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1
이수정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지은이: 이수정, 이다혜, 최세희, 조영주

펴낸 곳: 민음사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다혜 씨네21 기자님과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 교수님이 손을 잡았다. 뭐 이런 역대급 콜라보가 다 있나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역시는 역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알차고 재밌는 이 책, 정말 찐이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문화 예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을 글로 담아 민음사에 출간한 이 책은 방송에서 미처 다 다루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어 방송을 애청하던 분들에게도 좋은 선물 일 듯하다. 내 경우처럼 책에서 오디오클립으로 역주행해도 굿굿! 범죄 영화를 통해 그런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와 범죄자의 심리, 피해자의 상황을 깊숙하게 파고드는 두 분의 대화는 거침없이 진실을 쏟아내며 안일하고 방관적인 태도를 지닌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범죄 영화 장르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그러나 범죄 영화에서 숱하게 등장하지만 대부분 피해자로 소비되다 마는 여성이나 아이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의향이 있다.' 이수정 교수님의 이 말씀이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의 출발점이 됐다고 한다. 진심이 담긴 저 짧은 두 마디 덕분에,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지향하는 방향성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시작했는데, 이런. 안타깝고 화가 나면서도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어쩜 이렇게 흥미진진한지, 범죄에 관해 논하는 이야기에 재미를 느껴 살짝 죄책감이 들 정도다. 범죄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자와 피해자의 심리 분석을 시작으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사건들을 소개하며 영화 속 일들이 결코 허구가 아님을 다시 한번 확실히 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한국에서 한 해에 몇 명이 남편에게 맞아 죽는지 알 수 없다는 것. 경찰서의 사건 기록 작성란에 부부라는 항목 자체가 없기 때문에 통계를 낼 수 없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현실이다.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여성이 보호받지 못하는 법적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

 

 

 

 

 

 

 

 

 사랑이란 이름으로 교묘하게 상대의 심리를 조작하여 무너뜨리는 가스라이팅, 가정 폭력, 정당방위, 사이비 종교, 빙의,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일가족 범죄, 빈곤 계층 혐오, 정신 질환 범죄, 그루밍 성폭력과 동반 자살, 청소년 가출팸, 아동 성매매 등 이토록 다양한 범죄가 영화의 소재로 쓰였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한국 영화 <곡성>과 <살인의 추억> 이야기는 영화의 장면이 그대로 떠올라 심장이 두근두근. 보이스피싱으로 한 여성을 처절하게 짓밟으며, 권위 앞에 이성을 잃은 사람들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준 - (심지어 이게 실화라니!) - 영화 <컴플라이언스>와 성폭행을 당하고도 거짓말쟁이로 몰린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 (맙소사, 이것도 실화!) - 8부작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꼭 챙겨보고 싶다. 다양한 영화 소개는 물론 그 영화를 통해 사회적 문제와 다양한 범죄 사건을 되짚어 볼 수 있었던 시간. 이 책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 파일>은 이수정 교수님의 말씀처럼 '희망을 갖고, 무너지지 말고, 어떻게든 대응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간절한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범죄 피해자란 이유만으로 어두운 곳에 숨어 울먹이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그대들.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부디 소중한 삶을 포기하지 말아요! 이 힘든 시간이 지나가면 반드시 행복한 순간이 올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이야기의 탄생

지은이: 윌 스토

옮긴이: 문희경

펴낸 곳: 흐름출판

 

 

 책에 담긴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득 이 많은 이야기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지곤 한다. 그것이 실화든 허구이든 작가의 머릿속을 거쳐 글로 담기기까지 이야기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다. 얼마 전 윌북 출판사에서 나온 <트라우마 사전>도 참신했는데 이번엔 뇌과학을 접목하여 스토리의 원칙을 깊이 파고드는 신박한 책을 만났다. 흐름출판의 『이야기의 탄생』! 뇌과학이란 단어가 어깨에 힘 좀 주며 잔뜩 어려운 인상을 내뿜지만, 뇌를 해체하며 설명하진 않으니 지레 겁먹지 말자! 매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탄생의 순간으로 출발!

 

 

 

 이런 전문적이고 약간 난도가 있는 책은 서론과 목차를 꼼꼼하게 숙지하고 시작하면 한결 수월하다. 이 책의 출발점은 특이하게도 스토리텔링 강좌였는데, 작가가 뇌를 스토리텔러로서 이해하는 개념서를 읽었다가 방법론 서적들을 읽게 되었고 덕분에 스토리텔링과 뇌과학 분야를 접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이 책이 스토리 텔링에는 관심이 없어도 인간 조건의 과학에는 호기심은 느끼는 모든 사람과 특히 작가에게 관심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만들어진 세계>에서는 이야기의 탄생과 호기심,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특징 등을 알아보고 <2장, 결함 있는 자아>에서는 인물의 성격과 플롯, 인물 관계로 구성되는 이야기의 특성을 알아본다. <3장, 극적 질문>에서는 보다 다양한 예시를 통해 극적인 질문과 수수께끼를 다루고 <4장, 플롯과 결말>에서는 매력적인 인물과 이야기의 힘, 그리고 가치와 교훈 등을 제시하며 장엄하게 마무리!

 

 

 

 

 

 

 

 많은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변화의 순간에 시작된다고 한다. 뇌의 궁극적인 사명은 상대를 통제하는 일! 변화의 순간은 결정적이므로 대개 첫 문장에 응축된다. 언젠가 허지웅 씨도 이런 말을 했다. '일단 첫 문장만 써내면 끝까지 쓸 수 있다'고. 다양한 작품의 첫 문장을 예로 들며 자세하게 설명해준 덕분에 시작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인간의 호기심을 무의식중에 자극하는 네 가지 방법, 이야기가 뇌에 미치는 화학 작용을 알아보고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파헤친다. 뇌는 우리가 외부 세계를 통제한다고 느끼도록, 진실이 아닌 것을 믿도록 유도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 더 공정하게 행동한 것으로 기억하며 죄책감을 최소로 줄이고 자아상을 보존할 수 있다고. 명작이라 손꼽히는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주인공 로렌스를 자세히 분석하며 통제이론과 이 영화가 명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요목조목 알려주는데 재밌게 본 영화라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 역시 이야기가 성공하려면 매력적인 인물이 꼭 필요하다는 (그게 설사 악인일지라도!) 의견에 격하게 동감했다.

 

 

 

 '문과라서 죄송하지 않고 문과라서 어쩌라고'인 내게 뇌과학은 상당히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뇌과학 중에서도 글 쓰는 머리와 작용에 관한 특정 부분을 다루는 책이기에 『이야기의 탄생』은 거부감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건 마치 영원히 섞이지 못할 것 같은 물과 기름의 극적 상봉이랄까? 문과와 이과의 역사적인 콜라보! 뇌과학에 관심 있는 과학도는 물론이고 더욱 깊이 있는 스토리와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내려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작가님과 작가 지망생분들이 보면 큰 도움이 될 책인 듯하다. 나 역시 언젠가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기에 이 책이 제시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에 눈이 번쩍 뜨였으니, 부디 많은 분이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즐거움을 공유하시길! 하룻밤에 읽긴 어렵지만 며칠 동안 옆구리에 끼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겁먹지 말고 도전하시죠! (혹, 궁금한 분이 계실까 봐 적어두는데 삽화는 없습니다. 이게 살짝 아쉬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말괄량이 사이코패스 케이스릴러
기윤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말괄량이 사이코패스

지은이: 기윤슬

펴낸 곳: 고즈넉이엔티

 

 

 한국 작가들의 신선하고 독특한 스릴러 소설을 선보이는 고즈넉이엔티 출판사에서 케이 스릴러 시즌 2를 출간했다. <말괄량이 사이코패스>, <사라진 나라의 아이들>, <깨어나지 말 걸 그랬어>, <이레>, <비행엄마>, <마귀>, <행복배틀>까지 제목과 소개 글만 봐도 상당히 끌리는 7개의 소설로 구성된 케이 스릴러 시즌 2! 하나같이 다 읽고 싶지만, 우선 첫 번째로 <말괄량이 사이코패스>란 소설을 만나보았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 채 미혼모 엄마와 6살 때까지 살다가 보육원에 간 주인공 용인. 어느덧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이젠 입양되긴 힘들겠다 싶었던 찰나에 기적처럼 용인을 선택한 가족이 나타난다. 하지만 기뻐하기도 잠시,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행복한 가족을 꿈꾸던 용인에게 사이코패스 누나를 가르치고 관리하란 임무가 떨어진다. 이런, 하늘도 무심하시지!

 

 

 

 사이코패스인 누나의 폭력성을 잠재우기 위해 중학생 남자아이를 입양한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살면서 뽑기 운이 좋다고 장담했던 용인의 운이 다한 것인지, 하필 제일 중요한 순간에 걸려도 이렇게 걸릴 게 뭐람! 사이코패스인 누나, 동주는 제멋대로 굴며 용인을 괴롭히고 1달의 시간을 줄 테니 이 동네에서 죽어 마땅한 나쁜 인간을 고르라고 협박한다. 왜? 사람이 죽이고 싶으니까! 동주는 결국 주운 돈을 삥 뜯는 것도 모자라 엄마가 준 소중한 반지까지 강탈한 동네 사기꾼 김 씨 아저씨를 지목하고, 바로 다음 날 김 씨는 목이 졸린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동주가 벌써 움직인 것일까? 마시기만 하면 온갖 비밀을 거침없이 불게 된다는 전설의(?) 뱀장어 술을 실수로 마신 용인은 동주가 사이코패스이며 김 씨를 죽이려 했다는 모든 사실을 경찰에게 실토하고 김 씨 방에서 족적까지 발견되는 바람에 동주는 체포된다. 아니, 무슨 사이코패스가 이렇게 시시하게 잡히지? 구치소에 갇힌 동주는 용인에게 뜻밖의 사실을 털어놓는다. 실은 자신이 위암 말기 환자인데 이렇게 감옥에서 죽을 순 없다고, 제발 구해달라고. 뱀장어 술의 힘을 빌려 나불거린 죄와 엄마 반지를 찾을 생각으로 동주 누나 신발을 신고 갔다가 김 씨 방에 족적을 남긴 죄책감 그리고 일말의 연민으로 용인은 사이코패스 누나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구하고 절절한 용인의 신세 한탄과 엉뚱 발랄한 (그러나 절대 귀엽지 않은) 사이코패스 동주의 콜라보가 상당한 케미를 내뿜는다. 어떻게든 도망칠 궁리를 하지만 기본적으로 착하고 정이 많아서 휘둘리는 용인, 사이코패스는 사이코패스인데 어딘가 부족한 동주.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귀가 얇아 늘 사기를 당하면서도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동주의 아빠와 어리바리한 동주의 엄마. 마트 시식 코너에서 고기를 굽는 양순이 아줌마, 못된 짓은 죄다 골라서 하다가 살해당한 김 씨, 5년 전에 고기잡이배를 탔다가 실종된 범인이 아저씨와 그로 인해 5억의 사망 보험금을 받게 된 만물 슈퍼 할머니, 고시에 패스하지 못하고 좌절한 로면이 아저씨. 악인인지 아닌지 끝까지 헷갈렸던 형사까지, 다시 생각해봐도 정상적인 인물이 없다. 아니, 어쩌면 뭔가 부족하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상이라고 해야 하나? 캐릭터 각자의 개성을 살려 재밌게 버무린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빠져들게 하고,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모호한 마무리로 끝까지 황당함(?)을 잃지 않는다. 마치 2편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가독성이 좋아 펼친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나른하고 평온한 주말 오후에 읽으면 딱 좋은 책이다! 케이 스릴러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린 소설이니 꼭 읽어보시길! 재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쿠바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

지은이: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 민경욱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추리소설이라는 망망대해에서 꼭 건지고 싶은 진주를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여지없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라고 답하겠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반해버린 이 작가에게 참 오랜 세월 마음을 주고 응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 따라 변하는 강산처럼 게이고도 나도 변했는지 어째 요즘은 초기작을 만났을 때의 잔잔한 감동과 짜릿함을 느끼기 힘든데, 어쩌다 다시 그의 초기작을 읽으면 마치 첫사랑처럼 그때 그 두근거리는 설렘이 떠오른다. 이번에 만난 소설 역시 그러하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5년 데뷔 후, 이듬해 발표했던 이 소설은 <백마산장 살인사건>이란 제목으로 국내에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새 옷에 새 제목을 달고 독자의 마음을 두드린다.

 

 

 

 

"아까 그 부인은 아무것도 없어서 온다고 했지만 사실은 반대가 아닐까?"

"반대?"

...

"잘은 모르겠지만......

여기에 모두 모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왠지 그럼 느낌이 들어." - p62

 

 

 갑작스럽게 오빠를 잃은 나오코에게 엽서 한 장이 날아든다. 오빠가 죽기 직전에 보낸 그 엽서엔 간단한 안부와 함께 이상한 부탁이 담겨 있었다. '마리아 님은 집에 언제 돌아왔지?' 성경이나 다른 어딘가에 실려 있을 이 문구를 조사해달라는 것. 당시 대학원 시험에 떨어지고 취업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벌어진 사고이자, 밀실에 독이 담긴 컵까지 있었기에 경찰은 이를 우울증에 의한 자살 사건으로 처리하고 종결했다. 하지만 오빠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믿을 수 없었던 나오코는 대학 친구 마코토와 함께 오빠의 흔적을 찾아 사건 현장인 머더구스 펜션으로 향한다. 작년 이맘때 손님이 지금쯤 모두 펜션으로 모인다는 정보를 입수한 두 사람은 펜션 관계자 극히 일부에게만 정체를 밝힌 채 손님 무리에 섞여든다. 펜션 주인인 마스터, 그와 막연한 사이인 셰프, 펜션 종업원인 다카세와 구루미, 의사 부부, 시바우라 부부, 어쩐지 밉상인 가미조, 미남이지만 달갑지 않은 오오키, 곤충과 새를 관찰하는 에나미, 여자를 깔보는 나카무라와 후루카와 그리고 펜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무라마사 경부까지 시차를 두고 만나게 되는 각 인물로부터 나오코와 마코토 콤비는 사건에 관한 열쇠를 하나씩 모으는데, 이때 사건의 큰 틀이자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는 수수께끼가 바로 머더구스 동요다. 방마다 있는 벽걸이에 쓰인 동요 가사.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이상한 그 동요가 뭔가 큰 비밀을 품고 있음을 감지한 콤비는 당시 사건 정황과 함께 그 동요에 집중한다. 그러던 중 벌어진 또 한 건의 사고. 이번에도 사람이 죽었다. 2년 전 누군가, 1년 전엔 나오코의 오빠 그리고 이번엔 오오키. 대체 누가 왜 그를 노린 것인가? 이것은 연쇄살인일까? 그렇다면 밀실 트릭의 비밀과 머더구스 동요에 숨겨진 비밀은 뭘까?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답게 그의 간절함과 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래도록 고심하며 완성했을 트릭과 모든 게 밝혀졌다고 생각할 때 날릴 마지막 한 수. 밀실 트릭, 암호, 연쇄살인, 동화와 동요가 자아내는 음산한 분위기와 끝까지 범인을 알 수 없도록 곳곳에 설치한 떡밥까지 이것이 바로 게이고다! '복수'라는 키워드와 사건 속의 사건이 있는 액자식 구성까지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겠다는 그의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고 할까? 이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은 잊을 수가 없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진하게 번지는 씁쓸함과 생각에 잠기게 하는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묵직한 질문이 잔잔하게 물결치듯 끊임없이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이야기. 가독성이 상당히 좋아서 펼친 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만은 가볍지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만이 줄 수 있는 감동, 그 감동을 아는 독자라면 이 책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은 조금은 쓸쓸한 이 5월에 좋은 선물이 될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공룡 사냥꾼

지은이: 페이지 윌리엄스

옮긴이: 전행선

펴낸 곳: 흐름출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인간은 공짜 혹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탐내고 열망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도둑과 약탈자로 들끓는 인간 세상. 배고파 우는 아이를 위해 분유를 훔친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절도 사건부터 나라의 보물인 왕의 무덤을 파헤치는 도굴꾼까지 각종 사건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세상이라지만... 이번에 만난 경우는 정말 '오잉?' 공룡 화석이라니? 2012년, 뉴욕시의 경매장에 등장한 진귀한 품목, 'NO. 49135,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 무시무시한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알겠는데 바타르는 뭐지? 우리가 잘 아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사촌뻘이라는 이 녀석은 놀랍게도 거의 완전한 화석이었다. 이 화석을 발견한 주인공은 전직 수영선수이자 화석에 열광하는 공룡 사냥꾼 에릭 프로코피. 경매를 통해 엄청난 부를 거머쥐려는 순간, 그는 최악의 시련에 부딪히게 된다. 이 화석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 몽골의 고비 사막에서 발견된 것임을 한눈에 알아본 어떤 고생물학자 때문에 이후 이 공룡 화석의 소유권은 몽골과 미국의 국제분쟁으로 불거진다. 이 책 『공룡 사냥꾼』은 한 편의 영화 같은 그 일련의 과정을 사실 그대로 담아낸 논픽션 공룡 밀수 사건 추적기다!

 

 

 

 그저 화석에 미쳐 화석이 인생의 전부였지만 어쩌면 생각이 좀 모자랐던 한 남자가 하루아침에 국제적 악당이자 파렴치한으로 몰리며 법정에 서게 된다. 벌금도 벌금이지만 최대 17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 세계를 발칵 뒤집은 전대미문의 사건에 얽힌 사연에 자극받은 저자 페이지 윌리엄스는 10여 년의 시간을 쏟아부으며 공룡 화석 밀수 사건 조사에 매달린다. 이야기의 주인공이면서도 미묘하게 비중이 적은 에릭 프로코피의 화석 사랑과 화석의 발견과 발굴, 구매 그리고 경매에 내놓았다가 분쟁에 휘말린 사연과 더불어 공룡 화석을 과학적 자료이자 인류의 유산으로 여기는 입장과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나라면 과연 어느 편에 섰을까? 누군가 우리나라에서 완벽한 공룡 뼈를 발굴 혹은 구매하여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을까? 공룡은 어느 한 사람의 소유일 수 있는지, 지구에 남은 소중한 역사의 기록이니 인류의 유산이라는 주장을 모두에게 관철할 수 있을지 이를 둘러싼 모든 움직임이 상당히 흥미롭고 자극적이다.

 

 

 

 

 

 

 

 

 한때 고고학자를 꿈꿨던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며 신나게 도굴하고 약탈하는 인디애나 존스가 떠올랐다. (영화 볼 때는 그 인간 편들며 좋아했지만 생각해보면 진짜 나쁜 놈임) 방대한 분량과 생소한 단어가 주는 낯선 부담감만 이겨내면 얼마든지 재밌고 흥미로운 『공룡 사냥꾼』. 빙하기가 도래하여 멸종한 건지, 운석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식량이 떨어져 서로 잡아먹은 건지 공룡의 정확한 멸종 원인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오랜 세월 지구의 주인이었던 그 생명체가 죽어서도 편할 날이 없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공룡 화석이 개인 소장품으로 전락해선 안 되겠지만, 인류의 유산이자 과학적 대발견인 그 공룡 화석을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제대로 관리하고 연구할지도 관건이 아닐까 싶다. 모두의 이해관계를 충족할 수도 없거니와 모두를 설득할 대의명분도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저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어쨌든 과학은 1도 모르지만 어린 시절에 공룡을 꽤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이 책 『공룡 사냥꾼』은 꼭 추천하고 싶다.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문득 공룡이 그리운 어느 날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