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와 <아가서 크리스티> 세트를 구입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한국에 안 나가고 미국에 있었다면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입할 마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건강이 안 좋아 빠르게 한국에 나가게 되어 구입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옆지기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주겠다고 했었다. 그랬는데 그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우선 나 때문에 큰일 하는데 거금이 들어가고, 추석이라서 언니, 형부, 조카들 옷을 사 주고, 아이들 용돈을 주고... 내가 꼭 읽고 싶었던 책들을 조금씩 구입을 하고... 그리고 주말에 여행을 다녀오고 하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 돈이 많이 들어간 것이다.
언니가 아는 분 소개로 한의원에 갔었다. 원장님께 진찰을 받고, 물리치료를 받고 난 뒤에, 한약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언니를 바라봤다. 언니는 "왜?" 난 잠깐만 하고 밖에 나가서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옆지기한테 전화를 했다. 내 약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내키지가 않는다고. 가게일 때문에 고생하고, 언니도 많이 아픈데... 혼자 한약을 못 먹겠다고 했더니... 옆지기가 내 마음 안다고, 언니약도 지어주고 싶지만 어렵다고 한다. 그러다 옆지기가 성탄절 선물로 사 주기로 했는 <셜록홈즈>와 <아가서 크리스티> 세트를 포기하고 언니약을 지어주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 걸 난 알았다고 했다. 책 보다는 언니 건강이 우선이니까... 옆지기는 다 못해 주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걸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더 미안한데...
난 그렇다. 양말 한 켤레를 사도 언니 생각이 나고, 옷을 사도, 화장품을 사도, 음식을 먹어도 언니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난 쇼핑을 나가도 언니꺼는 챙겨서 사 가지고 온다. 어쩔 때는 내꺼를 덜 사고 언니꺼를 사온다.
30일날 마지막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시내를 나갔다. 그러다 백화점에 들렀는데 색상이 곱고, 마음에 드는 스카프를 보게 되었다. 언니와 난 항상 목 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언니는 내가 사준 스카프를 항상 하고 다닌다. 이번에 처음으로 마음에 든 스카프를 발견을 했다. 한 번도 못 가져 본 실크 스카프. 생각 좀 해보겠다고 5층까지 올라갔다가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발견. ㅎㅎㅎ 결국에는 스카프와 운동화를 포기하고 언니 약 한채 더 지어 주고 왔다. 그리고 다가오는 형부 생일 선물로 나이키 잠바를 사서 선물로 주고왔다.
언니는 동생 아파서 왔는데 아무것도 해 주지를 못해 항상 미안하다고 울먹인다. 정말 미안하다고... 항상 받기만 한다고...
"언니야~ 항상 건강해야 돼. 동생곁에 오래 오래 있어 줘."
<형부한테 화났다>
전에 한국에 나갔을 때 울 언니 복 많이 받으라고 작은 순금돼지를 해 주었다. 복돼지를 언니는 핸드폰 줄에 달고 다니면서 아는 분들께 동생이 해 줬다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형부가 그걸 보고 욕심을 냈는데... 언니는 동생이 해 준거라서 못 준다는 말을 우연히 들었던 적이 있었다. 언니도 그랬다. 동생이 사준 물건은 절대로 못 준다고. 그랬는데 이번에 언니 핸드폰에 달려 있어야 할 복돼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형부 핸드폰을 보게 되었는데... 헉!!! 어이가 없더라. 언니 복돼지가 형부 핸드폰에 달려 있는 걸 본 난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다. 언니랑 물리치료 받으려 가면서 내가 이야기를 했더니... 달라고 너무 조르고, 피곤하게 해서 빌려 준 거라고 한다. 내가 그랬다. 형부한테 따질 말들이 많지만 언니 때문에 참는거라고. 그리고 다음에 올 때 복돼지가 언니 핸드폰에 없으면 그 때 한바탕 난리 날거라고 했다. 언니는 걱정하지 말라고 받아 낼거라고 하는데... 난 안다. 절대로 못 받아 낸다는 것을... 형부손에 들어간 이상... 형부가 처음에 정말 착했다. 언니한테 잘 해 주고, 데리고 나가서 맛난 것도 사주고... 속정이 깊은 형부다. 다른 건 괜찮은데 욕심이 많다. 이렇게 욕심을 낸 형부가 아닌데... 나한테는 쩔쩔매는 형부다. 형부가 이렇게 변한 이유가 모두 아버지 때문이다. 아버지 하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한 언니... 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