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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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하라 가도 주변의 토지는 예전부터 비옥했다.

평야이기는 해도 계곡과 계곡 사이에 끼어 있는 곳이 많아서 휑뎅그렁하지 않는 데다

쓰루미가와 강의 흐름만큼이나 기후도 온화하여 쌀이 많이 생산된다.

주변의 숲이나 산에 우거진 졸참나무와 너도밤나무는 장작이나 숯으로 쓰기에 용이하다.

    하지만 땅이 풍요로워 중요한 혈맥으로 여겨지는 까닭에 나카하라 가도 근처에는 막부 직할 영지와

하타모토의 영지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전국 시대부터 여러 마을이 경작하던 곳을 분할 한 것이라 한 마을에 몇 개나 되는 하타모토의 영지가 얽혀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추수가 끝나고 마른 논에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줄줄이 늘어선 걸잇대에 묶은 볏짚들이 금색 아침 햇빛을 받고 있다.

발끝까지 다 드러난 허수아비들은 느긋한 것 같기도 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빛의 숲의 고모리 신사 뒤쪽에는 무덤이 있다.

신자들의 집에서 일곱 살이 되기 전에 죽은 아이는 그곳에 묻는 게 규칙이다.

무덤에 솔도파나 비석 같은 것은 없다.

춘분과 추분, 그리고 초롱 축제 때만 묻힌 아이들의 가족이 거기에 바람개비를 세운다.

초롱 축제 때는 초롱에 색을 칠하기 위한 안료가 있기 때문에 춘분이나 추분 때부다 색깔이 예쁜 바람개비를 만들어 세울 수 있다.

 

 

 

"그런 게 굴뚝에서 엿보고 있었다는 게냐? 저렇게 높은 곳에서?"

미노스케 할아버지는 굴똑 쪽을 가리켰다.

"마을에서 누군가가 구경하러 온 게 아닐까?"

"아니, 너구리의 짓이겠지."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저마다 이런저런 말을 하는 오타마는 또 소리쳤다.

"어르신의 귀신이었어요!"

 

 

ㅡ 저건 망자야. 귀신이야. 나는 봤다. 이 눈으로 보고 말았어.

"그런 게 나온 까닭은 우리가 잘못된 짓을 했기 때문이래."

ㅡ 별채를 장식한다고 해서 초롱 축제를 대신할 수는 없지.

아카리 님이 아니라 망자를 깨우고 말았어.

 

 

우오오오오오옹-~.

들린다. 전해진다. 동쪽 숲의 별채가 있는 쭉에서 무언가가 밀어닥쳐 온다.

그 기척. 그것이 땅바닥을 떨리게 하고 있다.

우오오오오오옹-~.

비린내. 싸늘한 흙냄새. 그리고 향냄새.

공양 무덤에서 바람개비가 돌기 시작했을 때와 똑같다. 아니,

이번에는 더ㅡ더 흐름이 강하다.

막혀 있던 것이 흐르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다가오는, 압도적으로 어두은 기척.

그렇다, '길'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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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7-1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만간에 읽어볼 예정입니다 ㅎ

후애(厚愛) 2018-07-10 16:39   좋아요 1 | URL
네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