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똥이 아니라 멸치 속이여
그게 실은 멸치 오장육부라니까
오죽 속상했으면
그 창자가 그 쓸개가 그 간댕이가
모두 녹아 꼬부라져 시꺼멓게 탔을까
푸른 바다를 입에 물고 헤엄치던
그 생생한 목숨
가마솥에 넣고 끓여 대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햇볕에 말려
더 이상 오르라들 것도 없는 몸
또다시 끓여 국물을 내고
너덜너덜한 몸통은 걸려 버리는
그 신세 생각하며
속이 다 꼬실라 진 것이란 말여
똥이라니
똥이 아니라
멸치 속이라니까
우려먹고
찍어 먹는-16~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