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13
강형철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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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똥이 아니라 멸치 속이여
그게 실은 멸치 오장육부라니까



오죽 속상했으면
그 창자가 그 쓸개가 그 간댕이가
모두 녹아 꼬부라져 시꺼멓게 탔을까



푸른 바다를 입에 물고 헤엄치던
그 생생한 목숨
가마솥에 넣고 끓여 대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햇볕에 말려
더 이상 오르라들 것도 없는 몸
또다시 끓여 국물을 내고
너덜너덜한 몸통은 걸려 버리는
그 신세 생각하며
속이 다 꼬실라 진 것이란 말여



똥이라니
똥이 아니라
멸치 속이라니까


우려먹고
찍어 먹는-16~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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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3-14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똥이 아니였구나...^^;;;
멸치 속이구나...^^;;;
부끄럽다...^^;;;
멸치한테 미안하고 고맙다

숲노래 2014-03-14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멸치 똥이면 어떻고 멸치 속이면 어떻겠어요.
멸치를 오롯이 먹을 뿐인걸요.
멸치가 마시던 바다를 함께 마시고
멸치가 살던 숨결을 함께 먹는 셈이니
늘 고맙지 싶어요~

후애(厚愛) 2014-03-15 14:29   좋아요 0 | URL
시집들을 읽으면 느끼고 배우고 좋은 글들이 참 많다고 생각이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