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김남규 감수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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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지은이: 윌리엄 리

옮긴이: 신동숙

감수: 김남규

펴낸 곳: 흐름출판

 

 

 

 TV 건강프로그램에서 '암은 가족력이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그 '가족력'이란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함께 생활하며 먹는 생활 습관에 따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전성이 강한 일부 암을 제외하면, 결국 암은 생활 습관이 불러오는 병이란 얘기다. (물론, 철저하게 바른 생활을 했음에도 못된 암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세월이 흘러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요즘, 어디가 편찮으시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하다. '과식과 야식을 피하고 채소를 많이 먹어라. 장 건강이 좋아야 하니 좋은 유산균을 챙겨 먹고 혈관 건강을 위해 오메가3를 챙겨 먹어라. 일주일에 3번 30분 이상 운동해라.' 의사들이 공통으로 얘기하는 사항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을 어떻게 섭취해야 좋을지는 조금 막막했다. 그러던 중 만난 신세계! 흐름출판의 신간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에서 그에 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은 듯하다.

 

 

 

 몸이라는 요새에 숨겨진 방어 시설, 5가지 건강 방어체계는 '혈관신생, 재생, 마이크로바이옴, DNA 보호, 면역'이라고 한다. 산소와 영양소를 몸 구석구석으로 운반하는 혈관, 평생에 걸쳐 몸을 유지하고 치료하고 재생하는 줄기세포, 몸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박테리아, 몸을 지켜주는 뛰어난 복구 체계를 갖춘 DNA, 복잡하고 정교하게 몸을 보호하는 면역 체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5가지 방어체계에 터보 엔진을 달아줄 음식과 식사법은 무엇일까? 윌리엄 리 박사는 음식이 약이 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사례와 함께 '5×5×5 플랜'을 제시한다. 이는 나쁜 식물을 제한하기보다는, 개인의 선호도를 토대로 하므로 덜 괴롭게 실천할 수 있다고 한다. 책 뒷부분에 실린 식품 목록에서 좋아하고 즐겨 먹는 식품을 골라 선호 식품 목록을 만든 후, 날마다 먹을 5가지 음식을 고른다. 이때 5가지 건강 방어체계를 모두 아우르도록 구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5가지 식품을 매일 식사나 간식 등을 먹을 때 섭취한다. 하루에 5차례 정도! 각자 원하는 대로 정한 이 음식을 날마다 빠짐없이 먹는 것만 지키면 된다고 한다. 아니, 뭐 이런 간단한 일이?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정말 파격적이다! (심지어 맥주도 마셔도 된단다!)

 

 

 

 

 

 

 

 

 책에 실린 표에 따라 내가 선호하는 음식을 골라보았다. '혈관신생 촉진'에서는 사과, 크랜베리, 양파, 페퍼민트. '재생'에서는 사과, 맥주, 홍차, 블루베리, 체리, 고추, 가지, 포도, 망고, 연어. '마이크로바이옴'에서는 카망베르 치즈, 양배추, 캐모마일차, 다크초콜릿, 요구르트, 토마토, 양송이버섯. 'DNA 보호'에서는 아몬드, 청경채, 녹차, 천도복숭아, 수박, 커피. '면역'에서는 방울토마토, 팽이버섯, 참굴, 구기자, 강황! 아무래도 건강에 좋은 식품이다 보니 방어체계마다 포함되는 식품이 꽤 많다. 이렇게 선택한 식품군에서 하루에 5가지를 골라 매일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니 꼭 실천해볼 생각. 어려운 과학적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써주며 다양한 음식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주어서 의학 서적임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543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기에 이 글에 미처 담지 못한 알토란 같은 지식이 많으니 건강한 식사, 암을 잡는 식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참고하시면 큰 도움이 될 듯. 한 번 읽은 것으로는 부족하기에 이 책은 오래도록 옆에 두며 자주 펴볼 생각이다. 오늘부터 '5×5×5 플랜' 당장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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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편의점 : 생각하는 인간 편 -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이시한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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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지은이: 이시한

펴낸 곳: 흐름출판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보석처럼 반짝이며 여전히 사랑받는 고전들. 그런데 그런 고전들은 왜 이토록 읽기 어려운가? 물론 책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독서로 꼽히는 고전 대부분의 진입 장벽이 높은 건 사실이다. <총, 균, 쇠>, <장미의 이름>, <오디세이아> 등등 읽고 싶고,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고전은 수두룩한데 마음먹고 시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혹 어찌어찌 읽는다고 해도 '이게 무슨 말인고?'라며 알쏭달쏭 물음표와 함께 정신이 까마득해지기를 여러 번. 그리고 여지없이 좌절. 하지만 도전 없는 인생은 무료하기 짝이 없다. 이번엔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다시 고전 읽기에 도전하련다! 그 지원군은 바로 흐름출판의 신간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 모든 지식으로 향하는 출발선이라는 모토로 북튜브 채널 <시한 책방>의 주인장이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인 이시한 작가가 제대로 팔을 걷어붙였다. 차근차근 잘 따라가 보자.



 

 고전 탐색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에 해당하는 '이 책의 안내도' 부분의 내용부터 예사롭지 않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을 따라 여행하며 인류의 흐름을 살펴보자는 작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시작으로, 인문학 필독서로 꼽히는 <총, 균, 쇠>, 누구나 한 번쯤은 접했을 <그리스 로마 신화>, 제목만 들어본 <역사란 무엇인가>, 어려운 느낌이 솔솔 나는 플라톤의 <국가>, 굉장히 지루하다고 소문난 <장미의 이름>, 나도 읽어 본 <군주론>, 제목도 생소한 <리바이어던>,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 그리고... <법의 정신>, <에밀 >, <월든>, <자유론>, 재밌게 읽었던 조지 오웰의 <1984>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기적 유전자>, 역시 흥미롭게 읽었던 <멋진 신세계>, 꼭 읽고 싶은 <코스모스>로 마무리. 이런, 제목만 나열해도 숨이 헐떡거릴 지경인데 과연 이 책을 다 읽을 수는 있는 걸까? 퉁퉁 부은 둘리 같은 얼굴로 매섭게 의심해봤지만, 책벌레 이웃님들 중에 이 목록에 있는 책을 10권 이상 읽은 '기인'들이 수두룩했다. 이 책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은 그런 '기인'분들께는 책에서 얻은 지식을 되짚으며 체계적으로 정리할 기회를, 나 같은 고전 초짜에게는 하염없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전을 뚫고 나갈 수 있는 동아줄이 될 듯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고전이 어려운 동지들, 저랑 같이 이 책 읽읍시다!

 

 

 

 

 

 

 

 작가가 전하는 주옥같이 방대한 지식을 이 글에 담아낼 수 없어 고민하다가, 내가 읽은 책과 앞으로 읽을 책을 각 1권씩 뽑아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비교해보기로 했다. 그 주인공은 <1984>와 <월든>!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1984>였지만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회주의자를 표방했던 조지 오웰이 정확히는 전체주의와 그로 인한 획일화를 싫어했던 것이고, 대표 반공 소설로 여겨지는 <동물농장>과 <1984>는 사회주의 자체가 아닌, 타락한 사회주의를 비판했던 소설이라고 한다. 마지막에 총에 맞아 죽은 줄 알았던 윈스턴이 정말 죽은 게 아니라 세뇌당해 뼛속까지 체제에 순응해버린 후, 예전의 윈스턴은 죽고 껍데기만 남았다는 걸 그렇게 표현한 거라고... 이런, <1984>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이야기 끝에 수록된 '지식인의 책갈피'에는 또 다른 깨알 지식이 담겨 있으니 꼭 챙겨 읽으시길!


 


 

 <월든> 편에서는 아는 거라곤 '숲에서 지낸 무소유의 삶'이란 정도라 거의 백지상태에서 작가가 전하는 지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버드 대학 출신이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성공이 약속된 인생에서도 큰 성공을 성취하는 것보다는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삶을 원했다고 한다. 초월주의자라기보다는 사회, 제도, 국가, 법 등에 관심이 없었다고. 소로가 숲에서 살았던 시절이 남북전쟁 직전인 1845년~1847년이라고 하니, <월든>을 읽어 보면 그가 얼마나 초탈한 상태에서 이 글을 썼는지 알 수 있다고 하여 더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소로는 자연인으로 살길 원했던 걸까? 이미 읽은 책은 지식의 깊이를 더해주고, 앞으로 읽을 책은 작가의 특징과 당시 사회적 상황까지 설명해주니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고 읽을 수 있어 좋다. 블랙홀 같은 지식을 지닌 채사장 작가 느낌도 나고, 대치동 족집게 강사 느낌도 났던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_생각하는 인간 편』. 2021년에 출간 예정이라는 <성장하는 인간 편>과 <신이 된 인간 편> 역시 굉장히 기대된다! 결론은? 나는 이 시리즈 찬성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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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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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책 좀 빌려줄래?

지은이: 그랜트 스나이더

옮긴이: 홍한결

펴낸 곳: 윌북

 

 

 

'월북 아니고 윌북'! 애정하는 출판사 윌북에서 흥미로운 카툰 에세이를 출간했다. 이 책 이야기에 앞서 우리의 책 덕후력을 잠시 테스트해보자. 자나 깨나 책 생각, 혼자 밥 먹으며 책 보기는 기본, 요즘 아이돌은 몰라도 출판사별 신간은 줄줄이 꿰고 있음, 세상에서 책 읽는 게 제일 행복함, 선물 받을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책, 책은 무조건 사서 본다. 그리고... 책 덕후의 끝판왕은 아마도 '모든 경제적 가치를 책값으로 따져본다.'일듯. 왜, 가끔 그런 적 있지 않나? 맛집이라 찾아갔는데, 실망스러운 요리에 울컥하며 '이 돈이면 책이 몇 권인데!'라고 사자후를 토해냈던 경험.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한 책 덕후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책 덕후인 그랜트 스나이더가 전하는 책 이야기는 동족을 만났다는 생각에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림이 월등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툰 에세이지만, '오다가 주웠다' 식으로 툭 던지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탁 꽂히는! 어쩜 이렇게 옳은 말만 하는지. 만난 적도 없는 그에게 끈끈한 동지애를 느끼며 몇 번이고 책을 펼쳐들게 된다. 읽을 때마다 전에 놓친 새로운 부분이 발견되니, 재독, 삼독은 필수!

 

 

 

독서가의 변천 단계

 

1. 책을 알게 됨 ⇒ 2. 책에 푹 빠짐 ⇒ 3. 책과 자신을 동일시 ⇒ 4. 책으로 인간관계를 대신함 ⇒ 5. 책에 크게 한번 뎀 ⇒ 6. 책을 등짐 ⇒ 7. 책을 재발견 ⇒ 8. 책을 사 모음 ⇒ 9. 다음 세대에 넘겨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책을 좋아하는지 묻게 되고, 혹 기적 같은 우연으로 그 사람이 책을 좋아한다면 그의 책장을 훔쳐보고 싶은 우리는 책벌레다. 한데, 다른 사람의 책장이 미치도록 궁금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내 책장을 보여주기는 어쩐지 쑥스럽다. 차마 다 읽지도 못할 책을 쟁이고 (괜찮다, 김영하 작가님도 그러더라. '읽은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라고) 졸린 눈을 비비며 책을 읽다가 잠들고, 때론 졸다가 놓친 책이 얼굴로 떨어지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 책벌레들의 마음을 어찌 이토록 잘 표현했는지.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름! 이 작가,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작은 컷에 참 깨알 같이도 그려 넣었다. 한 페이지를 통으로 꽉 채운 그림은 어린 시절 즐겨보던 '월리를 찾아서' 같은 느낌. 크윽, 추억 돋는구나! 책 읽기 좋은 곳, 작가의 슬럼프, 문학 속의 갈등, 셰익스피어 작품의 필수 요소 등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생각의 갈래를 일목요연하게 그림으로 표현하여 정말 읽을수록 재밌다.

 

 

 

 

 

 

 

 

 책을 읽다 보면 '책태기'가 오기 마련. 누구에게나 약속된 일처럼 찾아오는 이 고난 주간을 해결하기 위해 독서가 나름의 비법이 있다. 책을 정말 멀리하거나, 잠을 푹 자거나, 미치도록 재밌는 추리소설을 읽거나, 아니면 책 읽는 대신 북튜버 영상에 집중하거나, 동화책을 읽거나, 꼭 읽어야만 하는 의무 도서를 수령하거나, 캐리어에 책을 가득 담고 아름다운 휴양지로 떠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는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겠지만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보통의 현대인들에게 책태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욕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롤모델의 자극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 『책 좀 빌려줄래?』는 깔깔 웃으며 공감하고 한편으로는 나도 책 좀 읽어보자는 의지를 불끈 솟아오르게 하는 독서 비타민이다. 실은 굳이 책태기가 아니라 언제 읽어도 흥미로운 책이지만... 여튼 하고 싶은 말은 뭐? 이 책 너무 재밌으니까 우리 같이 읽어요! 책 좀 빌려 달라고요? 안 돼요, 책은 사서 읽는 겁니다. ㅋㅋㅋ 자자, 이 책은 다들 한 권씩 소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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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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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절대 말하지 않을 것

지은이: 캐서린 맥켄지

옮긴이: 공민희

펴낸 곳: 미래지향

 

 

 

 푸른 여름이 한층 짙어지는 7월의 어느 날, 창밖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어느새 학창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활활 타오르는 캠프파이어 주변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게임 하며 한참을 놀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장작 소리를 벗삼아 속마음을 털어놓고 친구와 한층 가까워졌던 순간. 여름은 늘 행복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내게 행복한 그 순간이 누군가에겐 악몽일 수도 있을까? 피로 얼룩진 여름 캠프. 이 책 『절대 말하지 않을 것』에서는 여름이면 두고두고 생각날 이야기가 펼쳐진다.



 

1998년 7월 22일 오후 9시. 캠프 마코의 주니어 카운슬러인 아만다는 소원을 적은 풍등을 날릴 참이었다. 아만다의 소원은 라이언. 그를 위해 아만다는 오늘까지 순결을 지켜왔다. 풍등에 불을 붙이기 전, 라이언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나중에 호수섬에서 볼래?". 심장이 두근두근. 아만다가 화자였던 짧은 프롤로그가 끝나자, 세월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덧 20년 후. 아만다와 절친이었던 캠프 마코 집안의 둘째 마고는 이제 37살이 되었다. 마고는 캠프에서 열릴 부모님의 추도식에 참여하러 가고 우여곡절 끝에 5남매가 한자리에 모인다. 첫째 라이언, 셋째 메리, 쌍둥이 자매인 케이트와 리디. 그리고 캠프의 궂은일을 도맡아 왔단 션까지 함께한 자리에서 가족 변호사는 뜻밖의 유언을 공개한다. 20년 전 누군가 노로 머리를 내리쳐 식물인간이 된 아만다. 5남매의 아버지는 유언장을 통해 첫째 라이언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네 명의 딸에게 그가 유죄인지 무죄인지 투표하라고 요구한다. 거의 모두가 라이언을 의심하는 상황. 만장일치로 라이언을 유죄라고 결정하면 그의 몫은 션에게 돌아간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라이언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마고, 메리, 케이트와 리디 그리고 션의 20년 전 행적이 하나둘 드러나며 그날의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과연 아만다를 해친 범인은 누구일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절대 아무도 믿지 말 것!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단연 둘째인 마고겠지만, 나머지 가족들의 비중 역시 상당하다. 오래도록 마고를 짝사랑했지만, 결국 마음을 얻지 못한 션. 비밀스러운 관계를 즐기고 있던 케이트. 가족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리디. 어딘지 우울한 듯한 메리까지. 각자의 사생활과 공동체의 삶이 뒤섞여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이야기에 처음엔 갈피를 잡기 어렵다. 하지만 소설 중반부부터 하나씩 퍼즐이 맞춰지며, 범인이 누굴까 궁금증은 한층 증폭된다. 분명 범인은 이 안에 있다. 그렇다면 누가? 대체 왜? 범행 동기마저 모호한 이 순간에 혹여 짧은 추리력으로 누군가를 일찌감치 지목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 끝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결국 난 범인은 맞추지 못했다. 'I'll never tell_절대 말하지 말 것'. 이야기를 끝까지 읽은 후에야 제목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날의 진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 것. 나 역시 그들의 비밀은 이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오롯이 남겨둘 생각이다. 탄탄한 전개와 반전이 돋보였던 이 소설! 며칠 할애한 여름밤이 아깝지 않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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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곳에서
박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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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는 같은 곳에서

글쓴이: 박선우

펴낸 곳: 자음과모음 

 

 

 

 단편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뭔가 무르익으려 할 때 맥없이 끝나버리는 느낌이랄까? 긴 호흡으로 오래도록 음미하고 곱씹으며 결론을 향해 찬찬히 걸어가는 장편 소설을 좋아했더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짧은 이야기 속에 모든 걸 담아내야 하는 단편 소설이 더 쓰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괜찮은 단편 소설을 만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 작가님들 필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번에 읽은 박선우 작가의 단편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는 탄탄한 구성은 물론 훔치고 싶은 문장이 가득하여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그 사람을 만난 날이 떠오른다.

...

그 기억의 편린들은 좀처럼 휘발되지 않을 것 같고, 어느덧 나의 일부로 스며든 듯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왜 어떤 순간들은 불청객처럼 찾아와 남은 생을 고스란히 들여도 소거할 수 없는 얼룩을 남기고 떠나버리는 것일까.

어째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 p11

 

 

 첫 번째 이야기 <밤의 물고기들>의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충격이었다. 이 작가 대체 뭐지? 일반적인 감성으로는 토해낼 수 없는 특유의 묵직함을 머금은 문장은 비의 계절인 여름밤에 더없이 아름다웠다. 약간의 쓸쓸함과 고즈넉함까지. 프리랜서 북디자이너이자 5년간 동거한 동성 애인과 결별하고 세계를 떠돌아 돌아온 한 남자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술자리, <밤의 물고기들>. 18년지기 친구와 어이없이 틀어진 영지가 1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는 옛 남친에게 도둑이 들었다고 연락한다. 그 연락에 아내와 함께 당장 달려온 남자. 이건 대체 무슨 상황? <우리는 같은 곳에서>. 69년 만에 기록적인 장마였던 그해 8월, 5년 전에 연락 두절로 헤어진 애인이 나타난 기적 같은 이야기. 근데 너 사람 맞니? <빛과 물방울의 색>. 이별 후 괴로운 여자의 일상이라고 할까? <느리게 추는 춤>. 두드러기 때문에 병원에 간 주인공이 5년이 지난 후에 도착한 옛 애인의 편지에 추억을 곱씹는 <그 가을의 열대야>. 말다툼 후 가출한 남동생을 찾아나선 누나. 남동생이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속 주인공을 찾아나섰다가 뭉클한 사연을 알게 되는 <고요한 열정>.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은수와 공항에 마중나온 남자 친구의 이야기 <소원한 사이>. 방학 중에 인턴으로 근무했던 출판사에서 만난 친구 지수와 8년 만에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추억을 되새긴 <휘는 빛>. 8가지 이야기가 마치 사이 좋은 친구처럼 도란도란 속삭이며 내 마음을 두드린다. 우리는 언젠가 꼭 만나기로 되어 있던 사이인 것처럼 가슴 깊이 스며드는 이야기.

 

 

 

 

 동성간의 연애담이 소설 곳곳에 등장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박선우 작가가 남긴 작가의 말을 읽고 깜짝 놀랐다. '끝으로 요즘 나를 가장 살아 있게 만들어주는 한 사람, 남자친구 J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와, 멋짐 폭발! 작가의 말에 이 한 문장을 싣기까지 얼마나 고심하고 망설였을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사랑에 당당한 모습에 감동! 역시 박선우 작가는 좋은 의미로 참 특별하다. 아름답고 감성 가득한 문장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속 깊은 옹달샘에 물방울이 톡톡 떨어지는 것처럼 잔잔한 감동이 온몸을 감싸는데, 그 느낌이란 정말 캬아! 종종 사용한 '기억의 편린'이란 단어마저 멋스러워 적어두었던 기분 좋은 시간. 앞으로도 좋은 글을 많이 써주시길! 꼭 챙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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