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좋은 날 -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강석문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끼리끼리라는 말이 있다. 유유상종의 조금 가벼운 뜻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맑은 샘터앞에 모여앉은 몇 몇 사람들을 떠올렸다.

동심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다가 너무 일찍 우리와 이별한 정채봉작가,

그리고 여전히 맑은 시를 쓰고 계신 이해인 수녀님.

역시 이 책의 저자는 후기에 내가 떠올린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세상을 살면서 재능이 있는 사람을 알아봐주고 함께 한다면 참 행복한 일인데

그냥봐도 넉넉하지 않은 화가의 일상을 이렇게 책으로 꾸며 세상에 나오게 해준

샘터의 안목에는 情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정도로 깊은 소명같은 것이

느껴진다. 참 좋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샘터다.


 

 


예술을 해서 밥을 버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하긴 부자가 멋진 작품을 남겼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소 치열한 삶을 살아야 멋진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조금쯤은 가난한 삶을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지만 통장잔고를 보면서 마음을 졸이는 삶 또한 애잔하기만 하다.

어쨌든 현실과 타협하느라 그런건지 시골에 홀로계신 아버님을 위한 배려였는지 이 화가는 지금 농부 흉내를 내면서 시골에 살고 있다. 삭막한 도시의 작업실보다 뷰좋은 시골집이 창작에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런데 문제는 창작에만 열중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데 있는 것 같다.

구순의 노인이 땡볕에 김을 메고 있는데 에어컨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풍기 틀어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자면 양심이란 놈이 따끔따끔 시비를 걸어오곤 하니 농부 흉내라도 내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나 역시 남해의 섬에서 텃밭이나 가꾸면서 소일하지만 무서운 풀들의 공격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작가처럼 잔디를 깐 정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한 달에 몇 번씩 깎아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니 텃밭확장을 선택한 내 결정이 자랑스럽다.


 


비료 넣고 땅을 잘 골라서 씨앗을 심으면 새가 와서 먹어버리는 통에 몇 번이나 다시 심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도 이 작가는 지구 평화를 위해 일하는 비둘기를 과감하게 용서하겠단다.

참 너그럽기도 하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넉넉해지고 실실 웃음이 나고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맑은 책이다. 샘물처럼.


 


뒤에서 몇등하던 아들이 앞에서 몇등할 정도로 성적이 오르자 여기 저기 괜히 전화해서 자랑하고

싶었다는 대목에서 얼마나 행복한 마음이었을까 싶으면서도 웃음이 절로 비어져나온다.

그게 부모 마음이지 싶고 팔불출이라고 절대 흉보지 않겠다고 위로를 건네면서.


 


구순의 아버지는 일곱 자식을 두었다. 그 시대엔 그게 보통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참 고단하게 자식을 키웠겠구나 싶어 안스럽고 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땅을 가꾸는 모습에서 자식사랑이 절로 느껴진다. 일곱개의 마늘 꾸러미, 일곱개의 참기름 병...그거 자식에게 먹이려고

여름내내 밭을 누볐을 마음을 아는 자식들은 받으면서도 송구스러운 마음이겠지.

그래도 주고픈 마음이 부모마음이다. 그 마음을 닮은 자식은 그림속에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그림을 볼줄은 모르지만 천진스런 아이들의 표정이며 따뜻한 느낌들이 잔뜩 들어있다고 느껴진다.


돈이 없어도 책 세권쯤은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줘야겠다.

분명 나처럼 행복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근데 이 화가 그림만 잘 그리는 화가는 아닌 것 같다.

글을 이렇게 잘쓰면 작가들이 은근 시기좀 하겠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