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에 시어머님이 75년을 사신 집을 파시고 노인들만 사시는 집을 구해 이사를 가신다고 하여 이사를 도우려 갔었다. 10일을 이삿짐을 나르고 청소를 해주고 돌아왔는데... 감기몸살로 한달를 앓아 누웠었다.  

옛집은 삼층으로 되어 있어 노인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기에는 많이 힘이 드셨다고 한다. 특히 시아버님은 다리가 많이 불편하시다. 그래서 옛집을 파시고 지금 사시는 집으로 이사를 하셨는데 방이 하나다.  

시아버님이 뇌종양 때문에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다. 집으로 가시면 우리가 갈까 했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비행기표에다 모텔에서 묵을 비용이 있어야 하는데... 아니면 거실에서 자도 되지만 시어머님이 반대를 하시고... 하여튼 돈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아신 시아버님이 오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지금 시아버님이 많이 안 좋으시다. 의사들 말로는 가망성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항암치료를 계속할지 아니면 그냥 집으로 돌려 보낼 것인지에 대해 의사들이 의논을 해서 28일날 알려 준단다. 집으로 돌려 보내면 서서히 돌아가시는 것인데... 정말이지 암이 원망스럽다. 좋은 분이신데... 오래 사시기를 바랬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까 울랑과 상의를 하고 있던 참인데...

지난 주말에 시어머님이 전화로 울랑한테 비행기표와 모텔에서 묵을 비용을 대신다고 우리보고 집에 오라고 하셨다. 비행기표에 모텔비용까지 합치면 아마도 2~300백만원은 나올 것이라고 했더니 늙은이가 옷을 해 입는 것도 아니고 먹을 것도 항상 집에 있고 그저 세금만 내고 하니 저금해 놓은 돈이 있으니 돈 걱정은 말라신다.  우리는 그냥 거실 쇼파에서 자면 된다고 했더니 불편해서 안 된다고 반대를 하신다. 그래서 빌려 쓰는 것으로 하자고 했는데도 그것도 반대를 하신다. 시어머님이 하고 싶어서 그러니 말 들으라고... 항상 급할 때 시어머님이 도와 주시는데...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안 그래도 언니네 도와 준다고 시댁에도 못 가는 형편이라 항상 울랑한테 미안해 했는데... 그걸 아신 시어머님이 이렇게 또 도와 주시니... 너무 죄스럽다. 

그래서 다가오는 8월에 가기로 했다. 일찍 가려고 했는데 울랑의 일도 그렇고... 한 10일정도 있다가 올 것 같다... 좀 더 있고 싶지만 모텔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안 된다. 아무리 시어머님이 괜찮다고 하지만 나의 마음은 그렇지가 못하다.  

이렇게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가서 마음이 안 좋다. 시어머님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가족들과 함께 지낸 지 오래라서 아쉽다고 하신다. 이번에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시어머님. 형님댁이 시댁과 3~4시간 거리에 사셔서 자주 찾아 뵙지 못한다.  수간호사인 형님이 많이 바쁘고 교수인 시숙님도 시간이 안 나서 한달에 한번 갈까... 무엇보다 우리가 이리 멀리 떨어져 있으니 자주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하다. 

시아버님이 병원에 계시니 시어머님이 많이 외롭고 허전하신 것 같다. 시어머님이 예감이 안 좋아 매일 병원으로 시아버님 보러 가신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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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9-06-0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후애님 넘 마음이 힘드시겠네요.
주위에 보면 정말 좋은신분들이 먼저 먼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늘 안타깝더라구요.
악하게 사는 사람들은 정말로 오래도 살더니~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면 친정어머니께서 하늘나라에도 좋은사람만 필요한가보다고~
후애님 시아버님께서도 참 인자해보이시던데 넘 슬프네요.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한 번 이라도 더 찾아뵙고 이야기해주고 해야하는데 말이죠.
저도 3년전에 돌아가신 시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평소에 많이 못해드린것 같아서 얼마나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답니다.

8월에 다녀오시기로 하셨다고 하니, 그 때는 이때까지 못했던 많은일들을 함께 하시면서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고 오시길 바랍니다.
그 때까지 아버님께서 건강하시길 멀리서나마 빌어봅니다.
후애님도 건강 잘 돌보시구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저는 오늘 아이들 학교 도서관에 도우미하러가요.
특별한 일은 하지않고 대출,반납 업무만 도와준답니다.
그래서 조금 바쁠것 같아요.

후애(厚愛) 2009-06-04 10:08   좋아요 0 | URL
저보다는 어머님이 많이 힘이 드시지요.
매일 병원에 가셔서 아버님을 뵙고 나오시는 어머님을 생각하니 안타까워요.
두분이 많이 사랑하셨거든요.
맞아요. 악하게 사는 사람들은 오래 살고 선한 사람들은 빨리 데리고 가니 너무 불공평해요.
미국 처음와서 육개월을 시댁에서 보내고 그리고 이리로 이사와서 3년전에 시댁에 10일 있다가 왔는데요. 정말 시어른과 함께 보낸 시간이 별로 없네요.
정말 좋은 분이신데...암만 아니었더라면 더 오래 사셨을텐데 말이지요.

감사합니다.
8월에 가서 시어른과 추억에 남는 시간을 꼭 보내고 올께요.
무엇보다 제 옆지기가 부모님을 보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항상 미안했었거든요.

도서관 도우미하러 가시는군요.
아 부러워요.
도서관에서 시간이 나시면 책도 많이 읽고 오세요.
도서관 가본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4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시려는 두분을 보시는게 또 더 마음이 짠하시겠습니다.
후애님이 세분 모두에게 위안이 되게 노력하시면 전해지지 않겠나싶습니다.
그럼 건강조심!!

후애(厚愛) 2009-06-04 11:00   좋아요 0 | URL
제가 눈물이 많아서 두분을 보면 많이 울 것 같습니다.
안 울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그게 잘 될지 걱정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지금 열심히 건강을 돌보고 있는 중입니다.

마노아 2009-06-04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가올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요. 언제나 배려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따뜻한 시부모님인데,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후애(厚愛) 2009-06-04 12: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아빠, 엄마라는 소리를 불러보지 못하고 자란 제가 처음으로 아빠, 엄마라고 불렀던 시부모님인데.. 마음이 너무 아파요.
오래 사실거라고 믿고 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6-0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부간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후애(厚愛) 2009-06-05 05: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잘해 드리지 못하고 항상 받기만 하니 너무 죄송스러워요.

새초롬너구리 2009-06-0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추억 많이 남기시길..

후애(厚愛) 2009-06-06 06:57   좋아요 0 | URL
네. 꼭 그러겠습니다.

쟈니 2009-06-05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후애님.. 저도 이 글을 보니 맘이 아프네요. 시부모님과 많은 추억 쌓으시고, 건강이 나아지시길 빌께요...

후애(厚愛) 2009-06-06 07: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안 좋을 때 가서 마음이 안 좋네요.
시어머님이 나이가 많으셔서 힘이 들어 요리를 못하시는데 8월에 가면 시부모님이 먹고 싶어 하시는 음식을 해 드리고 오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