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뜬한 잠 창비시선 274
박성우 지음 / 창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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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으로 묶어 띄운
메주 씻어 채반에 널었다
주둥이 큼지막한 독을 골라
찌끼 우려내어 닦아두고는



빨간 함지박에 감천 약수를 붓고
천일염 한 됫박씩 되어 녹였다
달걀이 엽전 크기만큼 떠올라서
널찍한 덮개 닫아 먼지 막았다



병술년 음력 정월 스무닷새
말날(午日)아침에 장 담근다



꽃망울 툭 불거진 매화나무집
장독대에 독을 걸고 메주 안친다
무명천에 거른 맑은 소금물
독 어귀까지 남실남실 채운다 둥실



떠오른 메주에 소금 한줌 더 얹히고
참숯 두 개 고추 대추 여섯씩 띄운다



장독대 식구가 셋이나 늘어
왼새끼 꼬아 금줄을 친다
장 담그는 공부 가르쳐주는
쥔집 할매의 잔소리가 여기서야 그친다-4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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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6-0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에 할머니가 장을 집에서 담갔는데 옆에서 거들고 배우고 했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난다

숲노래 2013-06-0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독 식구도 늘고
소쿠리와 바구니 식구도 늘고
살가운 식구들
하나둘 예쁘게 늘어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