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네의 겨울 - 4미터 그림책 4미터 그림책 (수잔네의 사계절)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지음, 윤혜정 옮김 / 보림큐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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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봤나? <수잔네의 가을>에서 수잔네는 공원 축제에서 어떤 아저씨와 신나게 춤추는 노처녀 느낌이었는데, <겨울> 편 뒷표지에 팔짱을 끼고 선 수잔네는 상모 달린 빨간 모자를 쓴 모습이 영락 없는 엉뚱 총각이다. 헐렁한 바지의 꽃무늬는 가을 편에서의 그 옷이 맞는데... 춥지 않으려나... 

  수잔네가 그런 반면 다른 등장인물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고 낯익다. 사람들 뿐 아니라 표지를 당산나무로 시작하는 것도, 첫 내지가 커다란 3층 집인 것도, 다음 페이지가 조그만 농장, 가판대, 카센터, 주유소인 것도 여전하다. 이어지는 장소도 똑 같고, 사람들도 똑 같다. 다만 계절이 보여주는 풍경만 다르다. 아마 <봄>, <여름> 편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마치 같은 장소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사시사철의 모습을 찍어낸 듯하다. 동네 사람들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 혹은 스틸 사진의 연결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그 속에는 분주한 일상이 있고, 다양한 사건이 있고, 오가는 나눔이 있고, 그렇게 사람살이가 있다. 아이들은 이 일련의 책들을 마치 앨범을 보듯 친숙한 느낌으로 보는 듯했다. 

  "아, 안드레아 아줌마가 막 뛰고 있어." 
  아이의 말에 다시 들여다보니 가장 눈에 띄는 노란 상의의 2층 아주머니(아마 서점 아저씨와 부부인가 싶은) 안드레아는 내 눈에도 가장 확연히 띈다.  
  "이나가 왜 만프레드 아저씨한테 열쇠를 주는 거지?"
  그러고보면 두 사람이 부녀지간이었던가 싶다.

  그러나 내 눈은 여전히 수잔네의 뒤를 따라다닌다. 꽃무늬 바지가 보이지 않아 한참 들여다보다가 필시 모자를 사러 나가는 것 같은 수잔네를 버스 안에서 간신히 찾았다. 수잔네의 가련한 모자는 앞 자리의 아기에게 빼앗기기도 하지만, 수잔네는 여전히 싱글거리는 얼굴이다. 

  첫 페이지에서 흐리기만 했던 하늘에서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다가, 뒷 부분에서는 함박눈이 쏟아지는데, 수잔네는 서점 앞에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바로 <수잔네의 겨울>이다. 이런~  이어 수잔네는 모자 가게에 들렀지만, 써보고 있는 모자는 다름아닌 빨간 광대모자. 제발 그것만은, 하고 외쳐보지만, 마지막 페이지의 공원 카페에 모여 앉은 동네사람들 사이에서 수잔네는 결국 그 괴상한 모자를 쓴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엉뚱한 수잔네 같으니라고. 하지만 왠지 수잔네에게 끌린다. 처녀인지 총각인지 모를, 괴짜임이 분명한 이 책의 저자에게. 자신을 결코 주인공으로 그리지 않는, 동네 사람들을 매우 사랑하는 수잔네. 슬그머니 <봄>, <여름> 편도 보고 싶다. 수잔네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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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2009-01-3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이랑 퍼즐 맞추기게임을 하는데 [수잔네봄]이 퍼즐로 있어요. 퍼즐로 맞추면서 수잔네 아파트를 들여다 보는게 꽤 재미가 있어 겨울도 사볼까 하면서 들여다보았더니 파란흙님리뷰가 있네요. 봄편에는 쓰레기통 뒤지는 여우를 애들이 재미있어 하는데.

파란흙 2009-02-07 09:38   좋아요 0 | URL
<수잔네...>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그림책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쓰레기통 뒤지는 여우라...봄편도 사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