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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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이 세상에 인간들만 존재한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풍경이 되었을지 상상해본다.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풍요를 인류가 견인해온것은 사실이지만 인간들 곁에 함께한

동물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메마른 역사가 되었을까.

어려서 개에게 물린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던 나는 아주 오랫동안 개를 무서워했고

집안에 개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섬에 내려와 한적한 내 집안에 들어온 진도견 막둥이는 나의 이런 트라우마를 가차없이

부서버린 반려견이 되었다.

이 웹툰에 주인공인 냥이들의 엄마처럼 쪽쪽 빠는 사랑은 주지 못하지만 지금 막둥이는

내삶에 깊숙이 들어와 어엿한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고

말았다.


 


견원지간이란 말이 있을만큼 개와 고양이는 그야말로 원수지간이라고 하던데 서로 공유하는 공간이

비슷한데서 오는 마찰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니었을까. 막둥이가 머무는 마당곁을 빙빙도는 냥이들이

무척이나 많은데 일단 말리려고 걸어둔 생선을 잃어버릴 일은 없어 좋았다.

막둥이가 든든한 보초병이기 때문인지 입맛을 다시면서도 감히 생선을 채갈 엄두는 내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점프력이 좋은 녀석들에게 심심치 않게 생선을 빼앗기는 동네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냥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냥이들의 수명은 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략 10~15년 정도라고 하더니 저자의 집에 찾아든지 13년이

훌쩍 넘은 짜구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사람이든 동물이든 이별은 견디기 힘든 과정인것 같았다.

그저 인간의 처분만을 바라며 곁을 맴도는 냥이들을 친자식처럼 대하는 저자의 사랑도 눈물겨웠고

결코 떠나보내기 싫어 붙잡아 보려는 노력도 애닯기만 하다.

결국 고통스러워하는 짜구를 안락사 시키는 장면은 코끝이 찡해왔다. 언젠가 우리 막둥이도 이런 시간이

오겠지. 나는 담담하게 보낼 수 있을까.


 


운명처럼 자신의 품으로 찾아온 냥이들을 자식처럼 돌보고 우당탕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냥이와의 삶도 재미있겠다 싶다. 물론 우리 막둥이가 허락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흔히 고양이는 의리가 없다고 한다. 언제든 집을 박차고 나갈 가능성도 많고 깔끔한 성격만큼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욘석들 정말 생긴 것 만큼 개성있고 귀엽기만 하다.


 


인간역시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있듯이 고양이 세계에서도 털 색깔에 따라 환영받지 못하는 종이 있단다.

하지만 그 모든 편견은 역시 인간이 만든 굴레일 뿐이다.

고양이는 그냥 고양이일뿐이고 우리처럼 서로 개성만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속좁은 인간이 만든 편견의

굴레에서 고통받는 고양이가 생기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없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소중하다.

정말 너무 짧은 시간 우리곁에 머물다 떠난 반려동물들이 좀더 대접받는 세상에서 주인을 기다려주기를...


 


안녕 냥이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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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과학, 그날의 진실을 밝혀라 - 셜록보다 똑똑하고 CSI보다 짜릿한 과학수사 이야기
브리짓 허스 지음, 조윤경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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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살인은 카인이 동생인 아벨을 살해한 사건일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의 범인을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나님이 보고 계셨기 때문에.

하지만 이후 벌어진 사건들은 범인을 밝혀내는게 쉽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이쯤에서 과연 인간은 선한 심성을 지닌 개체인지 악이 잠재된 존재인지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인간을 살해하는 것은 의도치 않은 사고를 제외하곤 악랄한 심장을 가지지 못했다면

불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살인사건이 있었고 단순하게 밝혀낼 수 있었던 사건도 있었지만

범인의 지능이 발달할 수록 더불어 범인을 밝혀내기 위한 과학도 함께 발전해왔다.

바로 이런 범죄의 역사와 과학의 역사를 서술한 것이 이 책이다.

'범죄는 두려움이 아닌 과학으로 맞서야 한다.'는 제목처럼 범죄가 더욱 교묘해지고 기승을 부릴 수록

이를 밝혀내는 과학역시 더욱 발전할 것이다.


 


과거 인간들은 독살을 증명해내는 것이 발달할 무렵까지 살인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어떤 독으로 살해당했는지 밝혀내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부검이 뒤따라야 했다.

신체에 가해진 어떤 것에 의해 살해당했는지 증명되기 위해서 부검이 필요했다.

그렇게 서서히 인간들은 살해의 원인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현대에 이르러 DNA의 서열을 해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독살부터 총기살인에 이르는 인류의 수많은 범죄를 뒤쫓는 과학자들의 숨바꼭질 덕에 미제사건들이 해결되기 시작한다. 마피아를 다룬 영화에 수없이 등장했던 알 카포네의 모습이 이러했던가.

당시 금주법을 어기고 밀주사업으로 재력을 키운 마피아들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총기를 사용한다.

그 수많은 총기에서 어떻게 범인이 쏜 총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총알도 지문처럼 총신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총기의 제국 미국에서는 총기난사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범인을 몰라서 사건이 계속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총기사업을 제한할 수 없는 경제적 이유때문에 알면서도 여전히 정신이상자나 종교 추종자들은 무차별 난사를 일삼고 있다.


 


인류에게 총을 없앤다면 과연 범죄의 날이 올까 아니면 평화의 날이 올까. 대단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오래전 원주의 다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졌다.

범죄현장에 남아있던 희미한 쪽지문이 유일한 단서였는데 당시의 기법으로는 지문을 특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14년이 지난 최근 쪽지문만으로 지문을 특정하는 기술이 등장했고 결국 범인은 당시 손님이었던 한 남자로 밝혀졌다.

과거에는 증거라고 보기 어려웠던 많은 흔적들이 오늘에 와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현장에 떨어져있던 담배공초, 실밥하나, 범인의 신발에 붙어있던 풀씨하나조차 단서가 된다.

그리고 가정이 증명되기 위해 범죄못지 않게 과학도 발전하는 지금도 역시 고도의 범죄들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마 인류의 역사가 끝나기 전까지 이런 범죄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범인을 추적하는 과학 역시 진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영화보다 더한 사건의 역사를 돌아보며 범죄의 발자욱을 따라갔던 시간들은 미드의 CSI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여전히 풀지 못한 미제의 사건들이 언젠가 반드시 그 댓가가 따르도록 더 섬세한 과학의 진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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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그림 - 그림 속 속살에 매혹되다
유경희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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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표지그림만 보면 야한 누드화 모음집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림속 여인의 아름다운 몸매와 백마에 올라탄 자태는 참으로 고혹스럽다.


 


그렇지만 이 그림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감동적인 사연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된다.

11세기 중세의 영국 코벤트리시의 영주, 레오프릭 3세는 악독한 탐관오리로 과도한

세금 징수와 폭정으로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영주의 부인 고디바는 남편에게 선처를 부탁했지만 꿈적도 하지 않자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나체로 말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겠다고 협박한다.

설마 그러랴 싶었던 영주는 시장을 알몸으로 지나갈 수 있다면 청을 들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그래서 이 그림이 탄생했다. 

겨우 열 여섯의 고디바 부인의 알몸 행진은 문을 열지 않고 쳐다보지 말자는 백성들의

약속으로 민망하지 않게 끝이 났던 모양이다. 단 한 사람 궁정 소속 패션디자이너 톰이

몰래 훔쳐보긴 했지만.


 


같은 주제를 두고 다른 화가가 그린 그림은 좀더 관능적이다. 아마 말을 붙들고 있는 사람은 여시종이 아닐까. 그림 한 점속에 깃든 스토리들이 참으로 흥미스럽다.


 


고대 그리스의 프리네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당대 최고의 헤타이라였단다.

일종의 매춘부이긴한데 단순한 매춘부가 아니고 정치, 철학, 예술등을 논할 정도의 교양을 갖춘

고급 매춘부였던 프리네가 자신의 사랑을 거절당한 고관대작에게 모함을 당해 재판장에 섰다가

알몸을 드러내야 했던 사연도 기가 막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죽여야만 합니까'라고 외치던 변호사의 기지로 무죄를 선고받을만큼

그녀의 몸매는 아름다웠다고 하는데 조각상을 보면 그닥 신비로울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하긴 고대 그리스시대에는 풍만한 여인의 몸매가 더 사랑받았다고 하니 저정도의 비율이 최고

였을수도 있겠다.


 


내가 살고 있는 섬에도 인어의 전설이 있지만 오랜 고전속에 등장하는 인어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인어들이 배를 침몰시키기도 하고 물에 빠진 어부들을 유혹하여 바다로 끌고 들어가기도 한단다.

그림 속 인어정도의 아름다움이라면 기꺼이 뛰어들었을지도 모른다.


제목인 '나쁜 그림'은 사실 그림속에 등장한 여인들의 관능적인 모습이나 사악한 이미지때문에 붙인 것 같다.

하지만 전설이나 역사속에 등장한 나쁜 여인들의 사연들 듣다보면 나쁘다기 보다는 매력적이라는 것이 더 어울린다. 여자들의 인권이랄 것도 없던 시대에 저항하고 세상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야 했던 시간들에서도 이렇게 그림속에 남은 여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그림을 그린 화가들에 의해 질기게 살아남았다.  진심으로 그림 속 여인들의 속살에 매료당하고 말았다.

그저 눈으로만 훑었던 맹과니에서 조금쯤은 그림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뿌듯함이 느껴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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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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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틈달'은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온난화 영향으로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 겨울이 길게 느껴지는데 저만 그런가요?

꽃이 지는 봄이 아쉬운 것처럼 겨울로 달려가는 11월의 시간은 조금 두렵기도 하고 아깝기도

합니다. 샘터 11월의 표지를 보니 어려서 우리동네에서 제일 먼저 샀던 우리집 TV가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14인치였는지 20인치 였는지 가물하긴 한데 별모양이 찍혀있던 두툼한 TV앞에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 '여로'라는 드라마를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술단지같기도 하고 바보상자같기도 한 TV.

시간이 그립네요.


 


제게도 지금 군복무중인 아들이 있습니다만 제대후 진로에 대해 온가족이 걱정입니다.

공부를 계속해야할지 직장을 찾아야 할지 그것도 안된다면 알바인생으로 뺑뺑이를 돌아야 할지

정말 젊은이들의 미래가 암담합니다.

피끓는 젊음과 패기를 어둠과 싸워야 하는 청춘들이 '고함20'이란 언론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라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하면 홧병이 될테니 우리도 그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겠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바닷가쪽이라 단풍이 별로 없습니다. 염분이 많은 곳에서는 단풍이 잘 안든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가을의 정취는 높은 하늘을 보고 느끼곤 하는데 '그곳에 가고 싶다'에서 소개한 전남 영광 불갑산의 선홍빛 가을을 보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얼마 전 극단의 선택으로 우리곁을 떠난 마광수교수와 인연이 있었던 이대앞과 홍대앞 바에 대한 기사를 보니 윤동주를 세상밖으로 끌어낼만큼 능력있던 교수가 선정적인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사회적 매장을 당해야 했던 문화무지의 사회가 한탄스럽기만 합니다. 왜 소설을 소설로만 봐주지 못했을까요. 우리모두 가해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습니다.


 


저도 서재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편하게 독서하는 방을 만들었는데 이제 책이 넘쳐 골치거리가

되었습니다.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었는데 '민립중앙도서관'기사를 보니 눈이 번쩍 뜨이네요.

저도 두번 읽었던 책이 별로 없는지라 간직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닌데 민립도서관에 기증하고

크레딧을 쌓으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라 꼭 회원이 되어야겠습니다.

내 책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달하고 다시 내게로 행복을 되돌려주는 도서관 아이디어가 어찌나 좋은지.


특히 이번 달 특집이었던 집 없는 민달팽이들의 집 이야기는 가슴이 찡해집니다.

저 역시 어린시절 5남매를 이끌고 세를 얻어다녔던 부모님의 절절함을 기억하기에 집없는 설움을 알고 있습니다.

요즘 집을 장만하려면 20년 이상 돈을 모아야 한다고 하는데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사를 해야하는 생활이 얼마나 고단할까요. 어린시절 집없는 설움을 이야기한 독자들의 이야기를 보니 가난했던 과거의 지단함이 느껴져 울컥했습니다.


이제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찬바람이 불면 어른들은 겨울을 날 걱정을 하곤 했는데 모든 것이 풍족해 보이는 요즘에도 겨울이 두려운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11월호를 보니 다가올 겨울에는 많은 사람들이 춥지 않게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듭니다. 이 가을 샘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겨울을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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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은 날 -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강석문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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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라는 말이 있다. 유유상종의 조금 가벼운 뜻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맑은 샘터앞에 모여앉은 몇 몇 사람들을 떠올렸다.

동심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다가 너무 일찍 우리와 이별한 정채봉작가,

그리고 여전히 맑은 시를 쓰고 계신 이해인 수녀님.

역시 이 책의 저자는 후기에 내가 떠올린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세상을 살면서 재능이 있는 사람을 알아봐주고 함께 한다면 참 행복한 일인데

그냥봐도 넉넉하지 않은 화가의 일상을 이렇게 책으로 꾸며 세상에 나오게 해준

샘터의 안목에는 情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정도로 깊은 소명같은 것이

느껴진다. 참 좋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샘터다.


 

 


예술을 해서 밥을 버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하긴 부자가 멋진 작품을 남겼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소 치열한 삶을 살아야 멋진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조금쯤은 가난한 삶을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통장잔고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는 삶 또한 애잔하기만 하다.

어쨌든 현실과 타협하느라 그런건지 시골에 홀로계신 아버님을 위한 배려였는지 이 화가는 지금 농부 흉내를 내면서 시골에 살고 있다. 삭막한 도시의 작업실보다 뷰좋은 시골집이 창작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런데 문제는 창작에만 열중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데 있는 것 같다.

구순의 노인이 땡볕에 김을 메고 있는데 에어컨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풍기 틀어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자면 양심이란 놈이 따끔따끔 시비를 걸어오곤 하니 농부 흉내라도 내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나 역시 남해의 섬에서 텃밭이나 가꾸면서 소일하지만 무서운 풀들의 공격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작가처럼 잔디를 깐 정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한 달에 몇 번씩 깎아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니 텃밭확장을 선택한 내 결정이 자랑스럽다.


 


비료 넣고 땅을 잘 골라서 씨앗을 심으면 새가 와서 먹어버리는 통에 몇 번이나 다시 심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이 작가는 지구 평화를 위해 일하는 비둘기를 과감하게 용서하겠단다.

참 너그럽기도 하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넉넉해지고 실실 웃음이 나고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맑은 책이다. 샘물처럼.


 


뒤에서 몇등하던 아들이 앞에서 몇등할 정도로 성적이 오르자 여기 저기 괜히 전화해서 자랑하고

싶었다는 대목에서 얼마나 행복한 마음이었을까 싶으면서도 웃음이 절로 비어져나온다.

그게 부모 마음이지 싶고 팔불출이라고 절대 흉보지 않겠다고 위로를 건네면서.


 


구순의 아버지는 일곱 자식을 두었다. 그 시대엔 그게 보통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참 고단하게 자식을 키웠겠구나 싶어 안스럽고 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땅을 가꾸는 모습에서 자식사랑이 절로 느껴진다. 일곱개의 마늘 꾸러미, 일곱개의 참기름 병...그거 자식에게 먹이려고

여름내내 밭을 누볐을 마음을 아는 자식들은 받으면서도 송구스러운 마음이겠지.

그래도 주고픈 마음이 부모마음이다. 그 마음을 닮은 자식은 그림속에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그림을 볼줄은 모르지만 천진스런 아이들의 표정이며 따뜻한 느낌들이 잔뜩 들어있다고 느껴진다.


돈이 없어도 책 세권쯤은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줘야겠다.

분명 나처럼 행복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근데 이 화가 그림만 잘 그리는 화가는 아닌 것 같다.

글을 이렇게 잘쓰면 작가들이 은근 시기좀 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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