기분이 나아진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는 '반보성'을 기억해라.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받은 태도를 그대로 되돌려준다. 내가 웃으면 상대도 언젠가는 웃어준다는 말씀. 친절한 행동을 하면 행복 지수 상승. 분노의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5분간 분노하면 5시간 동안 면역력이 저하된다고 하니 절대 스스로 무덤 파는 짓은 하지 말자. 뇌는 뭔가 하느라 바쁠 때보다 멍하게 있을 때 15배나 많은 에너지를 쓴다고 한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뇌는 멍하게 있는 순간이 가장 활발한 상태라는데... 성격이 급하다면 잠시 멍하게 힘을 빼서 창의적인 사람으로 거듭나라고 한다. 몸을 움직여야 의욕이 생기니 일단 일어서라. 작고 간단한 일이라도 목표를 설정해서 달성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의 행동을 예언해보라. 소리 높여 선언하면 저절로 행동 가능한 사람이 될 거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잘 아끼고 토닥이며 북돋워서 원하는 바를 이뤄내자!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

우선 무언가 한 가지라도 실천해보면 좋겠다.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할지 말지의 문제다.

해보지 않고 후회하지 말고, 후회를 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모든 것은 실행에서 출발한다.

《어제와 똑같은 내가 싫어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p6~7중에서...

 

 

 

'나를 바꾸는 39가지 방법'이란 부제에 걸맞게 저자는 다양한 방법은 제시한다. 생각 습관, 행동 습관, 관계 습관. 이렇게 3가지 주제로 나누어져 있지만 결국 서로 통하고 연결되는 이야기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실천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힘주어 말했듯이, 모든 것은 실행에서 출발한다. 내가 조금 느리고 부족하더라도 지금 그대로 좋다면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면 되니까. 하지만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망설일 것 없이 바로 변화를 시도하자. 차일피일 미뤄봤자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빨리 해치우고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듯이 습관 형성도 똑같다. 하루라도 빨리 내가 원하는 모습에 도달하는 것, 이 책은 명쾌한 조언과 적절함 토닥임으로 그 의미 있는 발걸음에 힘을 실어 줄 좋은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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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 현대 일러스트 미술의 선구자 무하의 삶과 예술
장우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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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

지은이: 장우진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알폰스 무하'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그의 그림은 분명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달력, 엽서, 상품 포장지, 문구류 등등 생활 곳곳에 자리 잡은 그의 그림. 그의 작품을 처음 발견한 순간을 떠올려본다. 여느 때처럼 예쁜 문구를 둘러보다가 눈에 띈 고풍스러운 마스킹 테이프. 아름다운 장신구를 걸친 여인들이 내뿜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 한참을 바라보다 급히 주문했던 그 날, 알폰스 무하를 향한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우아한 명화들과는 또 다른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그의 작품은 화려하면서도 소탈하여 금세 마음을 열고 다가서게 된다. 오랫동안 상업적 장식 화가로 여겨지며, 어두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빛을 발하지 못했던 그가 마침내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고 거장으로 올라서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RHK 출판사의 신간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에는 화려한 작품 뒤에 숨겨진 그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도감인가 싶을 정도로 풍성하게 여러 작품을 소개하며 알폰스 무하의 따스하고 숭고한 삶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어쩌면 신의 계시였을 부모님의 만남. 무하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왼손잡이로 태어났다. 4년이나 활동하며 교육받던 성가대 활동을 변성기 때문에 그만두고 낯선 거리를 배회하던 무하는 우연히 들른 교회의 천장 프레스코화를 마주하고 감동한다. 그 순간의 떨림은 이내 화가가 될 운명이란 확신으로 이어졌고 무하는 계속 그림을 그리며 실력을 쌓는다. 쿠엔 백작의 후원으로 파리 유학길에 올라 공부하던 무하는 후원이 끊긴 후 생계를 스스로 꾸려야 했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여배우 사라의 포스터를 맡으며 단번에 유명해진 무하는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새로운 분야와 더 큰 무대로 뻗어 나간다. 그림은 물론 보석 디자인, 인테리어까지 무하의 손길이 닿는 곳곳에 아름다움이 피어올랐고 미국에 진출한 후에도 소소한 성공을 성취하며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무하의 마음속엔 아직 이루지 못한 원대한 꿈이 남아 있었다. 무하는 조국을 위한 자신의 꿈을 계획했다. 모든 슬라브인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픈 소망. 그는 우여곡절 끝에 20년이 걸린 역작 <슬라브 서사시>를 완성했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홀대와 핍박을 견뎌야 했다. 당시 나치가 가장 눈엣가시로 여긴 애국 인사였던 무하는 지병이었던 폐렴과 나치의 심문으로 인해 그만 눈을 감았다. 오직 조국 체코만을 가슴에 품고 사랑하다가 79세에 영면에 든 거장이 가는 길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고, 하늘도 슬피 울었는지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 유일무이한 화가, 알폰스 무하. 특유의 성실함으로 수많은 작품을 완성하면서도 사람 좋고 사업 수완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시큰했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신 그림 이미지로만 떠올렸던 무하가 뜨거운 애국심으로 완성한 <슬라브 서사시>를 보며 벅찬 숭고함에 존경심이 샘솟았다. 이 책 『알폰스 무하, 새로운 스타일의 탄생』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무하의 삶을 가슴 깊이 전하고 그가 남긴 주요 작품을 시대별로 소개한다. 거장의 파란만장했던 생애와 그가 남긴 작품이 주는 시대를 초월한 감동이 더해져 절대 잊지 못할 한 권의 아름다운 책이 완성되었다. 장우진 작가님의 유려한 글솜씨와 무하의 황홀한 작품이 빚어낸 환상적인 콜라보! 이 책은 반드시, 꼭, 어떻게든 소장해야 할 보물이다. 앞으로 늙어갈 내 인생에서 절대 이 책을 놓지 않으리!

 

 

 

 


♥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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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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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글쓴이: 어슐러 K. 르 귄

옮긴이: 이수현

펴낸 곳: 황금가지

 

 

 특정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들은 의외로 타인에 의해 자신의 장르가 국한되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얼마 전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킨》의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도 사람들이 자기를 SF 작가라고 평하지만, 자신은 그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SF 장르의 전설적인 작가 어슐러 K. 르 귄 역시 그러하다. 그녀가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쓴 강연용 글, 에세이, 서평, 서문과 더불어 1994년 여성 작가들만의 칩거처 '헤지브룩'에서 창작하며 보낸 특별한 일주일의 기록이 담긴 책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열린 사고방식과 깊이 있는 정신세계를 가진 인물을 그저 SF 장르 작가로 규정하는 건 정말 어리석고 예의 없는 실수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싫은 책을 다룰 때만 아니면 서평 쓰기는 좋아한다.

서평을 읽을 때는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글이 최고지만

잘 쓰고 잘 맞는 악평도 귀하게 여긴다.

형편없는 책에 대한 죽여주는 평을 읽으면 죄책감 없이 즐겁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p12 서문 중에서...

 

 

 

 

 

 

 책의 시작을 여는 《강연과 에세이, 어쩌다 내놓은 조각 글들》은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꼿꼿하게 자신의 견해을 밝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 시대의 원더우먼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슬그머니 동경심이 샘솟았다. 원치 않았던 임신이라면 당연히 낙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미혼모가 그 아이를 낳고 잃게 될 미래의 수많은 가능성과 행복을 논한다. 정말 되살려야 하는 건 앞으로 꾸릴 가정의 소중한 내 아이라는 외침이 절실한 메아리가 되어 오래도록 내 귀에 맴돌았다. 이런 민감한 문제에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다니, 정말 멋지다! 다양한 주제의 강연 글을 읽다 보니, 어느새 그곳 한 자리에 자리 잡고 열심히 메모하며 강연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장르 중독자들은 책이 패스트푸드처럼 쉽기를 원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세상엔 많은 나쁜 책이 있지만, 나쁜 장르는 없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예술은 메시지 이상의 뭔가를 드러낸다니, 옳은 말씀이다. 대기업 자본의 유입으로 개성을 잃고 획일화되어 가는 출판 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어려운 독립 출판 시장의 상황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잠을 제대로 자라는 부분에서는 어젯밤 늙게까지 책 읽던 내게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났다.

 

 

 

 《책 서문과 작가들에 대한 글 모음》 그리고 다양한 서평도 평소 만나보기 힘든 특별한 글이었다. 이슬아 작가의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를 읽고 흘러넘치는 감성에 감탄하며 서평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놀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어슐러 K. 르 귄 작가님의 서평은 대중문화를 꿰뚫는 냉철한 판단과 전문적인 지식이 잘 녹아 있어 촘촘하게 짜인 논문을 읽는 기분이었다. 방대한 지식과 그 깊이에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게 되는 그녀의 글. 훔치고 싶을 정도로 부러운 지성과 재능이다. 온갖 의무와 걱정을 벗어던지고 일주일 동안 오롯이 홀로 사색할 수 있었던 일주일의 기록은 눈부시게 반짝였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거닐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아, 나에게도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올까?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한 뼘 성장한 느낌이다. 앞으로 어떤 삶의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지 롤모델을 찾은 기분이랄까? 어슐러 K. 르 귄 작가님처럼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리고 멋진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찌릿찌릿한 자극에 온몸의 세포가 반짝 눈을 떴던 특별한 경험! 이 책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덕분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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