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집에 어둠이 산다

불탄 집에 더이상 불이 살지 않는다

 

 

불탄 집엔 소리가 살지 않는다

불탄 집에 고요가 산다

 

 

어둠이 불을 태워 버린 것인가

고요가 소리를 태워버린 것인가

 

 

 

어둠이 탄 집에 불이 살지 않는다

고요가 탄 집에 소리가 살지 않는다

 

 

불은 어둠을 태워 어둠을 만든 것인가

소리는 고요를 태워 고요를 만든 것인가

 

 

불타기 전 어둠과 불은 동거자였다

불타지 전 고요와 소리는 서로 존재했다

 

 

불탄 집엔 불탄 냄새가 산다

불탄 집이 불탄 냄새로 운다

 

 

불은 타올라 어둠이 되는가

소리는 타올라 고요가 되는가

 

 

불탄 집엔 그림자가 없다

불탄 집엔 그림자만 있다                                  72~73페이지

 

 

이 시를 읽는데 불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불은 빨갛고, 뜨겁고, 무섭고, 위험하다...

활활 타 오르는 모닥불이 참 좋다...

 

 

          봉선화 손톱에 물들 만하다

 

 

 

볼록

움켜진 주먹

 

 

톡 건드리면

뒤틀며 스냅 줘

 

 

냅다

씨앗 흩뿌리는

 

 

갈퀴 손

헤아려보면

 

 

손가락이

다섯

 

 

흉내로

주먹만 쥐어봐도

 

 

이리 손톱에 연한 핏물

 

94~95페이지

 

 

올해는 봉선화 꽃을 보겠구나...

안 본지 참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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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3-04-1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에 어울리는 시인데요. 봉선화꽃이 갑자기 보고 싶어져요.

후애(厚愛) 2013-04-17 13:4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봉선화꽃이 무척 보고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