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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를 심는다는 것
김형오 지음 / 열림원 / 2014년 4월
평점 :
날씨가 추워니 포근한 봄이나
따스한 가을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여름은 너무 더우니 생각이 덜 나는 것이고.
가끔씩 가벼운 시집들을 읽으니 참 좋다
물론 어려운 시들도 있지만
그래도 읽고 또 읽다보면 저절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내일은 동지~
간만에 팥죽 먹겠구나
언니도 팥죽 끓이고
선생님도 팥죽 끓인다고 오라고 하고
내일은 팥죽 복이 터졌네.^^
잎이 없는 것들
입이 막힌 늦가을부터 나뭇등걸마다 잎을 품고 섣달 보름 좀 넘어가면 벌써 봄 입술이 간지럽게 가지 티눈마다 두런두런 말 배워 잎들 하나씩 열리는 날엔 서로 나서며 꽤 시끄럽겠다
실밥
아범아 저게 웬 실밥이냐 밥이 아니고 금이랍니다 뜬금없이 웬 돈줄이라니 애들이 사금파리로 여기저기 금을 그어 놓았다니까요 거 참 좋은 일인가 보다 우리가 돈 밭에서 산다니
겨울 한 묶음
섣달그믐이다
나무들 모두 제자리에서 웃통을 벗고 밤새 눈 이바지로 철철 매 맞다가
어깻죽지 안쪽에 씨눈 감추고 버팀을 서로 베끼며
더듬어도 소리는 멀어 바람이 차곡차곡 쌓이다
한겨울 말 묶음 하얗다
봄 무침
물감을 묻히다가 고들빼기 는개 햇발 흙손으로 지난여름 풋마늘 굵게 다짐도 무침
봄 너무 나댄다
들키다
풀씨는 심는다는 것은 흙 한쪽이 비었다는 말 얼떨결 날씨를 밟고 울 넘어 진달래 훔치다 봄날이 들켜
풋 술
벌이 꽃 옆에서 벌벌 떨다 돌아가 몰래 술을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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